Profile

🎲 TRPG 프로필

해랑 @haerang_blue
플레이 시간
평일: 저녁 8~9시 이후 주말: 저녁 8~9시 이후
Rule Book
크툴루의 부름피아스코마법학원 하베스트
Style
타이만: 중~장문 위주 다인: 중~단문 위주
Like
노력을 통해 변하는 이야기인간찬가RP > G아포칼립스 / 청춘 / 추리 세션 중 사담 / 후일담 / 썰
Dislike
합의없는 급발진 지문대사꿈도 희망도 없는 시나리오상습 지각, 일정 펑크차별 / 혐오 발언비매너적인 행동과 발언
Comment
· COC, 피아스코, 마법학원 하베스트를 주력으로 다른 룰들도 조금씩 맛보고 있습니다.
· 새로운 룰은 언제나 환영!
· 룰 입문요청이나 PL 권유도 잘 받아요!
· 플레이 중 ~ 플레이 후 사담이 많은 편입니다:D
· 서로 소통해나가며 불편/불쾌함 없이, 재밌게 놀 수 있으면 좋겠어요!!

W. 청서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0부: 최강의 클리셰! 데우스 SF 마키나

GM
단백
PC
유상흠, 유진 리
2023-05-16 ~ 2023-05-23
.
COC 7th fanmade scenario


Written by 수연
KPC 유진 리 PC 유상흠
───────  ───────
어느 날, 한 미고는 인간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지식으로 시간 축의 좌표를 살핍니다.
그리곤 최근 그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두 대상을 관측해요.
그러니까 이건, 어느 시간선에서는 있었을 법한…
그가 찾은 다른 측면의 이야기.
.
.
.
.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음울한 검은 숲.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설원이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넓은 공터.
유진과 상흠은 새하얗게 얼어있는 바닥을 딛고 섭니다.
시작부터 과격하지만,
맞은 편에는 63 마리의 크리쳐가 버티고 있습니다.
유진 리:...아, 오늘은 유독 많이 보이네.
전투를 시작하기에 앞서 안부를 묻고 넘어갈까요.
AOC를 떠나 안전지대 밖으로 도주한지도…
벌써 68일이네요.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AOC에 몸담고 있을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유상흠:뭐, 많이 보일 수록 나야 좋긴 하지만... (크리쳐들이 있는 방향을 보곤 한손을 총에서 떼, 머리를 긁적여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많나...?
종종 이런 식으로 크리쳐를 처리했었죠.
유진 리:어, 엄청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라는 듯 눈을 깜박이다가,)
마침 탄환은 많이 남아있네요.
유상흠:좋지, 좋긴...한데...(쓰읍, 짧게 혀를 차요) ...그래도 사람이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잠도 잘 시간은 있어야지.
얼마 전, 처리했던 추적자의 주머니를 털길 잘했어요.
유상흠:아, 지금은 크리쳐던가? 뭐ㅡ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어깨를 으쓱여요)


두 사람 앞을 가로막은 금속형 크리쳐, 63마리.
하지만 역시 좀 많네요,
크리쳐여도 밥 먹고 간식도 먹고 잠 잘 시간도 필요하니까,
사격 판정 후에는 4D12를 굴립시다.
 유상흠의 차례.
유진 리:아니,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잠도 잘 자고 왔잖아요? (선공을 뺏을 생각은 없는지, 옆에서 키득거립니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유진과 상흠이 내내 해오던 일인 걸요.
최강의 인류, 최강의 크리쳐에게는 숨을 쉬는 것보다 쉬운 난도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여유만만인 태도인 거겠죠.
유상흠:(흥, 마음에 안든다는 듯 고개를 휙 내저어요.) 그정도로는 부족하다고! 그나저나... 이럴 때만 나한테 양보해주는거냐고.
뭐, 뭐~ 그렇지만 양보해준다면 잘 받아가겠지만? (씨익 웃으며 손에 들린 라이플을 한바퀴 크게 돌리곤, 곧바로 크리쳐를 향해 트리거를 당깁니다.)
유진 리:좀 귀찮아서... 왜 평소처럼 의욕을 내주지 않는담, 이 크리쳐. (위기감이라곤 하나도 없는 태도로 장난스럽게 대꾸합니다. 그래도 총을 점검하고는 있네요.)
유진 리:(아, 역시나. 그리고 당신이 이어서 하는 것을 보면.... 그럴 줄 알았어, 짧게 웃음 소리를 냈겠네요.)
유상흠:
사격(라/산)
기준치:80/40/16
굴림:1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유상흠:(노리는 크리쳐의 수는 20. 그렇지만 내가 노리는 걸 놓칠리가 없지!)
유진 리:오~ (뭐야, 평소보다 의욕 넘치는 거 아닌가? 뒤에서 휘파람을 붑니다.)
유상흠:헤헹. (뒤에서 들리는 휘파람 소리에 코를 쓸어보여요)
남은 크리쳐는 43마리,
총알의 궤도에 따라 깔끔하게 쓸려나갑니다.
 유진 리의 차례.
유진 리:
사격(라/산)
기준치:70/35/14
굴림:78
판정결과:실패
유진 리:음, 그러면 쭉쭉 가죠? 계속 해요. (제대로 총을 들 생각도 안 하고,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겠네요. 진짜로 나 구경만 해도 될 거 같은데...?)
2
기괴한 소리를 내는 크리쳐가, 더 가까운 상흠에게로 날카로운 금속을 뻗어옵니다. 3
유상흠:하아? (히죽히죽 웃고있다가도 역시 그 말엔 뒤를 돌아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추임새를 넣어요. 뭐, 혼자서 잡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유진이 논다는게 마음에 안들어요.)
유상흠:앗, 씁. 아프잖아!!! (그 사이에 크리쳐가 저를 후려치면, 되려 화를 내면서 크리쳐를 노려봐요.)
유진 리:저런. 한눈팔면 어떡해요.
 다시, 상흠의 차례.
유상흠:와, 이, 진짜. 놀지말라고! (크리쳐한테 얻어맞은게...분명 유진의 탓은 아닌데, 괜히 유진에게도 성내요. 착실히 양쪽 모두에게 화를 냅니다.)
유진 리:에이, 사실 재밌잖아요? 지금 엄청 좋은 찬스 아닌가? 혼자 다 쓸어버릴 수 있는데. (여전히 구경만 하려는 듯한 태도로....)
유상흠:(당장이라도 유진을 발로 차고 싶어져, 발 동동 구르다가도...당장은 저를 후려친 크리쳐를 한대 때려버리기로 결심합니다.) 너 진짜, 얘네들 다 잡으면 두고보자!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느정도 유진의 말에 수긍은 하고 있어요. 혼자 얘네들을 다 잡는 이 상황이 재밌긴 해요. 곧바로 총구를 크리쳐를 향해 겨눕니다.)
사격(라/산)
기준치:80/40/16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진 리:(곧장 반응하니 재밌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라, 뒤에서 웃음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혼자서도 엄청 잘 싸우고 있잖아요...? 역시 크리쳐는. )
유상흠:하아, (상대도 안되는 것들이 떼로 덤비지 말라고. 히죽ㅡ 웃으면서, 14마리의 크리쳐들 그 사이에 총알이 뚫고 지나가는 그림을 상상해요.)
유상흠:빵야ㅡ.
유진 리:오, 이번 것도 깔끔하네. (역시 뒤에서 물개박수나 쳐주고 있습니다.)
남은 크리쳐는 29마리.
유상흠 혼자서 처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뭐, 당연하겠죠.
우지끈, 와장창, 뚝.
그리고 쿠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금속들이 나무를 긁고 땅을 파헤치며
산산이 조각나 천지에 뿌려진 별이 됩니다.
고통도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은 우는 대신 윤활유 따위를 흘리며 바닥을 더럽힐 뿐입니다.
유진 리:조심해요, 저 녀석 뒤로 도는데?
입으로 그럴 시간에 총이나 들지....
평소와 별다른 바 없는 일상이긴 합니다.
그러나…
어라?
생존 크리쳐가 과반수 미만으로 떨어져도 그것들은 도망가지 않습니다.
유상흠:그런 걸 발견했으면, 나한테 말하지말고 너가 좀 잡으라고! 진짜로 이번건 나한테 다 맡길 생각....?
끼익, 끼익, 끼이이익.
낡은 경첩이 흔들리는, 불길한 소리만 잿빛 하늘을 긁어댑니다.
유상흠:...? (화내던것도 잠시...고개를 돌려 유진을 쳐다봐요. 말없이 쟤네들 가리켜요.)
유진 리:.... 음? (웃고 있다가, 상흠의 등 너머 크리쳐 무리를 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상함을 감지하는 순간.
부서졌던 기계가 다시금 재생합니다.
당신과 유진이... 아니, 당신 혼자서 분명히 핵을 파괴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체를 되찾은 것들은 아까와 똑같이 날카롭고 흉흉한 금속 테두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핵을 파괴하면 크리쳐는 사망한다.
이토록 확실한 대전제가 무너지다니!
그 사이 크리쳐들이 진화라도 한 건가요?
아니면 솜씨가 엉망진창으로 퇴화한 건가요?
유진 리:.....?
불길한 광경을 목격한 두 사람, 이성 판정(0/1).
유진 리:...뭐야? 재생?
유상흠: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2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진 리: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61
판정결과:실패
유상흠:...?? 뭔가 이상한데? (한손으론 턱을 매만지면서, 떨떠름하게 녀석들을 바라봐요.)
유진 리:금속형이 재생이라고? 유상흠도 아니고....?
매끄러운 원기둥과 원뿔,
구로 이루어진 금속형 크리쳐는 날카로운 가시를 표면에 두르고 있습니다.
수은처럼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하면서요.
불규칙하고 정형화된 모양새 사이, 핵은 분명히 새파랗게 빛나고 있습니다.
유상흠:아니, 그래도 여기서 나를 끌고오면 쟤네들이랑 동급 취급 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리 말하면서 크리쳐들을 살펴봐요.)
유진 리:....하, 상흠 씨가 제대로 안 하니까 그렇죠. (조금 표정을 구기다가, 괜히 누구 탓을 하면서 앞으로 나섭니다.)
사격(라/산)
기준치:70/35/14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상흠:아니, 뭔 헛소리야! (유진이 제 앞으로 나서 라이플을 쏘고 나면 다가가 다리를 툭 찹니다.) 내가 얘네들을 대충 상대할리가 없잖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유진이 쏘면 뭔가 다른가 싶어서 크리쳐들을 다시 살펴보긴 해요)
유진 리:다시 부숴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러면서 겨누어 맞춘 것은 22 마리, 그러다가 뒤에서 다리를 맞으면, ) 아야, 내가 아니라 저쪽을 때려야죠.
쾅!
폭탄이 터지는 듯 요란한 굉음과 함께 크리쳐가 나가떨어집니다.
탄환은 확실히 크리쳐의 핵에 직격합니다.
부서진 파편 사이로...
 관찰력 판정.
유상흠:호오, (파편이 날아가는 걸 보면서 옆사람에게 중얼거리듯 말해요) 아까도 그렇게 쏘지 그랬냐.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핵의 생김새가 어딘가 이상합니다.
여태 당신들이 알던 것과 달리
긴 바늘과 둥근 태엽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꼭......
시계처럼 보이는 것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어요.
일전의 핵은 하나의 구로 이루어져 있어 바로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유상흠:그리고 너를 노린게 맞으니까. (...흠?)
하지만 저것은 정교한 부품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서...
파괴하더라도 한 번에 조각조각 박살 내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유진 리:... 상흠 씨, 얘네들 핵이 원래 저렇게 생겼던가?
(당신의 시선과 같은 쪽을 보면서 중얼거립니다.)
유상흠:흐으으음? 아니? 나도 저런 건 처음보는데? (이미 쓰러진 적이니, 가까이 다가가선 그 부품들을 향해 여러번 총알을 갈겨봐요.)
총을 쏘면, 확실히 조금 더 조각나기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총알 낭비가 너무 심합니다.
가로챈 후 박살내 모든 부품을 흩어두면… 핵으로써 다시 기능하지 못할지도.
개체에 따라 월등히 빠른 예도 있으니 여유롭진 않겠으나…
당신이 누구인가요, 최강의 크리쳐.
유진은 뒤에서 당신을 엄호하겠다는 눈짓을 보내고,
개체에 따라 월등히 빠른 예고 뭐고,
그 모든 크리쳐를 뛰어넘어서 가장 빠른 것이 당연한… ‘최강의 크리쳐’인 당신이 나설 차례입니다.
이때입니다, 달려서 저 핵들을 가로챌까요.
유상흠:(크리쳐를 향해 계속해서 트리거를 당기다가도 영 짜증난다는 듯이 중얼대요.) ...뭐지, 이거? 지금 내 앞에서 자기가 얼마나 빠른질 보여주고 싶다는건가?
유진 리:재생까지는 기껏해야 3분 남짓.... (뒤에서 눈으로 그것들의 재생속도를 살피고 있다가 중얼거립니다.)
유진 리:이러면 다 조각내기 전에 총알이 떨어질 거예요.
...손으로 하죠?
내가 엄호할 테니까.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진지해진 상태로 자세를 잡습니다. 당신이 핵을 가로채올 때까지, 재생한 크리쳐들이 방해하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
유상흠:하아, 마음에 안들어. 마음에 안들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유진의 말을 듣곤 총을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을 빼요.) ...오케이. 믿는다고, 파트너?
유상흠:(괜히 장난스럽게 뒷말을 붙이곤, 총이 바닥에 떨어질 때 쯤이면 곧바로 핵을 향해 돌진해요)
 민첩 판정!
유상흠:(인간일때도 그리 느린 편은 아니였지만, 이 몸이 크리쳐가 된 이후부턴 차도 가볍게 따라잡을 것 같은 기분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땅을 박차는 몸이 가볍기 그지없습니다.)
유상흠:(제 발에 튕겨져 나간 눈이 바닥에 다시 내려앉는 것보다, 핵을 가로채는 손이 더 빠를겁니다.)
민첩
기준치:99/49/19
굴림:1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3분? 오히려 웃음이 나왔을 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의 속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느립니다.
여유로울 지경이라고요.
뛰어온 경로를 따라 발자국이 남고,
흰 눈은 진흙과 오일이 섞여 온통 더러운 색으로 물듭니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며 최강의 크리쳐!
유상흠이 핵을 손에 쥐고 박살 내는 순간!
긴 이명이 들리고,
째깍,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째깍,
유진 리:유상흠....!
째깍,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째깍,
눈앞이 핑 돌며......
딸깍.
불 끈 거 누구야?!
.
.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그와 동시에 유상흠은 눈밭에서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심장은 여전히 정신없이 쿵쾅쿵쾅 날뛰고,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유상흠:켁, 컥, 헥...? (눈이 뜨이고, 입을 열려고 하면... 곧장 제 입에서 뭔가가 계속해서 튀어나옵니다.)
토해낸 것은 다름 아닌...... 시계입니다.
무슨....?
금속 재질로 은색을 띠고 있으며
내부에 든 것은 새파랗게 빛나는 점액질과 복잡다단한 태엽들.
...아까 본 크리쳐의 핵과 똑같이 생겼군요.
작동은 하지 않습니다.
유상흠:...? (뭔...데? 이게? 시계? 반사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걸 잡아채고 나면... 일단 입에 뭐가 더 들어갔었나싶어, 입안을 혀로 굴려봐요.)
더 나오는 것은 없겠네요.
다만 구역질이 밀려듭니다.
불쾌한 기분....
유상흠:와, 이거 진짜...크흐... 기분나빠.... (...진짜로 시계라도 하나 더 먹었나? 속이 왜 이렇게 안좋지? 나 참내. 크리쳐가 되더니...이젠 자다가 별걸 다먹네 싶어져요.)
그러고 보면....
조금 몸이 무겁습니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데에 문제는 없습니다만...
추위가 깊게 스며듭니다.
유상흠:난 또 왜 이런 곳에 있는건데...(...크리쳐 몸도 추위는 확실히 타는 구나 싶어서, 소름이 돋은 팔을 쓸다가도. 주위에 자기밖에 없는지 뒤늦게 한 번 확인을 해봅니다. 이유진이라던가.)
...이상하네. 걔가 날 이렇게 두고 갈리가 없는데.
여기는....
.....
어디지?
꽤 익숙한 광경이지만 어딘가 다릅니다.
유진도 보이지 않고요.
주변을 확인한다면 온통 눈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 한 그루는커녕
시야를 들고, 들어도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 전부입니다.
아까 그곳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거죠?
바람의 냄새가 전혀 다릅니다.
더 건조하고 차가운....
설마, 뭐가 잘못 됐나.
유상흠:...? (주위 둘러보곤 벙쪄요.)
유진이.... 당신을 두고 갈 사람은 아닌데 말이에요.
눈밭에 파묻힌 걸까,
최악의 상황이라면 폭발에 휘말려 흩어지고 만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상흠:(흐음, 흰 눈 위에 혼자 팔짱을 낀채 곰곰히 고민하고 있으면...아래에 이유진이 파뭍혔을 가능성까지 생각이 도달합니다.) 그쪽인가...?
그러다 뒤늦게 문득 자신의 복장을 확인한다면…
?
여태 입고 있던 옷은 어쩌고 이런 차림인지 모르겠습니다.
낡은 스웨터와 패딩.
어쩐지 낯익은 복장이기도 한데.......
 건강 판정.
유상흠:
건강
기준치:80/40/16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상하네요.
귀는 먹먹하고 심장은 쿵쿵 뛰는 데다 머리는 조금 어지럽습니다.
속은 여전히 메슥거리고요.
추위가 얇은 옷매무새 사이로 스며들어서 오한과 소름이 오스스 돋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배까지 고픕니다.
 체력 1점 차감.
유상흠:아이... ...이런데서 이런거나 입고 있으니까, 이렇게 춥니지! (자기가 왜 이런 옷을 입고 있는지에 대해선 솔직히 관심 밖입니다. 대신 눈 위에 귀를 대곤, 먹을 건 있는 지 주머니를 뒤져봐요.)
주머니 안은 절망적일 만큼 텅 비어있습니다.
전에 입고 있던 옷이라면 이렇게 춥진 않았을텐데.
옷차림 때문에, 그래서일까요? 이렇게 추위를 느껴본 적은 오랜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유상흠:(아....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다 싶으면 이젠 눈 위에 드러눕다시피해요. 그리곤 분명 이유진이 아래에 깔려있으면 못들을만한 크기로 대충 물어봐요) ...이유진, 거기 있냐?
대답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얼굴이 눈에 닿아 시려오네요.
유상흠:(...오랜만에 느끼는 추위때문에 괜히 만사가 귀찮아졌어요.)
...AOC의 요원이 된 후 강도 높은 훈련을 거치며
이런 감각에는 무척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심지어 최강의 크리쳐가 되어버린 후로는 더더욱이요.
조금 이상함을 느껴도,
딱히 짐작 가는 구석은 없습니다.
음, 일단 유진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만사가 귀찮긴 해도.
유상흠:아니... 진짜 여기에 나 혼자뿐이라고? (대답이 들려오지 않으면 몸을 데굴, 굴리곤 하늘을 잠시 바라봐요.) 와...
눈 속은 아닌가.....
하늘에서는 여느 때와 같은 눈송이가 떨어집니다.
당신의 뺨과 머리칼에 닿으면, 조금 오래 머물다가 점차 녹아버립니다.
유상흠:뭐, 아니면 속이 안좋았던게... (흠, 제 배를 잠시 바라봤다봤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럴 일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려요.) 하, 아니, 뭐. 그럴 일은 없나.
(혼자 그리 중얼대고 나면,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에 뭍은 눈을 툭툭 털어버려요.) 아, 이렇게 혼자인 건 너무 오랜만인데...
(이런 눈밭에 저 홀로... 이렇게 중얼대도 받아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아, 벌써 재미없어. 배도 고프고.
유상흠:있는 건 이것밖에 없고. (손에 들린 시계를 쳐다봐요) 언제까지 혼자일지도 모르겠는데... 일찌감치, 얘한테 이름이라도 붙여줄까.
유상흠:윌슨이라던가. (괜히 중얼거려요) 마음에 드냐, 똑같은 동명이물이 있긴한데.
뭐, 대충... 그정도 이름이면 됐지. (그리곤 주위를 다시 살펴봐요.) 어디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라던가.. 뭐 없나? 진짜 아무것도 없나?
 관찰력 판정.
유상흠: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윌슨과 함께 좀 더 걸어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밭을 걷다보면...
유상흠:그래, 너라도 있는게 어디냐. 윌슨아.
저 아래에 얼어붙은 호수가 보이네요.
너도 보여? 윌슨?
당연히 윌슨은 대답이 없고,
매서운 바람소리만 귓가를 때립니다.
모자라도 쓰는게 좋을까요.
걸을수록 눈은 높이도 쌓여 무릎까지 푹푹 빠집니다.
그것들을 헤치고 걷자니 유난히 사지가 무겁고 축축 늘어지네요.
유상흠:에이, 기껏 물어봤는데 대답도 안해주네. (귀도 시리고, 손도 시리고, 걷는 건 걷는 것 대로 힘들고...)
(그나저나, 나 크리쳐일텐데? 나 크리쳐일텐데? 겨우 이정도 걸었다고 힘들어지나? 늘어지는 몸을 무시하고, 크리쳐의 긍지를 걸고 힘차게 걸어가봐요.)
크리쳐가, 겨우 이 정도로...?
왜 힘들지?
그러나, 바지와 운동화도 눈에 축축하게 젖어버려서 불편합니다.
경사가 있는 눈길.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가면....
얼어붙은 호수의 테두리에 닿습니다.
아, 표면은 단단하게 얼어서 물을 마실 수는 없을 것 같네요.
호수 건너편 저 멀리에 검은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 가로질러 들어갈까요? 아니면 에둘러 돌아가는 것이 나을까요.
이 눈밭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디로든 걷는 게 나을 것 같으니까...
유상흠:(크리쳐는 직진이다 직진!! 뭘 둘러가!! 당당하게 가로질러가요. 난...죽어도 되살아난다, 이말이야!!)
직진!
단단히 얼어있는 호수를 가로지릅니다.
호수의 표면은 얼음 특유의 결이 생생합니다.
꽤 깊게 언 모양이죠, 빠질 걱정은 없겠네요.
그리고 유상흠은,
유상흠:호오...(총총 걸어가면서 호수 아래를 구경해요.)
호수 아래를 보다가.... 얼음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봅니다.
상당히 앳된 얼굴이에요.
…?
유상흠:...???
지금의 당신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콜록!
생각을 방해하는 것은 낯익은 기침 소리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내려오던 반대 방향으로 둥글게 솟은 눈 무덤이 있습니다.
딱 사람 하나를 묻을 크기네요.
유상흠:....사람? 사람?! (평소에 사람을 좋아한다던가...그런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이 조용함... AOC를 나온 이후엔 계속 두명이서 지냈기 때문에 영 마음에 안듭니다.)
뭐야, 누구 살아있으면 말해봐요! (얼음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어려보였던 건... 일단 나중에 다시 알아보는 걸로 하고, 곧바로 무덤쪽으로 향해봐요.)
그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눈 무덤을 헤집으면,
그 안에 쓰러져 있던 것은....
뺨이 차갑게 얼어버린 유진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진이지만 유진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앳된 얼굴.
그리고...... 익숙한 군복.
유상흠:...???
AOC의 군복을 입고 있는 유진은,
대 크리쳐용 살상 무기를 쥔 채 눈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미약하게나마 숨은 붙어 있군요.
유상흠:왜, 얘는 군복이고 나는 평상복인건데...? 왜 얘는 무기도 들고 있는건데??? (여기에 태클을 걸때가 아닌데도,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틱틱대요.)
그런 불만이 먼저 자리하면,
전직 AOC의 군인인 당신은, 그 다음 순간 깨닫습니다.
아, 이건 현재 보급되는 무기가 아닙니다.
몸체에 쓰인 모델 넘버는 A-O19-C1015.
......약 4년 전에 사용하던 구형입니다.
앳된 얼굴의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조금 전과는 다르고,
무기의 연식은 분명히 4년 전의 것입니다.
......4년 전으로 타임리프한 유상흠,
 ✷ 이성 판정(0/1) ✷ 
유상흠: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72
판정결과:실패


4년 전 일이기에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떻게 잊겠어요.
이유진과의 첫 만남이기도 할뿐더러 뼈에 사무치는 추위였는걸요.
지금이 4년 전임을 인지하자마자,
기억을 가다듬을 필요도 없이 이다음의 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커다란 동굴이 있습니다.
겨울에 먹을거리가 모자라 사냥을 나오게 되면 사용하던 쉼터이기도 했었죠.
그때 분명히, 쓰러진 유진을 이고 져서 그 동굴로 향했습니다.
추위를 피하고 불을 때고.......
그렇게 당신은 간신히 유진을 살리고,
다른 AOC 요원들과 합류해서 그들이 Z시의 피난민을 보호, 이송했었습니다.
X시에 무사히 도착하며 터지던 안도의 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마, 어쩌면... 당신이 AOC에 입대하겠다고 조금이라도 마음먹은 계기였을 수도 있겠죠.
유진은, 지금 얼마나 오랫동안 이 눈 속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걸까요?
아무리 흔들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시체처럼 차갑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할까요?
왜냐하면 지금의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AOC를 동경할 수도 있었던, 4년 전의 순진한 이가 아닙니다.
얼음송곳 같은 눈발이 흩날리고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몸은 당신이 구하지 않는다면 얼어붙은 설원에 버려진 채 시체가 되겠지요.
최강의 인류라는 명성이 애석하게도, 무덤 하나 없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강의 크리쳐니 뭐니 하는 끔찍한 실험의 희생자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유상흠:(이 곳이 어디인지, 이유진이 왜 여기있는 질 알아차리고 나면 이마를 꾹꾹 눌러요) ...아니, 진짜 어이가 없네. 대체 누구야 나를 이런 곳에 냅다 떨궈놓은 녀석은...
유상흠:뭘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괜히 시체처럼 누워있는 이유진 뺨 꾹꾹 눌러요) ...일단 얘를 어딘가로 옮겨두긴 해야될텐데...
(동굴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AOC가 떠올라요. 그러자 표정이 찡그려집니다. 걔네한테 얘를 넘겨줄 이유가 있나? 괜히 이유진 볼 쿡쿡 더 찔러봤다가...)
뺨을 찔러도, 차갑고 뻣뻣합니다.
....여전히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아요.
눈을 뜨게 하려면 우선 몸을 데우게 하는 것이 좋겠죠, 이 추위에 얼마나 방치된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상흠:(동굴이 아니라 다른 이 추위를 피할 곳이 없는지 살펴봐요... 아까 목적지로 삼았던 숲은?)
검은 숲은 나무들로 빽빽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쉬게 할 만한 곳은... 떠오르지 않네요.
그 동굴 외에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살려낸 유진이 AOC와 합류하는 것은 이보다 한참 뒤였죠.
동굴에서 정신이 들고, 함께 Z시로 이동하지 않았던가요.
유상흠:아, 진짜 마음에 안드네... (딱히 AOC가 모르면서도 쉴 수 있을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으면, 우선은 얘를 동굴로 데려가기로 해요. 깨어나고도 AOC가 오기까진 텀이 있었던 것 같으니까...)
...근데 일어나면, 킁. 뭐라고 말하지? (이 눈밭에 계속해서 있는건 자신에게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으니, 빠르게 등 뒤에 유진을 업어요. 아니, 업을까? 아니면...)
유상흠:(...나중에 얘가 들으면 질색할 공주님 안기나 해버릴까? 짧게 고민해요)
유상흠:에이, 봐줬다. (기절한 사람을 두고 그러는 것도 좀 그런가 싶어, 등 뒤에 이유진을 업고 곧바로 이동해요.)
유진을 업고 기억에 남아있는 곳으로 걷습니다.
아, 이제야 힘든 이유를 알겠습니다.
4년 전의 당신은 크리쳐도, AOC도 아닌… 그저 민간인이었을 테니까.
바람이 스칠 때마다 피부가 갈라지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아직 최강의 인류도, 최강의 크리쳐도 되지 못한 신체는 연약하기 짝이 없군요.
들춰 맨 유진의 무게가 자꾸만 무릎을 꺾습니다.
 건강 판정.
유상흠:
건강
기준치:80/40/16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상흠:아, 진짜 방해되네. 이 몸! (분명 약하진 않은데, 그래도 크리쳐일때랑 너무 차이가 나서, 괜히 자기 몸에 화를 내요.)
가만히만 있어도 몸이 무겁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확실히 크리쳐일 때와는 다릅니다.
유상흠:(팍팍, 열심히 눈에 발을 꽂으면서 한걸음씩 걸어갑니다. 그리고 기절한 사람한테도 통보해요.) 나중에 진짜 너한테도, 업어달라고 할테니까!
...기억을 따라 걸어도, 어쩐지 동굴은 나오지 않습니다.
분명 그때는 얼마 걷지 않았던 것 같은데. 추억의 미화일까요?
정신을 잃은 이유진…. 갈수록 무겁고 걸리적거리기만 합니다.
아, 그냥 버리고 가고 싶다.......
당신의 힘듦이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
드디어 커다란 동굴의 입구가 보입니다.
눈과 바람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바닥이 좀 딱딱하겠지만 설원에 눕는 것보단 훨씬 호사스럽겠죠.
유상흠:하, 씨. 하마터면 진짜 버리고 갈뻔했네.... (진짜로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괜히 투덜대면서 동굴안으로 들어가요.)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어둑하고 서늘합니다.
벽에는 꺼진 횃불이 걸려 있고,
짐승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높은 곳에 선반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모포, 난로와 비상식량 정도는 있었던 것 같은데요.
유상흠:일단, 불부터 붙이자 불부터. 으....춥다, 추워. (이유진을 찬바람이 그나마 닿지 않는 안쪽에 널부러놓습니다.)
기름을 넣어 불을 때는 구식 간이 난로는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기름은 들어있지 않네요.
 행운 판정.
유상흠:(바닥에 누워있는 이유진의 얼굴을 잠시 살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요. 그리곤 어깨를 싹싹 쓸면서 난로와 난로에 넣을 기름을 찾으러나섭니다.)
기준치:70/35/14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운이 좋네요, 기름이 넉넉히 남아있습니다.
선반 위에서 발견했겠네요.
유상흠:하, 역시나. (운은 항상 자신의 편이죠. 이런 소소한 일에도 괜히 뿌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곤 발견한 기름을 난로에 넣어줍니다.,)
타닥, 타닥...
불이 들어오면, 아까보단 훨씬 낫습니다.
유상흠:(난로에 불이 들어왔다 싶으면, 안쪽 아무데나 눕혀둔 이유진을 끌고 난로 근처에 놓아줘요. 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해줬다...알고 있냐고, 이유진 그러고보면 모포랑 비상식량도 있었던 것 같은데...주위를 살펴봅니다.)
유진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당신이 옮기는 대로 옮겨지겠네요.
몸은 꽁꽁 얼어 체온이 극단적으로 낮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낡고 얇은 모포 몇 장을 찾습니다.
케케묵은 냄새도 조금 납니다만, 이게 어딘가요.
높은 선반을 조금 더 뒤져보면, 비상식량도 제법 많이 있네요.
봉지 라면과 동결 건조 수프, 하이라이스, 육포와 초콜릿 바 조금이 남아있습니다.
낡고 더러운 양은 냄비도 하나 굴러다니고요.
유상흠:흠...(이정도 냄새쯤이야...크리쳐랑 맘껏 싸우고 돌아온 날에 나는 냄새들을 생각하면, 그리 나쁜 편도 아닙니다. 자신이 덮을 한 장을 빼고, 나머진 다 유진의 위에 덮어줍니다.)
유상흠:(한장만 어깨위에 가볍게 두르곤, 더러운 양은 냄비를 챙겨 잠깐 바깥으로 나가요. 눈으로 대충 씻을 생각이예요)
눈으로 먼지를 씻어내고,
깨끗한 눈도 그 안에 퍼와서, 물 대신으로 쓰면 되겠죠.
그걸로 라면이나 수프를 끓일 수 있을테니까요.
유상흠:(하, 역시 난 천재야~ 물대신 눈을 쓸 생각을 다하다니~ 룰루, 냄비에 눈 담아서 챙겨와요. 드디어 밥을 해먹을 생각에 신났어요.)
횃불에도 불을 붙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선반에는 성냥 몇 개도 남아있으니까,
마른 횃불에는 쉽게 불이 붙겠네요.
유상흠:(챙겨온 냄비를 난로 위에 올려, 녹여줌과 동시에 횃불에 불을 붙여 주위를 밝혀줘요. 슬슬, 요리를 할 시간이니까요.)
횃불에도 불이 들어오면, 점차 내부가 밝아옵니다.
동굴이 눈보라를 어느정도 막아주고, 난로를 켠 덕에 추위도 한결 가십니다.
물론 아직은 몸이 으슬으슬 떨리긴 하지만......
배까지 채운다면 더 나아지겠죠.
유상흠:뭐, 요리라고 해봤자. 라면이랑 수프같은게 다긴 하지만.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한쪽 눈을 찡긋해요. 아무튼 요리는 요리니까!)
유상흠:(눈이 좀 녹았다 싶으면, 배를 채울 생각에 라면부터 끓기기로해요. 라면이 몇 봉지 남아있는지 확인해요.)
라면은... 6 개가 남아있네요.
유상흠:(라면 봉지를 보며 배를 매만져요. 하, 고프긴한데... 그렇다고 들어가는대로 막 먹자니 이유진 얘가 얼마나 먹는지 알고 있으니까....고민돼요.)
유상흠:(결국엔 그냥 깔끔하게 3봉지, 3봉지씩 나눠 먹는걸로 하고. 이유진 근처에 라면 세봉지를 쌓아둡니다. 그리고 제 몫의 3봉지를 뜯어서 끓기 시작한 물에 집어넣어요.)
좁은 동굴 내부에는 음식 냄새가 자욱하게 퍼집니다.
이런 때에 라면 냄새는…. 끝내주겠죠.
끝내주는 냄새를 맡으며....
유진이 눈을 뜨기 전에, 잠시 상황을 정리해볼까요.
당신은 분명히 숲에서 크리쳐와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핵을 부숴도 되살아나는 변종이 생겨났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핵의 부품을 흩어 놓기 위해 손에 쥐는 순간......
요란한 초침 소리와 함께 암전.
그다음은 4년 전의 어느 날, 지금.
핵을 쥐는 순간 신체 내부에서 격렬한 반응이 일었던 것으로 보아,
크리쳐 간의 무언가가 공명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그리고 당신이 토해낸 시계…
윌슨은...... 크리쳐의 핵이겠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윌슨의 바늘은 어디 있는 걸까요? 아직 뱃속에?
마저 토해내서, 합체해야 돌아갈 수 있다거나?
전혀 모르겠네요.
보글보글. 타닥타닥. 깜빡깜빡.
눈보라와 어울리지 않는 조용하고 얌전한 효과음이 동굴 안을 채웁니다.
잠깐.
무언가 이상한 의태어가 섞이지 않았나요?
깜빡깜빡?
유진:....누구?
눈을 뜬 유진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은 여러 가지 의문 중 하나의 답을 얻습니다.
이유진은 확실히 4년 전의 사람입니다, 분명해요.
전혀 모르는 눈으로, 낯설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당신처럼, 모습만 4년 전의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죠.
유상흠:호오? (이유진이 저를 전혀 몰라보는 눈치면, 속으로... 이거 재밌겠는데? 란 생각을 해요. 그렇다고 딱히 뭔갈 할 생각은 없지만...) 아, 네. 그러시겠죠~ 그쪽이 저기 눈쪽에 쓰러져있길래, 데리고 왔어요~
유진:(여긴 어디지, 내가 왜... 저 사람은? 아는 얼굴은 아닌데. 조금 방어적인 눈으로 훑었으나,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정신을 차리고 조금 지나면 점차 상황 파악을 합니다. 아.... 그랬었지, 눈 때문에 일행이랑 떨어져서.) ....이 눈길에 사람이 지나갔다니, 운이 좋았네..... (조금 중얼거렸다가,) 감사합니다, 저기, 그쪽 일행은....? 혼자서... ....?
유상흠:호오...(이유진한테서 감사하단 소리를 들으면, 이건 또, 이것대로 기분이 묘해집니다. 같이 살면서 고맙다는 말은 몇번 듣었겠지만서도...경어로 감사를 표하는 이유진... 저도 모르게 살짝 고개가 기울어져요. 어느새 이 4년 전 이유진을 관찰하고 있어요.)
유진:(.....왜 저런 반응이지....? 눈만 깜박거립니다.)
유상흠:(자신을 바라보며 눈만 꿈뻑이는 유진을 보며 재밌네. 짧은 감상을 속으로 읊은 다시 원래대로 자세를 되돌려요.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요.) 뭘요. 제가 할 일이였는데요. (과거에도, 지금에도 말이지)
(그리곤 손을 가볍게 흔들어보여요) 아, 일행은 없어요. 저도 어쩌다보니 혼자 떨어져서 말이죠.
유진:(감사 인사가 아니라, 뭔가 살려준 대가를... 원하는 건가? 하긴, 목숨 값이면... ... 아니, 그래도 지금은 뭐가 아무것도 없는데. 알 수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면서 대충 이런 거나 생각하고 있다가....) 아.
네? 하지만 여기, 도시랑은 꽤 떨어져 있을 텐데요.
그, 이 근처에 사시나요? 사람은 살지 않은 것 같았는데... ... (정말로 혼자서....? 뭐 하는 사람이야? 그러고 보면 이 동굴.... 난로도 있고.... 끓고 있는 음식에는 저절로 시선이 고정됩니다.)
유진:... ...저기, 실례가 아니라면.
... ....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냄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조용히 뱉습니다.)
유상흠:뭐어...(그 질문엔 고개를 긁적이며 과거의 자신을 떠올려봅니다. Z시를 쳐들어왔다는 크리쳐를 좀 더 자세히 구경하고 싶어서 빠져나왔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 당하겠지?)
유상흠:(겸사겸사 죽어버린 AOC 요원들이 떨어뜨린 총도 찾아내서 한번 써보고 싶었다고 하면 더더욱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할것같고.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충 둘러대요) ...피난하던 도중에 잠시 딴 곳에 정신이 팔려서 말이죠.
유상흠:그치만, 덕분에... (유진이를 살짝 검지로 가리켜요.) 그쪽도 구할 수 있었으니까요. 나름, 서로서로 잘된 일이잖아요. 그쵸?
유상흠:(제법 뻔뻔한 얼굴로 쳐다봐요.)
유진:아, Z시 사람? 큰일이네요, 시간이 얼마 없을 텐데요... 얼른 돌아가야 당신도 이동에 합류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눈가를 조금 찌푸렸다가,) 감사합니다….. 죽는 줄 알았어요.(하하… 멋쩍게 웃어버리곤 가까이 앉습니다. )
다른 재료 없이 물만 넣고 끓인 동결 건조식품이란 그저 그런 푸석푸석한 맛입니다만,
눈이 쌓인 풍경을 두고 4년 전의 어느 날에서 먹노라면 참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체력 1D3 회복.
유진:2
유상흠:(호로록, 제 몫의 라면을 2등분 해 나눠먹게 되긴했지만...그래도 기분 좋게 먹고 있어요)
1
유진:(불 앞에 앉아 옷도 말리고, 배도 채우면, 체온이 조금 돌아오는 것도 같습니다.)
유상흠:딱히 급하게 가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요. 그쪽 몸부터 추스리고 말해요. 그리고...거기 당신 몫으로 3봉지 나눠놨었는데... 같이 끓이죠?
유진:(이 사람이 아니면 나는 정말로 죽은 목숨이었을 테니까, 조금 의문이 드는 부분은 있어도... 완전히 호의적인 태도겠네요.)
유진:어, 이것까지 다 먹어도 되나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하지만 사양할 만큼 여유롭진 않아서... 다시 감사 인사를 하겠네요.)
.....감사합니다,
당신은... 제가 책임지고 데려다 드릴게요.
유진:(그래,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민간인이 여기서 혼자라니, 그냥 내버려 뒀다간 자신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게 뻔합니다. 조난을 당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죠. 고맙게도 자신을 챙겨주어서 이렇게 정신이 돌아왔으니까, 이 사람을 제대로 데려가지 않으면.)
유상흠:와하...? (이...AOC 모범대원상을 받을 것 같은 행동거지를 보이는 사람은 대체 누구지? 일단 저가 알고 있던 이유진은 아닌 듯해, 반사적으로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옵니다. )
유진:(그 반응을 보면, 당신이 왜 그러는지 짐작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뜻으로 생각합니다.) 아아, AOC거든요, 저. 군복을 입었으니까 이미 아시려나.....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지만, 뭐, 그런 건 딱히 설명하진 않습니다.) 음....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제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눈밭에 쓰러졌던 사람이 하는 말이라 신뢰도가 없으실 것 같지만... 하하.
유상흠:(진짜 4년 뒤 이유진이나, 4년 전 이유진이나 자신을 말로 당황하게 만드는 건 똑같단 생각이 듭니다. 이유진이 자신을 소개하면 눈만 살짝 굴려, 그 얼굴과 옷을 살펴봅니다.) 네, 알아요... 아는데...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곤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을 해요. 가려진 입은 웃겨서 올라가있습니다. 어울리는데...안어울려...안어울려...) ...당신... 아무리 구해줬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어디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말을 다하네요.
유상흠:(억지로 터져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고나면, 평범한 시민인 척 대답해요) 감사 인사는 필요없어요. 어차피 이건 제것도 아니니까요... (봉지 하나를 흔들어보여요.) 그냥 여기에 들리는 사람들 먹으라고 둔거예요.
뭐, AOC 대원도 쓰러지는 날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믿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요.
유진:음, 그 부분은 정말로 면목이 없어서... (그렇지, 부상 상태에서 블리자드에 조난을 당하면 역시 어쩔 수 없었지..... 하지만 아무래도 멋쩍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구해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기겠네요. 당신을 완전히 평범한 시민... 평범한 민간인으로 생각합니다. 반듯한 웃음을 보이면서,) 그러면... 다 먹으면 출발하죠, 해가 지면 곤란하니까요.
당신은 앞으로도 4년 전의 일을 하나씩 떠올리게 될겁니다.
왜 바로 기억해 내지 못할까, 그것은 아마 4년 전은 꽤 오래 지났고,
C.V에 중독되면서 몇 가지 기억이 희미해졌기 때문일 거예요.
기억을 되찾는 방법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계속해서 기시감을 느끼다가, 어떤 기억들을 꼭 필요한 순간에 떠올립니다.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사소한 일들은...
기억을 복기하지 않고 제멋대로 채워도 괜찮을 겁니다.
그야… 4년 전 오늘, 뭘 하고 있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
.
.
최강의 인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유진의 회복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꽁꽁 얼어서 괴사를 걱정해야 했던 피부는 금세 핏기가 돌고
뻣뻣하던 손끝은 부드럽게 짐을 움켜쥡니다.
허기를 대충 해결하자마자 유진은 동굴 가에 섭니다.
바깥을 살피면 인기척은 들리지 않고,
블리자드는 지나갔지만 바람은 여전히 흉흉해서,
눈이 내리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인 수준이네요.
유진:음. (바깥을 보고 있다가, 당신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준비 되셨으면, 출발할까요.
유상흠:아, 잠시만요. 출발 전에 묻고 싶은게 하나 있어서. (저를 쳐다보는 유진의 팔을 끌어서 물어봐요.) 그래서 도착 전까지 그 쪽을 뭐라고 부르면 되는데요?
(뭐어~ 이름이 이유진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유진:....아. (통성명도 안 했다는 걸 깨달으면 퍼뜩 놀랍니다.) 유진 리,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유진:그러면... (눈을 한 번 굴렸다가,) 음, 성함이....?
유상흠:(제 이름을 물으면 그제서야 씨익, 항상 보였던 그 미소를 지어요.) 유상흠. 호칭은 상흠이나 상흠씨가 적당할 것 같네요.
유진:(이름을 들으면 한 번 되새기듯 중얼거리곤, 알아들었다는 듯 미소를 띠어요.)
상황을 보던 유진이 먼저 앞장섭니다.
그리고… '
그의 입장에서 지금 당신은 민간인이나 다름없으므로,
이해는 하겠다마는.
평소보다 너무 과보호하는 듯이 느껴지겠네요...
앞서서도 뒤를 돌아보며 당신의 걸음을 계속 주시하다가,
결국은 손을 내밉니다.
유진:눈이 깊으니까요, 빠지면 위험해집니다.
유진:눈으로 가려진 절벽이나 틈이 있을 지도 모르고요. 아래로 추락하기라도 하면... (그렇게 말하면서 어서 잡으라는 듯, 손을 내밀고 있네요.)
유상흠:허어? (저한테 내밀어진 손을 보곤 손과 유진의 얼굴을 번갈아봐요. 이게 자신한테 하는 행동이란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입에서 의문형의 말들이 계속 튀어나와요.)
유상흠:이거 너무 과보호라고 생각안해요? 저 성인인데요? (신발을 눈속에 팍팍 꽂아요.) 잘 안넘어질텐데? 진짜로? 잡고가자고요?
유진:보호는 맞습니다만... 글쎄, 과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 웃었다가,) 이게 불편하시면… 로프로 연결이라도 할까요? 제가 디딘 발자국을 따라서 그곳만 밟으시면 됩니다.
음, 그렇게 팍팍 내딛다가 아래가 뻥 뚫려있을 수도 있다는 얘긴데요.
(뭐.... 여긴 아직 평지니까, 그럴 걱정은 없겠지만서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요.)
유상흠:(와, 이거 돌아가면 절대로 이유진한테 말한다, 절대로 말한다. 나한테 이런식으로 친절하게 대했던걸로 반드시 놀린다.... 저를 보며 상냥하게 웃는 이유진을 바라보면서, 그런 음흉한 생각을 해요.)
유진:(아무것도 모르는 선량한 군인....)
유상흠:(그렇지만 그런 생각이랑은 별개로, 이유진한테 보호를 받는 입장에 서있는 건 꽤나 이상한 기분이라... 괜히 툴툴댑니다.) ...에잇, 로브같은 걸로 연결되어있는 게 더 귀찮으니까! 그 손, 내놔요!
유진:아, 그럼. (짐에서 로프를 꺼내려다가, 웃으면서 도로 손을 내밉니다.)
유상흠:칫, 가요! 가자고요! (유진이 손을 내밀면, 꽤나 거칠게 잡아채버려요. 자신이 인간인 몸이 된 걸 계속해서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렇지만 같이 지내면서 유진의 손을 이렇게 잡고 이동할 일은 잘 없었기 때문에... 괜히 시선이 딴 곳을 향해요.)
유진:(확실하고 정확한 보호. 역시 이렇게 붙잡고 있는 편이 안전하죠. 이런 날씨에서는 여차하면 자신처럼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단단히 잡고 있습니다.)
눈보라가 휩쓸고 지나간 것에 더해, 온통 평평한 설원이라 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힘겹게 헤치고,
손을 잡은 채로 간간이 대화도 나누며 쉬지 않고 걸어요.
아니, 헤매는 쪽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유진:여기는 사람도 없지만 크리쳐도 없으니 다행이네요.
X시는 안전할 겁니다.
(Z시의 사람들은 거주하던 곳을 버리고 떠나야 하니까, 아무래도 그 부분을 신경 쓰고 말합니다.)
유상흠:흐음...(딱히 어떤 사람들이 안전한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지만, 적당히 호응을 해요. 그리고 물어봐요.) 유진, AOC에 들어가게 된 건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서인가요?
(이런 거... 4년 뒤의 이유진한테 묻기에는 AOC 관련 이야기라 꺼낸 적 없는데... 4년 전의 이유진이라면 그래도 물어볼 만 하겠죠.)
유진:(아까부터 조금 시선을 멀리 주는 당신이, 제 딴에는 이 끝없는 설원과 크리쳐가 들이닥친 거주지의 상황이 불안해서, 걱정되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그럴 테니까요. 게다가 제가 보고 있는 이 사람은 확실한 민간인이기 때문에….. 그래서 오히려, 더 신경을 써줍니다. 계속 말을 걸고, 손을 잡은 것도 조금도 놓지 않다가....)
아, 그거 재밌는 주제네요. 흠.....
(이 역시 자신이 꺼내는 스몰 토킹에 대한, 당신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무래도 보람찬 일이긴 하죠? 사람을 구하는 거... 음, 입대할 때만 해도 그런 숭고한 마음가짐 같은 건 없었는데 말입니다... 하하, 여기서니까 말하는 거예요.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군인들이라고 다 그런 직업 정신이 있는 건 아니니까. (장난처럼 조금 웃습니다. 흰 눈밭에 조금 멀리 시선을 두다가, )
사실.... 지금도 뭘 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진:아까 말하셨었죠, 서로서로 잘된 일이라고?
제가 오늘 상흠 씨를 무사히 Z시까지 데려가게 되면, 네, 아무래도 이런 일을 위해 여기 들어온 거라고... AOC가 되길 잘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저를 살린 건 당신이니까, 저도 그럴 수 있길 바라야죠. 도움이 되겠습니다. (가볍게 후후, 하고 웃었다가, 주변의 내려온 나무가지들을 손으로 치워봅니다.) 아, 그나저나 방향을 전혀 모르겠네....
유상흠:아.....(AOC가 되길 잘했다...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역으로 약간 차게 식는 느낌이 듭니다. 과거의 자신은 이런걸 분명 물어보지 않았겠지만, 그렇지만 그때의 이유진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작고 작은 일들이 이 녀석을 계속 AOC에 붙어있게 만들었던 거겠지 싶어... 괜히 짜증이 납니다. 이런 식으로 열심히 움직이고, 고민하는 녀석도... 잘 없는데...)
(괜히 유진이 다리를 툭툭 차요.) ...AOC 너무 믿지 말라고요. 사람 구하는 거에 너무 목매지도 말고. 사람도 좀 의심할 줄 알고.
유진:음? 하하, 그럼요, 그럼요.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그저 조금 웃음을 흘리면서 대꾸합니다. 친절하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때의 유진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로, AOC의 정의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유진을 잘 아는 당신의 눈에 다 보일 정도로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당신은,
 관찰력 판정.
유상흠:(솔직히 말해서 AOC같은 데... 바로 나오면 좋을텐데... 분명 동굴에 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로, 말할 생각이였는데... 그렇지만 왜 지금 이 말이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유상흠:...아, 딱봐도 알겠네. (결국 마주잡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머리를 흐트려버립니다.) 지금 제 말 한귀로 듣고 흘렸죠?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진:....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슬쩍 돌아보며 괜히 웃어보입니다.) 잘 들었어요, 흘리지 않았는데.
파묻힌 나뭇가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부자연스럽게 꺾여있는 것이 당신의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의 손이 닿을 법한 위치의 나뭇가지 하나만 왼쪽으로 꺾여있네요.
검은 작대기가 위태롭게 흔들립니다.
유상흠:에이, 제 앞에서 거짓말 할 생각하지 마시고. 네... (괜히 마음이 복잡해서 자연스럽게 반말이 튀어나오려던걸 삼켜요.) ...유진, 당신 표정... 꽤나 알아보기 쉬우니까요.
(그리곤 흐트려버렸던 머리를 다시 정리할 때 쯤이면, 이상한 나뭇가지를 발견합니다. 주제도 돌릴겸 언급해요.) ...것보다, 저 나뭇가지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유진:그래요? 표정이? 그런가... (남는 손으로 제 얼굴을 한번 꾹꾹 눌러봤겠네요. 이 사람 앞에서는 딱히 감출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서겠어요. 이 설원에는 다른 사람도 없을뿐더러... 당신은 오늘 처음 만나고, 그리고 조금 있다가는 헤어질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 나뭇가지?
아ㅡ
당신의 말을 따라 그쪽을 보던 유진은 무척 반가운 눈치입니다.
유진:동료들이에요. 후발 부대를 위해서 길을 표시할 때 이런 식으로 하거든요.
맞게 왔네요, 서쪽으로 조금 더 걸으면 될 것 같습니다.
멀리 떨어진 건 아니라 다행이네....
"죽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했을 줄 알았는데."
동료들이 믿고 기다리고 있다는 건 그에게 꽤 반가운 일이겠죠.
유상흠:하ㅡ, (역으로 표정이 구겨져요) ...동료 들 말이죠...? (차라리 말하지 말걸...)
C.V를 이식받기 전의 유진은 어떤 동료와 어떻게 지냈는지,
4년 전의 당신도, 4년 후의 당신도 알지 못합니다.
그때는 유상흠이 아닌 다른 파트너가 있었을까요.
남겨진 표시를 따라 걷다 보면, 높은 절벽이 나옵니다.
길이랄 것이 없는 막다른 곳이네요.
유진:....흠.
(당신의 표정이 구겨진 것도 알지 못하고, 남겨진 표시를 보면 드디어 실마리를 하나 찾은 듯이 곧장 그쪽으로 함께 걸어가겠네요.)
유상흠:뭐, 아무것도 없네요? 잘못 온걸지도? 뒤로 돌아갈까요? (막다른 곳이 보이면 오히려 좋아해요.)
유진:(그러고는 절벽이 나오자 멈추어 섭니다. 잠깐 손을 놓고 꼭대기를 올려보고 있다가... )
아, 아뇨. 상흠 씨가 잘 찾아주셨어요, 확실합니다. (당신의 말이 들리면 웃으면서 절벽을 가리킵니다.)
절벽을 살펴본다면 일정한 간격으로 찍힌, 눈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선발 부대가 어떤 길을 가로질러 갔는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AOC, 최강의 인류 집단에겐 막다른 곳조차 또 다른 길이 되는 법입니다.
절벽을 오르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죠.
하지만 문제라면......
지금의 유상흠은, 최강의 인류도, 최강의 크리쳐도 아니네요.
잠깐 절벽을 살피던 유진은 익숙하게 품에서 벨트를 꺼냅니다.
버클을 열고 길게 늘인 후...... 당신을 묶네요.
유상흠:(아이고, 사람이 유능해도 이게 문제네. 자화자찬을 하면서 허탈하게 그 흔적을 바라보다가도....)
유상흠:(저를 묶어버리면...이제 정말로 AOC가 근처인 듯 느껴져서... 머뭇거리지 않고 그냥 물어보기로 해요.) 유진... AOC를 나올 생각은 없어요?
유진:네, 네... 알아요. 미친 짓 같죠, 하지만 이렇게 매달고 여길 올라갈 거니까요. (당신이 무어라 말하는 것이 당연히 이에 대한 항의라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가... 뒤늦게 무슨 말을 했는지 듣습니다.) .....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가,)
(다시 벨트를 꽉 조입니다.)
유상흠:(그 말엔 덤덤하게 대답을 해요) 그건 별로 상관없는데. 절벽 정도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죠. 그것보다 AOC요.
AOC, 나올 생각은 없냐고요. (아, 이쯤되면 진짜 오지랖이 맞긴합니다. 지금의 이유진은 모르는 사람이고,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은 성격에 안맞는 일이란 걸 알아차려요.)
유진:아.... (조금 말문이 막힙니다. 눈을 굴려요. 아아, 그렇구나... 엄청 나쁘게 보였나? 사람을 눈밭에 버리고 가서? 일반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아까 죽은 줄 알고 포기한 줄 알았다느니, 뭐니... 그렇게 말하지 말걸. 여기서도 상흠의 말을 대차게 오해합니다. 지금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 안에서 가장 말이 되는 결론을 끄집어 냈기 때문이겠죠. 4년 전의 이유진이 하기에는 이것이 최선일 겁니다. 하지만 당신을 등에 붙여야 하기 때문에, 시선은 곧 떨어지겠네요.)
유진:글쎄요, 사실 아까는 말 안 했는데...
유진:제가, 그.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라. (아, 이거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기 진짜 창피하네.....)
유진:그래서... 동료들도 딱히 걱정은 하지 않을 거예요? 살아 돌아올 줄 알고 있을걸요, 분명...?
유진:아까 제가 말한 건 그냥 농담이고.... 음..... (어쩐지 궁색한 변명처럼 느껴져서 뺨을 긁적입니다.)
유진:그리고... 음.... 제가 없으면 이게, 영... 힘들다고 할지?
유진:아, 좀.... 그렇네요..... 오늘 처음 만난 생명의 은인한테 자랑할 만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중얼중얼....)
(아무래도 자신이 죽어가던 걸 구해준 사람 앞이니까 더, 신경 쓰이겠어요... 이름에 걸맞게 끝내주게 구해주거나 한 것도 아니고 말이죠. )
그러면서 벨트를 다 장착하고 나면,
상흠은 유진의 등에 바짝 붙은 모양새가 됩니다.
새끼 원숭이...... 혹은 새끼 거북이......
조금 그런 감상이 들었을지도 몰라요.
이 시절의 유진 리는…. 최강의 인류지만 최강의 크리처는 아닙니다.
괜찮을까, 그런 의문은…
솔직히, 안 들었나요?
그런 걱정보다는, 이 자세가 낯설 뿐일지도 모릅니다.
최강의 인류이자 최강의 크리쳐였던 당신에게는 말이에요.
유상흠:아..........(여기까지 이야기를 전부 듣고나면 이 앞의 이유진이 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지 완전히 파악했습니다. 이 녀석 완전 내가 AOC를 블랙기업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그 것도 맞긴한데, 맞긴한데…)
(자세 거슬려... 이유진도 거슬리고, AOC도 거슬리고 이 앞에 가있다는 이유진의 동료들도 거슬립니다)
당신을 짐짝처럼 매단 유진은 거침없이 절벽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크랙에 손가락을 걸고 훌쩍 뛰어오르는가 하면,
책의 펼쳐진 면처럼 매끈한 코너를 온전히 팔 힘으로 딛고 기어오릅니다.
유상흠:하, 진짜 성격에 안맞아서 못해먹겠네.... (유진에게 절벽 위까지 데려가지면서도, 혼자 중얼거려요.)
유진:네? 불편하다고....? 조금만 참아요...! (완전히 잘못 듣고 대답합니다.)
뒤에 매달린 상흠은…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못해먹겠네............
...괜찮은가요? 멀미는 없나요?
점점 지면이 멀어집니다.
유상흠:(애초에 이런 비일상적인 느낌을 즐기니까요. 오히려 평지에 서있는 것보다 이렇게 공중에서 흔들거리는게 100배는 재밌죠.)
기분이 나쁜 것 빼고는, 멀쩡합니다.
유상흠:(게다가... 이 이유진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힘쓰는 일이 살면서 또 몇번이나 있을까...생각이 들면 지금은 즐겨야되는 타이밍이고... 그런데...)
(...기분이 엄청 안좋습니다. 얼굴에 그게 팍팍 티가나요.)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면….
꽤 높게 올라왔네요.
이런 곳에서 떨어지면 즉사, 아무래도 그렇겠죠.
하지만... 예전에는 이보다 높은 곳에서도 훌쩍 뛰어내릴 수 있었는데요.
크리쳐가 되기 전에도, 유진이 받아주었으니까요.
가령 헬기 위, 라던가.
유진:
오르기
기준치:50/25/10
굴림:29
판정결과:보통 성공
유진:(숨이 차오르지만,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절벽을 오릅니다.)
유진:(얼추 중간은 넘었나... 사람 하나 무게가 추가되니까, 훨씬 힘들기는 하네요.)
유진:
오르기
기준치:50/25/10
굴림:57
판정결과:실패
덜컹,
유진이 붙잡았던 크랙이 갈라지면서,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집니다.
유진:........ (표정을 구기면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손으로 다른 곳을 붙잡아요.)
미안해요, 놀랐지.
유상흠:별로요? 이정도 덜컹거려야 재밌지 않나? (일상 대화를 나누듯이 대답해요. 이대로 떨어지는 것도 꽤나 스릴 넘치겠네 바닥 보면 예전에 헬기에서 낙하했던 것도 떠올라요.)
유진:....?....??
유상흠:(이젠 별로 자기 성격을 숨길 생각도 안해요. 표정도 안숨겨요)
(남아있는건... 그나마 어중간하게 남아있는 존대뿐...)
유진:(뭐지, 이 사람....)
(하지만 입을 열면 체력이 더 소모될 뿐이니까, 그 대답은 하지 않았겠네요.)
(아까 눈밭에서와 다르게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차오르는 숨소리만 추운 공기에 입김을 만들어내고, 까마득한 절벽을 타고 오릅니다.)
유상흠:(정말로 이제 다 포기했어요. 이 끈에 맘편히 기댄채로 뒤늦게라도 말해요.) 저 사실 당신이 최강의 인류인거 알고있었으니까요. 것보다 이름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유진이라는거.
유진:(아, 너무 무서워서 공포를 스릴로 승화시켰나. 그럴 수 있지. 안전장치도 뭣도 없이, 여기서 떨어지면 즉사니까.... 그런 생각이나 하다가, )
(......음? 아, 이건.... 내가 유명해서겠구나, 그렇게 생각했겠어요.)
유상흠:아, 존댓말도 귀찮네 이제.........그러니까 가볍게 흘려듣지 말라고 이유진. AOC 나오라니까? 나중에 너가 거기서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알아?
유진:(뭐야, 그럼 어색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네. 알고 있었잖아.)
..........예?
(계속 속으로만 생각하며 넘기다가, 결국 저 말에는 입 밖으로 소리를 내고 맙니다.)
유상흠:(정말로 다 놨어요. 절벽윈데... 떨어지면 요단강 행인데도. 게다가 자기 목숨줄이 이유진인데... 그런걸 하나도 신경 안써요.)
유상흠:(그리고 그대로 유진의 목을 끌어안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요. 여기가 현실인지, 환상인지. 그런건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지금 자기 앞에 있는게 4년 전의 이유진이니까. 그런 이유진한테 아무말도 안하는 건... 솔직히 자신답지 않잖아요.) 너 나중에 AOC한테 크리쳐로 개조당해. 그것도 기억도 잃고.
그러니까... AOC 같은덴 그냥 나와버려. 물론 내가 AOC에 들어가는 건 몇년 뒤의 일이고... 그래서 너랑 못만나는 건 좀 아쉽긴 한데.
것뿐이니까.
유진:잠, 잠깐만요... 지금 저, 정신없고 위험하니까 가만히.... (무슨... 무슨 소리야? 갑자기? 절벽에서? 눈에 띄게 당황합니다. 절벽의 크랙을 잡으려던 손이 조금 허공을 방황하다가,)
오르기
기준치:50/25/10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탁!)
유진:(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잡습니다......)
유진:(이를 악물고 크랙을 붙잡아 올라요.)
칼날 같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헤집고, 찬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드디어 정상입니다.
유진:하아.............................
평평한 땅에 몸을 올린 유진이, 당신을 풀어주지도 않고 드러눕습니다.
유상흠:오. 도착했네. (아무런 힘도 안들였습니다.)
샌드위치가 된 채로 호흡을 가다듬으면.......
자연히 시야에는 하늘이 들어옵니다.
유진:(힘들어 죽겠네........... 대답 없이 숨을 몰아쉽니다. 이 사람이 가만있질 않아서 2배는 더 힘들었을 지도 몰라요.......)
회색 하늘, 흰색 눈송이.
4년 전이고 4년 후이고 조금도 다르지 않은 풍경.
그때 보았던 하늘도 정말로 이랬던가.
돌아갈 수 있을까, 조금쯤 그리운 느낌이 듭니다.
유상흠:그래, 잠시. 쉬고 있고. 이건 내가 풀어볼게. (자세도 마음에도 안들고 불편하니까... 자신이 먼저 줄을 풀어보려고 해봐요.)
샌드위치인 채로 줄을 풀어봅니다.
그래요, 분명히 이랬던 때가 있었어요.
우연히 AOC 대원이던 유진을 구하고,
단둘이 한 겨울을 걷고, 절벽을 올랐던 때가.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날 처음 만났던 유진은 이런 얼굴로 웃고 있었는데.
당신의 계기는 무엇이었던가요,
유상흠, 당신이 AOC가 되려고 마음 먹었을 때...
지금의 일이 한 조각의 이유 정도는 되어주었을지도 모릅니다.
벨트를 풀고, 숨을 조금 고르고 나면.
절벽 위도 눈투성이인 건 여전합니다.
유진:....음, 더 누워있다간 아까처럼 눈 속에 파묻히겠네. 갈까요. (미련 없이 드러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체 없이 방향을 살핍니다.)
유상흠:(줄을 풀다가도, 하늘이, 흩날리는 눈송이가 계속해서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나, 정말.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지금의 유진에겐 당신이, 주어진 임무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유상흠:(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유진을 쳐다봐요. 혼자서 열심이지... 괜히 그런 감상에 빠집니다. 그러고보면 AOC에 들어가게 된 것도 AOC엔 이런 바보같은 녀석이 더 있을 것 같아서 였던가...?)
그가 누워있는 당신에게로 손을 뻗습니다.
유상흠:(자신에게로 손을 뻗으면 그대로 역으로 손을 잡아 당당겨요.) 어디를 가려고. 내가 말했잖아. 너, 가면 안된다고 거기.
유진:(절벽을 오르느라 까진 손가락들을 대충 갈무리하다 내밀었던 손입니다. 당신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그쪽으로 잡아당기지만.... )
아, 그랬죠.
지금의 당신은 크리쳐도, AOC 시절의 신체능력도 아니니까....
평소와 같은 힘으로 당겨봤자, 당신 앞의 이 사람은 끄덕도 안 하겠어요.
유진:힘든 건 알겠지만.... 안돼요, 일어나세요. (조금 눈을 깜박이다가, 잡은 손을 쭉 당겨서 일으켜 세웁니다.)
해가 지면, 저희 둘 다 얼어 죽을 수밖엔 없다고요.... 자아. (제대로 바닥에 세워줍니다.)
유상흠:(아, 짜증 역으로 일으켜 세워지면 정말...답답합니다. 그리고 이유진이 이 정도로 사람 말을 안듣는 사람은 아니였는데 싶어가지고 그 얼굴을 쳐다봐요.)
유진:(사실 절벽을 오르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바람이 귀를 때려서 제대로 듣지 못하기도 했고.... 설사 제대로 들었다고 해도, 이건... 종종 있는 극한 상황의 정신 착란... 헛소리 정도라고 치부하겠네요. )
유상흠:하... (결국엔 크게 한숨을 내쉬곤 붙잡아요.) 그렇게 사람 무시하는 태도로 대하지 말라고. 그런 태도...사람 화나게 만드니까. 너, 또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고 있잖아.
정말로 못믿겠으면 자세히 설명이라도 해줄까? 정확히 어떻게 벌어진 일이고, 누구 주도로 벌어지는건지?
유진:....음.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짓습니다. 잠깐 뭔가 생각하더니,) 그러면... 걸으면서 들을게요.
여기서 오래 얘기할 시간은 없으니까,
정말로 위험하다니까요, 날씨도 좋지 않고, 해도 지게 되면....
달래는 투로 대답하네요.
지금의 유진의 눈에,
당신은 그저 민간인, 그뿐입니다.
4년 후의 유진이라면 이러지 않을텐데... 당신과 쌓아온 유대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이 시점의 이유진이 처음 만난 사람의 '이런' 말을 들을 리가 없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목이 빠질 정도로 켜켜이 쌓인 눈은 차고 단단합니다.
절벽 위쪽의 나뭇가지는 여전히 한 방향으로 꺾여있습니다.
두 사람이 그 간격을 따라 걸으면,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붑니다.
건조한 눈 냄새가 나요.
술렁거리는 공기는 꼭 짐승의 울음소리 같습니다.
유상흠:(아 거, 참. 밤이 뭐라고...!!) 난, 것보다 네가 AOC로 돌아가는게 위험하다고 말하는거라고.
눈보라의 조짐... 문득 유진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유상흠:(일단 같이 걸어가요...걸어가긴 하는데... 저 자식 지금 제 말을 귓등으로도 안듣는게 보여요. 고집은 또 쎄서, 어디를 찾아가라던가 의심하라던가 그런 말을 해도 안듣겠죠. 그런데도 해요.)
유진:....잠깐만, 상흠 씨. (당신이 옆에서 AOC에 관한 이야기를 아무리 하고 있어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눈에 정확한 증거를 들이밀어도 의문이 들 마당에 말이죠. 미래에서 오기라도 한 건가, 전에 본 영화가 생각날 뿐이겠네요. 그러다, 공기의 심상치 않은 흐름을 읽으면 당신의 말을 막습니다.)
눈보라가 올 거예요.
유상흠:아! 또 뭐! (안그래도 말을 안들어주는게 답답한데, 더이상 하지말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면 이제 진짜 성질이 나요!) 눈보라가 뭐 어쨋는데?!
유진:괜찮겠어요? (솔직히 시간이 없으니 빨리 가면 좋겠다만, 지금은 이 사람이 함께 있으니까.... 자기 혼자라면 몰라도. 그래서 물어봅니다. ) 견딜 수 있으면 강행하고, 힘들 것 같으면 피할 곳을 찾아볼게요.
유상흠:하... 뭐가 걱정되서 그렇게 물어보는지 모르겠네... 너 지금 되게 서두르고 있잖아. 혼자였다면 쉴 생각같은건 전혀 안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툭 내뱉곤, 어깨를 으쓱여보여요.)
그렇다면 원래 하려던 대로 해. 딱히 날 위해서 그 계획을 바꿔달라는 말 같은거, 너한테 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리곤 유진이 가려고 했던 방향을 엄지로 가리켜봐요.) 저 쪽으로 가는거 맞지?
유진:음.... (그런 말을 하면, 조금 고민하다가,) ....그래, 지나가길 기다리다 해가 져버리는 것보단 나을 거예요.
제 옆에서 떨어지면 안돼요.
휘잉,
얼마 안 있어,
유진이 말한 대로 거센 눈보라가 밀려오고 시계가 하얗게 물듭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온통 순백 일색이라 원근감이 사라집니다.
흰 세상에 오점처럼 남은 것은 이유진과 유상흠 뿐.
주위로 두르고 섰던 나무들이 갑자기 창살처럼 상흠의 주위를 둘러쌌다가,
손을 뻗으면 또 저 멀리 사라져버려 허공만 움켜쥡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한여름의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공간.
잠깐 눈보라에 시야가 막혀, 손을 놓았던 찰나..
눈을 깜빡이면 유진이 보이지 않습니다.
유상흠:(하아, 살면서 누군가한테 이런 식으로 매달리듯이 말좀 들으라고 한 적이 없었는데...갑갑...하네...)
당신을 놓치고 홀로 나아간 건가요?
아니면, 뒤에서 헤매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답답한 마음과, 답답한 상황.
눈보라를 가르며 나아가고 나아가도... 보이는 이가 없습니다.
유상흠:(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으면, 어느 순간, 근처 어디에도 이유진이 없습니다.)
와...나...(....사라질거면 사람 말이라도 들어주고, 사라지던지....그냥 지금 이 상황에 너무나도 허탈해집니다.)
(아무리 나아가도 사람이 안보이면 처음에 했던 것 처럼 그냥 바닥에 드러누워요. 당연히 눈 아래에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지만 여러모로 피곤해져서 잠시 눕고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눈 아래에 물어봐요) 이유진, 이유진... 있냐?
이 설원에 다시금 홀로 버려진 기분이 듭니다.
피곤한 것이 당연한 몸을 바닥에 눕히고,
목소리를 내보지만...
소리마저 먹히는 대자연의 백색은, 이토록 희고 흽니다.
혹시나 해서 귀를 기울여 봐도, 유진의 목소리는커녕
바람 소리만 먹먹하게 귀를 메웁니다.
만약 여기서 당신이 죽으면,
미래의 유상흠은 어떻게 되는 걸까.
4년 후의 그 시간들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그대로 지워지는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무섭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당신은 똑똑하니까....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걸요.
유상흠:흠. 이래서 사람을 혼자 두면 안되는건데 말이야. (괜히 이상한 생각이 들 것 같자. 품에서 윌슨이나 꺼내들어요.)
인간의 나약한 몸은, 정말로 금방 죽어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조난을 당했어요.
유상흠:이래서... 크리쳐 몸이 좋다고 했던건데.... 추워도 안죽고, 안먹어도 안죽고, 정말로 죽었다 치더라도 되살아나고...
품에서 꺼내든 작은 윌슨은, 눈보라에 시야가 가려 어쩐지 성가실 만큼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크리쳐의 몸을 떠올리며 비교해 보면, 차이는 더 극심합니다.
.........
유상흠:(눈을 갸늘게 뜨고선 윌슨을 쳐다보려 하다가도, 결국엔 포기하고 집어넣습니다.) ...그런데 또 여기서 포기하는 건 내 성격에 안맞아서...
(이렇게 눈도 많이 오겠다. 아예 눈을 파고 들어갈 생각을 해요 토끼굴처럼. 그나마 체력이 있을때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당신이 포기하지 않고 고개를 들었을 때,
유진:ㅡ괜찮아요?
덥석 잡아오는 손이 있습니다.
언제, 어느 때고 당신의 곁에 섰던 사람.
폭주와 죽음 후 깨어날 때마다 자리를 지키던 파트너.
당신이 그의 소생을 지켜보듯 그 또한 당신의 소생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몇 번이고 다시 만났던 그 얼굴...
비록 4년 전이라 조금 앳되지만요.
유상흠:....뭐야, 이유진이잖아.
자신의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아서, 답답하고... 화가 나더라도...
의심할 여지 없이 안도감이 듭니다.
유진:아, 사라져서 깜짝 놀랐어.....
화이트아웃이에요, 안개가 가라앉으면 괜찮을 거예요. 떨어지지 않게 꽉 붙잡고 있어요, (꽉 붙들어 안아서, 조금만 떨어져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 대신 감각에 의존해 근처의 커다란 나무로 이동합니다.)
유상흠:(안도감도 들긴하지만, 동시에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맞습니다. 괜히 그 뒷모습을 노려봐요.)
새하얀 시야를 앞에 두고 유일하게 새까만 나무.
빛이 들지 않아 거무죽죽한 뿌리 근처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
유진:영하의 날씨에 새삼스레 체온이 뚝뚝 떨어집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 상황.
하지만, 당신이 화를 내면 낼 수록...
지금의 유진에겐 당신이 이상하게밖에 보이지 않겠죠.
그래요,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막막한 기분이 눈안개처럼 밀려듭니다.
그저 가까이 붙어 앉거나 온기를 나누면서,
이 흰 시련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유상흠:아, 진짜 난 옷을 또 왜 이런 걸 입고 있어가지고... (말끝마다 분노가 붙어있어요. 자신이 이상하게 보일 걸 알아도 화가나는 걸 숨길 생각은 없습니다.)
유상흠:(그리고...이 상태로 계속해서 눈을 맞고 있을 생각도 없습니다. 눈으로 벽을 쌓아봐요.)
나무 기둥을 한 축으로,
눈을 파고 들어가 공간을 쌓으면서,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온기를 보존합니다.
안개가 가라앉고 시야가 트일 때까지.....
.
.
.
화이트아웃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붙어앉아있을 때는
세상이 전부 고요합니다.
서로가 아직 인간일 적의, 인간의 심장소리.
유진 리:(조금 나은 듯한 추위와 적막. 그러면 시선은 바깥으로만 둔 채로, 문득 먼저 말을 꺼냅니다.) 아까, AOC에 관한 거… 기억은 하고 있을게요.
조심... ...도 하고요.
유상흠:(흠, 생각해보니 이런 상황은 꽤나... 어색할지도. 둘 중 한명도 크리쳐가 아니라 인간인건 또 처음이라.)
(묘한 얼굴로 벽에 기대고 있으면, 갑자기 옆사람이 하는 말에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봐요.) ...엥?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겨서?
유진 리:(아무래도 신경이 쓰인 쪽은 AOC에 관한 내용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이 화난 것 같으니까... 그쪽일 것 같습니다. 돌아가기 전까지 괜히 불화를 만들 필요는 없을뿐더러… 어쨌든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인 건 느껴지니까요.) 아니, 아까 그렇게 들어라 들어라 하길래... 잊어버리진 않겠다고요? 괜히 걱정할까 봐. (작게 으쓱입니다.)
아마 이것이 최선이겠죠,
미래를 알지 못하는 지금의 그로써는.
유상흠:흐음...? (팔짱을 낀채 잠시 이유진을 쳐다봐요. 또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건 아닌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면... 아, 이건 진짜 자신의 기억에 없는 이유진이예요.)
(저렇게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 채로 쳐다보는 이유진은 정말...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괜히 머리를 긁적이곤, 고갤 돌려버려요) ...그러든가. 나도 이제 더 언급할 생각 없긴 하고.
그렇게 잠시 후에는 백시가 가라앉아,
하얀색 일색이던 시계의 원근감이 돌아옵니다.
반대편을 내려다보면 저 멀리 도시가 보입니다.
당신이 나고 자란 Z시.
이만큼이나 멀리 왔었던 거네요.
새삼스럽게 그 거리가 실감이 납니다.
나뭇가지를 꺾은 흔적은 더 보이지 않습니다.
그야, 목적지가 이토록 선명하기 때문이겠죠.
유진 리:갈까요, Z시 17번 게이트 근처에 작전 본부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절벽을 다시 내려갈 필요는 없겠네요,
완만한 비탈길이 나타났거든요.
유상흠:...와, 진짜로 가기 싫다... (이젠 AOC를 싫어하는 티도 숨기지 않아요)
유진 리:혹시 조난 당하는 게 취미셨나요?
유상흠:(그 말엔 자연스럽게 머리를 콩 때리겠네요) 살다살다, 내가 이런 소리를 다듣네.
조난이 취미가 아니라, AOC가 싫은거라고. 보면 몰라?
유진 리:아야, 사람을 막 때리고... (억울.)
유진 리:어차피 오래 있지도 않을 건데요, 당신은.... (맞은 곳에 손을 올렸다가 투덜거렸습니다. AOC는 이동할 도시까지만 동행할 테니까. 혼자 가는 건 위험하니 싫어도 어쩔 수 없을 텐데... 자신에게 AOC가 해를 끼친다던 내용 때문에 덩달아 상흠도 AOC를 그렇게 싫어한다 까지는.... 생각이 이어지진 않겠네요. )
그렇게 곧장 걸으면, 두 사람은 곧 Z시 외곽에 도착해요.
높이 쌓았던 바리게이트는 무너지고,
뼈대를 드러낸 건물의 잔해 사이로는 크리쳐가 돌아다닙니다.
유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일 지도 모르겠어요.
탄환이 모자라서일지도,
아니면 민간인인 당신을 달고 무리할 수는 없으니 조심해야 하기 때문일지도.
외곽에서 17번 게이트로 향하는 길은 3갈래로 나뉩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길,
학교를 가로지르는 길,
그리고 놀이터를 가로지르는 길.
유상흠:(주위를 쓱 둘러봐요. 제 손을 접었다 폈다하며 유진을 쳐다봅니다. 무기도 없고, 신체능력도 저하된 상태, 게다가 되살아 나는 능력도 없음.)
유진 리:...여기서 살았다고 했죠, 보통 어디로 다녔어요? 어느 길이 제일 괜찮을지 모르겠네. (마찬가지로 주위를 보고 있습니다.)
(딱 봐도 돌아다니는 것들이 수가 많아서, 운이 나쁘면... 조금 벅차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당신은 원하는 길을 골라도 되고,
지능 판정을 해볼 수도 있겠네요.
유상흠:(이거, 어떻게 도와주긴 해야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들려오는 물음에 한번 과거를 떠올려봐요.) 나? 예전에?
아무래도... 이떈... 학생이였으니까, 대충 학교를 가로지르는 쪽으로 많이 다녔던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면서 더 좋은 길이 있는지 한번 생각은 해봐요)
 지능 판정.
유상흠: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유진 리:(이때는? 무슨 뜻이지, 오래전 얘기처럼 말하네.)
아, 그랬었지.
크리쳐가 8차선 도로를 통해 유입된 탓에,
제일 먼저 출입 금지 구역으로 봉쇄되면서...
사람의 출입이 줄어들다 보니, 요즘엔 되려 크리쳐들마저 뜸해진 구역.
도로를 가로지르는 길이 좋겠네요.
당신 또한, 설원으로 나올 때 이곳을 통했었겠죠.
Z시를 다시 밟으니 예전의 기억이 또렷이 살아납니다.
유상흠:(지금 시점으로는 자신도 학생이 맞을텐데,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말한 것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어요.)
(그것보다... 주위를 둘러보다보니 조금씩 옛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도 같아요. 바닥의 눈이 제 발에 밟히는 소리가 들리면 더더욱이요. 도로 방향을 가리켜보여요.) ...그런데, 크리쳐가 잘 안다닐 것 같은 방향을 찾는다면... 그건, 저쪽이네.
유진 리:오... 과연 현지인.
 유상흠, 행운 판정.
유상흠:(전, 현지인이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태클을 걸진 않아요)
유상흠:
기준치:70/35/14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도로를 가로지르는 길에는 크리쳐 하나 보이지 않아요.
훤히 드러난 곳이라 엄폐물이 없어,
조우했다간 크게 곤란했을 텐데......
다행입니다.
아니,
여기에 없는 크리쳐들은 이미 다른 Z시 곳곳에 바글거릴 테니
크게 다행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아스팔트 도로를 한참 걷다 보면...
 다시, 행운 판정.
유상흠:(크리쳐가 아예 없으면...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만... 뭐어, 자신이 안다치는게 제일이니까요.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곤 걸어요. 지금, 다른 사람을 걱정할 상황도 아닌 것 같고.)
기준치:70/35/14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오, 제법 쓸만한 자동차를 발견합니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겠네요.
유상흠:호? (차를 발견하면 작게 휘파람을 불어요. 한번 문열어서 키는 꽂혀있는지, 시동은 걸리는지 확인해봐요.)
운전석에는 편리하게도 키가 꽂혀있네요,
운이 좋습니다.
유상흠:(차 안을 살펴보고 나면, 작게 휘파람을 불어요) 이야, 럭키.
유진 리:빠르게 갈 수 있겠네, 다행이에요. (자연스럽게 당신에게 보조석으로 고갯짓을 하겠네요. 제가 운전하겠다는 뜻으로.) 옆에서 내비게이션 역할 좀 부탁해요.
시동도.... 오, 부드럽게 걸리네요.
유상흠:나도 왕년에 레이싱 게임을 좀 해본 적이 있긴 한데 말이지...(실제 차는 몰아본 적이 없단 소리를 돌려 합니다. 거절할 생각은 없는지 자연스럽게 킥킥 웃으면서, 보조석으로 이동해요.)
두 사람이 차에 탑승합니다.
마주친 크리쳐는 없지만,
도로 주변에는 금속형 크리쳐의 잔해와 무너진 핵들이 눈에 띄고 있으니...
빠르게 벗어나는 쪽이 좋겠다고 판단되겠죠.
유진 리:그래도 금속형 놈들뿐이라 다행이에요. (도로에 널린 것들을 보고 눈을 조금 찌푸립니다.)
요즘 들어 새로운 게 등장해버려서... 좀 까다롭게 됐거든요. (운전대를 쥐고는 그런 얘기들을 하겠네요.)
내가 여기에 파견된 것도...
유상흠:(그 말엔 고개를 살짝 갸웃합니다.) 새로운게 등장했다고? 그게 뭐지... 생체형 크리쳐를 말하는건가?
유진 리:어, 알고 있네요? 일단 그렇게 부르기는 한다던데.
유상흠:(그렇게 대충 대답하면서, 차 안에 간식같은건 없나 뒤져봐요.)
유진 리:핵의 위치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워서, 능력도 제각각이라 상대하기 까다롭고요. (바깥을 살피며 운전합니다.)
그 생체형들 때문에, 원래 이 구역 담당인 대원이 사망해버려서... ...
그러니까 위험하단 거예요, 설원은 겨우 지나왔지만.
도착할 때까지 안심하긴 이르단.... 자, 이거 찾아요? (굴러다니는 초코바 하나를 옆으로 던집니다.)
유상흠:흐음, 그게 이쯤부터였구나... (운전도 이유진이 해주겠다. 편안하게 앉아있으면, 초코바까지 쥐어줍니다.) ...뭐지, 나한테 초코바를 뺏어가는게 아니라 준다고?
너가?
(이것도 꽤나 신선해서 초코바랑 이유진을 번갈아 쳐다봐요.)
유진 리:응? 아니,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만한 그런 반응은 좀.... 제가 언제 뭘 뺏어갔다고 그러십니까, 아까 라면은... ... 어쩔 수 없었던 거고.
유진 리:민간인한테 그런 짓 징계 감이라고요. 어디서 그렇게 말하면 큰일 납니다. (다른 얘기라고는 짐작하고 있지 못하겠네요, 동굴에서 라면을 나눠먹었던 그거 말하는 거겠지....)
유상흠:아하......(이녀석은 모르는게 당연하겠지. 혼자 작게 웃어요) 하, 있어. 집에 초코바가 10봉지 가득 쌓여있어도, 남이 먹으려고 챙겨둔 초코바만 요구하는 나쁜 녀석이.
유상흠:(그리곤 간단하게 캐치한 초코바를 뜯어 입에 물어요.) 녜, 이야끼, 하는건 아니였으니까.
유진 리:정말? 성격이 고약하네요, 그건 무슨 심보래요? (도로에 방해물들 때문에 속력이 잘 나지는 않지만, 걷는 것보단 빠르겠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말투로 전방을 살피며 운전하고 있습니다.)
유진 리:그러니까, 핵이 겉으로 안 보인다는 건 죽을 때까지 갈겨보는 수밖엔 없단 얘기거든요..... (설원에서 벗어나면, 몸이 편해서 그런가.... 조금 말이 많아집니다. )
금속형이었던 게 인간을 먹거나 관찰해서 형태를 바꿔서 진화한 쪽이 유력하다네요? 징그럽게.
그래요, 지금의 유진은 모를 수밖에 없죠.
남의 초코바를 뺏어먹는 사람이 누군지도,
생체형 크리쳐의 진실도.
도로를 빠져나와, 적당한 곳에 차를 댑니다.
유진 리:(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려다가, 멈칫합니다.)
....잠깐만.
유상흠:(뭐어, 지금 생체형 크리쳐가 사실은 만들어진 존재이고, AOC와 정부가 손을 잡고 개체수를 조절해왔다는 사실을 알려줘도 저 이유진은 못믿겠죠.)
(당장 AOC를 믿지 말라는 말에도 저렇게 거부감을 느끼니, 이번엔 먼저 말하지 않아요. 차에서 내리려고 하면, 의아한 얼굴로 물어요.) 뭔데?
유진이 검지를 제 입가에 가져다 보인 후에 가르키는 것은...
금속형 크리쳐 10마리.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됐는데, 번거롭게 됐네요.
유상흠:(분명 몸은 민간인의 몸인데, 머리는 산전수전 다겪은 전 AOC 대원이라...순간 애개...란 생각이 들어버립니다.)
유진 리:여기서 조용히 기다려요. (목소리를 낮추어 소곤거리곤,)
유진은 차에서 조용히 내립니다.
당신과 거리를 벌린 후에 싸우려는 생각이겠죠,
무기도 없는 민간인을 상대로는 당연한 조치겠지만...
늘 옆에서 싸웠던 당신에게는 어색한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4년 전에는 이랬었죠.
유진과 크리쳐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익숙한 과정입니다.
유상흠:(하... 약한 몸, 죽을 수 있는 몸은 참 귀찮네요. 이유진이 혼자서 싸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표정을 살짝은 구겨요...)
깡ㅡ!
요란한 효과음과 함께,
딱딱하게 마무리된 표면이 움푹 팹니다.
총기로 금속형 크리쳐를 야구공처럼 저 멀리 걷어낸 유진은,
망설임 없이 장전합니다.
총성이 터지는 동안은, 얼마나 천지가 시끄럽고 사위가 흔들리는지. 자동차 안인데도 말이에요.
속이 다 울렁거릴 지경입니다....
이때의 몸은 이렇게 약했던가요?
유상흠:(뭐, 그렇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이렇게 된 이상 전투 특등석에서 구경이나 해야겠단 생각으로 의자에 몸을 크게 기대요.)
유상흠:아무리 그래도 죽진 않겠지.
(정말로 맘편하게 있어요)
의자에 기대면 조금 나을지도.... 마치 관람하듯이 맘 편하게 그것을 보고 있으면,
 듣기 판정.
유상흠:
듣기
기준치:20/10/4
굴림:32
판정결과:실패
목덜미가 어쩐지 따뜻합니다.
이상하다, 이런 날씨에?
툭.
끈적끈적한 것이 어깨에 닿아 흘러내립니다.
악취가 치솟습니다.
그르륵, 그륵.
아, 그제야 당신의 등 너머로 소리가 들려요.
총성에 집중하느라 채 몰랐던가,
트렁크를 타고 넘어온 금속형 크리쳐가.
그러니까, 꼭, ‘그어그어’하고 우는 것 같네요.
클리셰 SF 세계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크리쳐의 울음소리처럼......
유진이 상대하고 있던 10마리, 그보다 더 있었던 거군요.
아니.... 뒤를 돌아보면, 이건 생체형이네요.
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구멍을 커다랗게 벌린 구체는,
자아를 잃고, 허기에 몸부림칩니다.
당신과의 거리는 약 3cm.
유상흠:하, (끈적한 액체, 악취에, 소리까지... 이거 완전히 확정 아닌가요. 고개를 돌리면 혹시나가 역시나가 됩니다.)
...삼켜지기 일보 직전.
무기도 없는 당신은 뭘 할 수 있을까요.
이 거리에서 유진을 불러봤자,
당신의 머리가 산성액에 뭉개지는 것이 더 빠를 겁니다.
 지능 판정.
유상흠: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하지만, 유상흠.
당신의 신체는 이전과 다르겠지만,
머릿속의 지식만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
문득 그것이 떠올랐어요.


분명, 이런 실패작을 재울 때도 사용할 수 있었죠.
유상흠:(이런 상황에 자장가가 떠오르면, 저도 모르게 이런 위험한 순간에 입꼬리가 씩 올라가요.) ...그래도, 이걸 이유진이 아니라 내가 먼저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기억을 되짚어봐요. 지금 자신의 손엔 X 제약회사에서 찾아냈던 그 휴대폰도, 찾아낸 문서도 없지만...내용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유상흠:(천천히 입을 열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거기에 적혀있던 주문을 외어봐요.)
 마력 1d3 소모.
유상흠:2
...주문을 외우는 당신조차 알지 못하는 음율, 가사, 그리고 소리.
오직 괴물을 위한 자장가를 부르노라면
고요한 목소리는 거대한 총성과 죽어가는 것의 울음에 파묻혀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그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란 잠결에도 자장가를 따라 부르는 법.
머나먼 곳에서도 어머니의 부름만은 알아듣는 것.
쿵.
자장가를 들은 생체형 크리쳐는 잠자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중력을 거스르고 부유하던,
외계와 이 별의 끔찍한 혼합물은 바닥을 구르며 잠을 청합니다.
산성액이 자동차 바닥을 뭉개고 지우며 흘러나옵니다.
당신도, 신발 끝을 태우고 싶지 않다면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어요.
죽지는 않았으나 한동안 잠들어 일어나지 않을 존재입니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적어도 당신이 살아가는 4년 후의 세계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할 테고,
아니, 미처 다다라서도 안 되지만...
유상흠:(그것이 완전히 쓰러진 모습을 보고나면, 그제서야 크게 숨을 돌립니다. 그렇지만 표정은 환해요.) 아, 기껏 찾은 차 못쓰게 됐잖아.
그래도 오늘만은 평안하겠죠.
당신이 자동차 밖으로 나서면,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등 뒤의 크리쳐에게, 발사된 탄환이 처박힙니다.
이번에는 금속형이군요.
소리를 듣고 더 몰려들었는지.
순식간에 휘몰아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뺨은 홧홧한 열기에 화상을 입은 양 화끈거립니다.
그래도 그것의 날카로운 금속이 당신을 꿰뚫기 전입니다.
늦지 않았네요, 유진이 뒤를 돌아보고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유진 리:차 안에 있으라고 했는데.... 괜찮아요? (서둘러 달려옵니다.)
(그러면, 바닥에 나뒹구는 생체형을 발견하겠네요.)
유상흠:호, 방금 좀 스릴 있었어. 이런 약한 상태로 스릴을 연속으로 만끽하는 건 취향이 아니긴 하지만.
유진 리:... ... 생체형? 아니, 죽은.... 것 같진 않고. (눈을 크게 뜨고 당신과 생체형 크리쳐를 번갈아 바라보겠네요.)
이, 이거... 어떻게 한 거예요? 혼자서 갑자기 쓰러졌어요? 다친 곳은 없어요? (질문 폭탄)
(어깨를 붙들고 이곳저곳 살피면서 질문을 퍼붓습니다.)
유상흠:(이 질문 폭탄에 어깨가 붙잡힌 상태로 잠시 귀를 막는 시늉을 합니다.) 잠시만, 잠시만. 하나씩 물어봐.
(그리고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합니다. 이 이유진한텐 적당히 말해주기로 했으니까요) 몰라, 차 안에 얘가 좋아하는 냄새라도 났나봐. 들어오자마자 바로 뻗어버리던데?
덕분에, 봐. (제 손과 팔을 보여줍니다.) 하나도 안다쳤고.
유진 리:차 안에....? (눈이 동그래집니다. 차를 댄 곳의 위치와 번호판을 체크했다가, ) 감식을 요청해야겠어요, 어쩌면, 상흠 씨.... 대단한 걸 알아냈을지도 몰라요.
아, 그래도 다행이다... 뭔진 몰라도, 생체형이 갑자기 나타날 줄은 몰랐어요, 그것도 하필 내가 다른 쪽에 정신이 팔렸을 때...
아무래도 지능이 있는 것 같다니까....
유상흠:... (혹시나 안믿는다 싶으면, 자기가 노래를 기깔나게 한곡뽑아 재워버렸단 헛소리를 할 예정이였는데... 곧바로 믿어주자, 이 이유진이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유진 리:(전혀 모르고, 당신이 말짱한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이나 쉬겠네요.)
유상흠:아... 뭐, 그렇지. 대단한 발견 잘 이용했으면 좋겠네.
(지능... 그럴만하지, 잠시 뒤돌아 쳐다봐요.)
유진 리:진짜로 인간을 먹고 진화했을지도. 가요, 언제 도로 눈을 뜰지도 모릅니다? (쓰러진 크리쳐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겠네요. 총을 도로 어깨에 메고는 뒤를 돌아보는 당신을 부릅니다.)
유상흠:(그거 얼추 정답 맞으니까... 하지만 속으로 생각만 해요...) ...아니, 푹 자고 있는게 그렇게 금방 깨어날 것 같지는 않은 걸?
유진 리:당신 진짜, 겁도 없네요... (이런 사람은 처음 본다는 투로 말합니다.) 그런 소리 자주 듣죠?
유상흠:뭐, 그것도 자주 듣긴 했지. 그런데 뭐...(잠시 유진을 쳐다봐요) ...세상엔 여러가지 성격의 사람들이 있는거니까. 너같은 사람도 있고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 세상에 균형이 맞춰지는거 아니겠어?
(그리곤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여요.)
유진 리:뭐어. 여기서는 이제 금방이에요. 조금만 더 걸으면...
아, 가서 연고 발라줄게요. (총기가 스쳐 지나가 좀 빨개진 뺨을 봅니다.) 미안해요, 급하게 쏘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저 멀리, 드디어 AOC 작전 본부가 보입니다.
유상흠:(그러면 그제서야 제 뺨에 상처가 난걸 알아차려요.) 이정돈 그렇게 신경안써도 될것같은데.
몇 개의 텐트와 바쁘게 오가며 무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들,
모두 AOC 앰블럼을 달고 있습니다.
그들을 발견하면, 유진은 단호하게 말하겠네요.
유진 리:다 왔어요, 이제 안전합니다.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인류의 영웅.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인류.
이 정의에 오점은 없습니다.
…그렇게 믿는 유진의 눈동자는 의심 한 점 없이 반짝거리겠죠.
적어도 4년 후의 유진보다는, 분명히 신뢰하고 있습니다.
유상흠:(그 반짝거리는 얼굴을... 뒤에서, 약간은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쯧.
유상흠:(이곳은 과거니까... 게다가 이 곳에 갑자기 왔던 것 처럼, 갑자기 떠나게 될 지 모르니까. 이 이유진을 AOC에서 납치를 해서 빠져나간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다는 게 제일 아쉽네요.)
AOC 대원1: 유진!
AOC 대원2: 살아있었구나!
AOC 대원3: 그럴 줄 알았어! 거봐, 내가 리라면 살아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거리가 이렇게 먼데도 용케 알아본 사람들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옵니다.
AOC 대원4: 다행이에요, 진짜....
4년 후의 당신이 아는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섞여 있습니다.
누군가는 유진의 생환을 두고 내기를 했는지 동전을 던지고 받기도 합니다.
유진 리:...아니, 저기요. 돈내기까지 걸어요?
누구야, 못 돌아온다에 건 사람...!
유진을 둘러싸고 웃고 환영하고 안도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유상흠, 당신은 오롯한 외부인입니다.
유상흠:(저도 모르는 새에 그 모습을 팔짱을 끼고 쳐다보고 있어요.) ...저렇게 많은데.
(왜... 내가 AOC에 들어왔을때, 내 옆에 있던 크리쳐 이유진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지?)
유상흠:(그런, 근본적인 의문이 생겨나요.)
유상흠:(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겠네요... 첫번째론 지금 이 장소에 있는 이유진을 아는 이들은 모두 죽어버렸다. 아마 죽인건 AOC 수뇌부와 정부의 상층부들일거고.)
유상흠:(두번째로는, 이 장소에 있는 이들이 결국엔 이유진이 크리쳐화가 되는 것에 동의를 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저기에 저렇게 같은 대원들을 보고 반가워하는 이유진은...)
유상흠:...이런거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눈 앞에 저런 광경이 펼쳐지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잠시 쳐다보다가....고개를 휙돌려버려요. 저 곳에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해봅니다)
진실은 과연 어땠을까요.
왜 크리쳐가 됐던 유진을 아무도 입에 담지 않았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한참 복귀를 반기던 사람들이 진정하면,
AOC 대원1: 생존자가 남아있었어?
그제야 누군가 당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습니다.
유진 리:아, 그게.
상흠 씨, 어디 가요...?
당신을 도로 데리고, 유진이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AOC 대원1: …푸하, 최강의 인류라는 녀석이 민간인에게 역으로 구조 당하다니.
AOC 대원3: AOC의 수치야~
유상흠:(멀어지고 싶었는데, 끌려와서 되려 짜증납니다.)
유진 리:허어? 그런 게 아니라... 아, 진짜 말을 말아야지. 돈 내기 걸었던 거 다 뱉어요, 당신들.
AOC 대원4: 아... 그런데, 이를 어쩌지.
Z시의 생존자들은 이미 진작 차량에 탑승하고, X시로 이송했어.
AOC 대원2: 지금 남은 인원은 전투에 투입될 소수 정예뿐이라.....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곤란한 얼굴로 턱을 굅니다.
유진 리:예? 그러면...
당신을 배제하고 몇 마디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대화를 마치고 흩어집니다.
유진 리:... 상흠 씨, 어떡하죠.
그게... 곧바로 X시 까지는 못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일단 텐트로 갈까요,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으니까.
유상흠:(대충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고 있다가) ...뭐어? 그러면 여기에 계속 있어야한다고?
(우와, 얼굴에서부터 질색하는 게 드러나요)
유진 리:(하하... 질색하는 표정에 곤란하게 웃습니다. 텐트 방향으로 데려가며 말을 이어갑니다.) 조금만 기다려요, 전투가 끝나면 곧바로 X 시로 갈 수 있으니까. 빠르게 정리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여기 같이 있어드리진 못합니다만....
본부 경비 때문에 대원들 중 소수는 여기 남아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까처럼 크리처가 텐트를 덮쳐도 문제는 없을 거고요.
전투가 끝나면, X시로 가요.
어쨌건 유진 리는… 최강의 인류로 ‘현재’를 살고 있으니까.
어쩐지 끼어들 틈이라곤 없는 것 같아서,
4년 후의 당신에겐 복잡한 기분이 들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텐트는 두꺼운 천막을 사용했는지 바깥의 횡횡한 겨울바람도 제법 훌륭하게 차단합니다.
내부에는 의자와 침낭, 몇 가지 식량과 조리 도구 등이 보이네요.
가운데 놓인 이동식 난로에서는 훈훈한 김이 피어올라 퍽 따뜻합니다.
위에 올라간 주전자가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끓어오르고,
유상흠:차보단 괜찮긴 한데... 하, 여기가 AOC만 아니였으면 더 좋았을 뻔했네...
유진은 당신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담아서 건네줍니다.
유상흠:(옆에 있는 것도 4년전 이유진이 아니라, 4년 뒤의 내가 아는 이유진이면 더 좋았을 뻔 했고. 그런 생각하면서 잠시 쳐다봐요.)
유진 리:진짜로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예요, 우린 프로거든. (마지막 말은 조금 장난스레 덧붙였겠네요.)
지금 Z시에선 여기가 가장 안전하니까.... 알죠?
유상흠:어째, 사람이 재미가 없어. 재미가...(약간은 투덜댑니다.) 뭐냐고, 진짜 AOC 대원처럼 말하기나 하고.
사람이 좀, 까불기도 하고, 성질이 더럽기도 해야지. 욕도 좀 하고.
그렇게 살면 재미없어~
(그래도 물을 주긴 했으니, 한모금 마시긴 합니다.)
유진 리:진짜 AOC대원 맞습니다만... 좀 어리긴 하죠? (그 소리에는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가, 나가려던 몸을 돌려 척 보기에도 장난스러운 거수경례를 해 보입니다.)
자, 그러면...
그리고 쉴 틈도 없이 이별입니다.
저 밖에서 유진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유진 리:아, 거 되게 보채시네... 가요, 가.
유진은 당신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곤 곧바로 나섭니다.
탄창을 채우고,
무기와 군복의 상태를 점검한 AOC 요원들이
하나, 둘 헬기에 탑승합니다.
투두두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프로펠러가 돌아갑니다.
귀를 때리는 굉음이지만 익숙해서 안정감이 들 지경이네요.
마지막으로 헬기에 타던 유진은, 당신에게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웃는 얼굴입니다.
눈보라가 약해져서 천만다행이에요.
유상흠:(불퉁한 얼굴로 그걸 바라보고 있어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 바보가.)
유상흠:(여기가 뭐가 좋다고, 이 일이 뭐가 좋다고. 나 원 참)
지구의 유일한 희망을 태운 헬기는 금세 하늘 위로 비상해서는,
저 멀리 온점보다 작은 구멍이 됩니다.
....헬기가 큰 바람을 몰고 사라지면,
AOC 작전 본부에는, 당신을 비롯해 1명 남짓의 정찰 담당만 남았습니다.
임시로 세운 본부는 여러 개의 텐트가 듬성듬성 배치된 형태입니다.
가장 안쪽의 텐트는 리더의 것인지 AOC의 마크가 커다랗게 찍혀 있습니다.
끄트머리에 헬기와 자동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고요.
정찰 담당 최전선에서 배제된 정찰 담당 요원은...
달랑 한 명.
신입 티가 풀풀 나네요.
당신을 크게 경계하진 않을 겁니다.
그야, 민간인인걸요.
작전본부를 돌아다니거나… 대화를 시도해 보아도 되겠네요.
이 인원으로 위험하진 않은가요, 정말로?
AOC 대원:.... 저기~
춥진 않으십니까?
AOC 대원:담요 더 드리겠습니다.
혼자서 조금 심심했는지, 정찰 담당은 군용 모포를 들고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유상흠:(얜 또 뭐야, 하는 표정으로 쳐다봐요) 아뇨. 담요는 딱히 필요없는데요...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AOC 대원:아! 아뇨, 아뇨. 그건 아니고....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그럼요. 크리쳐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은 안전한 곳을 골라서 친 텐트니까요,
저만 혼자 남았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
유사시를 대비해서 남은 거고.... 아, 그러면 크래커라도 드십시오. (뚝딱뚝딱 챙겨줍니다.)
저 설원을 어떻게 무사히 건너셨네요, 어휴...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허허 웃고 있어요.)
유상흠:(흠, 먹을걸 챙겨주면 AOC긴 해도 내적 점수를 올려요. 그런데 말이 많으면 그 점수가 다시 내려갑니다. AOC라서 기본 점수도 낮은편이니...결국 이 대원에 대한 내적 점수는 마이너스예요.)
유상흠:아, 그래요. 고마워요. (별로 고맙진 않지만, 그래도 와작와작 크래커 먹고 있어요.)
AOC 대원:(옆에서 진짜 쓸데없는 얘기를 주절주절 떠들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차암, 심심하시면 이 안에서만 조금 돌아다니셔도 되는데.... 헬기나 차량은 중요한 이동 수단이니 함부로 건드리시면 큰일 납니다.
그리고 가장 안쪽의 텐트에도 들어가시면 안되구요.
그거 말고는 뭐... 아! 아니면 조금 주무셔도 괜찮은데요.
필요한 거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간이 매트리스라도 펼쳐드리겠습니다.
유상흠:(원래부터 하지말라는 걸 하고 싶어지는 사람이라서. 하지 말라는 것들만 다 기억해둡니다. 흠, 이동 수단을 가지고 튀면 꽤 재밌겠고. 안쪽 텐트는...꼭 가봐야겠는걸?)
AOC 대원:지키고 서있어도 아무 일 없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여기는 저 혼자니까.... 다시 앞에 보초를 서러 가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본부에서 너무 멀어지진 마시고요. 그럼.
한참을 당신 옆에서 떠들던 이 대원은,
거수경례를 한 후에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자유네요.
가장 안쪽의 텐트라는건, 아무래도 저거겠죠.
AOC 마크가 크게 새겨진... 저 텐트.
유상흠:(말... 많네....진짜 많네... 어떻게 대답을 단답으로 하는데도 대화가 계속해서 말이 이어질 수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부족해서인지, 저기를 지키고 서있는 정찰 담당도 없습니다.
유상흠:(이 곳에 남은 AOC 대원이 1명 뿐이란건, 대화를 하는 도중에 알 수 있었으니까요.) ...할 짓도 없고, 심심한데....한 번 뒤져나볼까.
리더의 공간이자 회의실로 사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유상흠:(가볍게 총총 걸어가요.)
원래는 외부인인 당신에겐 접근을 불허할 테지만…
운이 좋게도, 보는 눈은 아무도 없네요.
한 번 뒤져나 볼까.
텐트 안에 들어가면 별다른 건 없습니다.
당신이 있던 텐트의 내부와 비슷한 구조네요.
회의 시에 사용한 건지,
화이트보드에는 [지도]와 몇 장의 [보고서],
[휘갈긴 메모]가 남아있습니다.
유상흠:헹...(그래도 계급에 따라서 텐트의 질이 달라지고... 그런건 없는 것 같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성질을 내지 않기로 합니다.)
아무래도, 임시 텐트이니 그랬을까요. 인원도 이렇게나 없고 말이죠.
아마, 생존자를 이송하고는 여기에 남을 계획이 없었을 겁니다.
변종, 즉...
생체형 크리쳐의 등장으로 난항을 겪지 않았다면 말이죠.
유상흠:일단, 좀 뒤져보자고. 숨겨진 자료가 있으면, 훔쳐도 보고. (그렇게 말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문서들 먼저 살펴보기로 해요. 우선...보고서부터 살펴봐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싶긴 했거든요.)
생체형 크리쳐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4년 전 정보이니 당신이 아는 것보다 낙후되었습니다.
생체형 크리쳐의 발생 원인이 인간의 시체를 섭취한 것으로 예상된다거나,
A시 근처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거나......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정보들을 곧이곧대로 믿던 때가 있었죠.
이젠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유상흠:(보고서를 읽으면서, 틀린 말이 나올때마다 마음속으로 줄을 그어요. 이것도 틀렸고, 저것도 틀렸고, 완전 죄다 틀렸잖아! 첨삭을 하고 싶을 정도예요.)
유상흠:(하, 뭐. 제대로 파악한게 이정도로 없나? 생체형 크리쳐가 나타난지 얼마되지 않은 4년전인데도 불구하고 괜히 빡빡하게 굴어요...AOC에서 제대로 파악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려고, 좀 더 읽어봅니다.)
〈생존자의 진술을 대조해 본 결과, Z시에 출현한 생체형 크리쳐 α는 한 번 본 상대의 외형을 복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 각별히 주의 요망.〉
뭐… 이것도 별거 없네요.
외형 복제가 가능한 크리쳐, 이것도 당신은 이미 만나본 적이 있으니까요.
유상흠:(이 내용을 보는 순간 불쾌함이 올라옵니다.) 아, 이거 짜증나긴 했지.
유상흠:(그녀석 마지막까지 나랑 크리쳐랑 못알아봤었는데... 몇개월 지냈는데 그것도 몰알아보고. 속으로 투덜투덜 대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뒤에 벌어졌던 일들도 떠올라요)
유상흠:(리셋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면, 보고서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아, 괜히 이상한 것들만 떠오르게 됐잖아.
유상흠:(신경을 안쓰려고 했는데... 아, 웬만하면 이 시간선이 아니라 원래 있던 시간선에 대해서 안떠올리려고 했는데.)
유상흠:(....그래도 떠오르는 건 어쩔 수없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이 곳과 원래 있던 세상 사이의, 4년이라는 공백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집니다.)
유상흠:짜증나게 진짜...(그래도 4년전의 이유진이 옆에 있을 때는 이런 생각, 억지로라도 안하게 할 수 있었는데. 혼자가 되어버리니까.....)
유상흠:(머리를 헤집어요. 그리고 다른 곳으로 정신을 돌릴 필요성을 느껴, 테이블 위의 쪽지도 한번 읽어봐요.)
쪽지에는 몇 개의 단어가 보이지만,
필기체에다, 원체 휘갈긴 탓에 제대로 읽기 어렵습니다.
 모국어 판정.
유상흠:
언어(모국어)
기준치:90/45/18
굴림:59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러니까....
유진 리의 대체 인력, 버클리, 유리, 킴.......
아무래도 유진의 실종으로 인한 부재를 채우기 위한 후보들의 이름이었던 모양입니다.
유상흠:뭐...그렇겠지. (AOC도 결국 단체니까요. 사람 한명이 사라지면 그 빈자리를 채우고, 대체가 가능하겠죠.)
그가 무사히 복귀한 지금, 후보 목록은 필요 없게 되었네요.
유상흠:(그렇지만 이름 쭉 읽어요. 하,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누가 걔를 대신해.)
회의를 하고, 공들여 후보를 정할 필요가 없었겠네요.
오늘 Z시의 작전은 원래대로 진행하겠죠, 유진을 선두로.
유상흠:(멍청하긴. 내가 그렇게 아무나 파트너로 둘 것 같냐고. 이건 내용이 마음에 안드니까, 구겨서 주머니에 집어넣어요. 몰래 들어와놓고선 하고 싶은건 다해요.)
유상흠:(그러고나면...마지막으로 볼건 지도 뿐이니...봅니다.)
Z시의 지도입니다.
외곽에 이곳, AOC 작전 본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광장, 병원, 백화점에 각각 스티커가 붙어 있네요.
1차 전투 예상 지역일까요?
텐트를 얼추 돌아봤을 때...
지직, 직. 지지지...... 지직.......
텐트 안에 세워둔 무전기로부터,
거친 기계음이 흘러나옵니다.
잡음 섞인 소리가 텐트 안에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403......니다. 안심...시오, 국민.......」
... 그런 알량한 정부의 방송이 아니라,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5월이라니, 봄 같은 건 기억나지 않아요.
메이데이,
그런 구조신호가 존재한단 사실조차,
어쩌면 발음조차 생소합니다.
그야 당연하죠.
당신과 유진은 언제나 인류 최강이었는걸요.
바짝 마른 코끝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그곳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본능이 치밉니다.
안온한 본부 한복판에 안주했다간 유진이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런 불길한 기분에 사로잡혀 자리에서 일어나요.
이상하다. 유진은 분명히 살아 돌아올 텐데.
4년 후를 살다 온 당신이 그 증거일 텐데도.
유상흠:하아... (갑자기 치밀어오르는 욕망, 제어할 수 없는 기분은 항상 자신과 한몸이였으니, 온전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되어서야, 어쩐지...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요.)
(비록 그게 누군갈 지켜야한다는 방향으로 생겨난 적은 없었지만... 뭐, 그게 문젠가요? 애초에...) ...냄새가 너무 신경쓰여서 말이지. (비릿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면, 어쩐지. 이유진이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집니다.)
하하, (한 손으로 머리를 붙잡은 상태로 히죽 웃어요.) 내가 못보는 곳에서 죽지말라고... 기껏 찾아냈는데... 그러면 안되잖아? (곧바로 무기를 찾아봐요.)
사방에 눈이 쌓여 질리도록 하얗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흰 눈보라 너머로 저 멀리 도시의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땅거미가 잠식한 풍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여...기는 광장, 광......이다. 생체...... α가 출몰,」
「지원 요...... 아악!」
비명과 함께 무전이 끊깁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이프를 챙겨듭니다.
문득 상흠은,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감정은 무엇 때문일까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불안한가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이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유상흠:유진에게 가야 해.
라고,
어떤 사명감을 느꼈는지도(어쩌면 말해버렸을지도!) 몰라요.
내가 못 보는 곳에서 죽지 말라고.
헬기가 좋은가요, 그게 아니면 자동차가 좋은가요.
생각도 하기 전에, 당신은 둘 중 하나에 올라탑니다.
헬기와 자동차 운전쯤이야 AOC 훈련 튜토리얼 항목인걸요.
진작 때웠죠, 그리운 기분이 드네요.
시동이 이미 걸려있는 상태인 것은, 그야 유사시에 언제든 출발하기 위해서.
유상흠:(차로 다니면 크리쳐가 방해되니까요. 평소라면 재밌게 싸워주겠지만...지금은, 이유진이 먼저입니다. 헬기에 타오르면, 벨트를 멥니다. 그리고 사이클릭 피치 스틱을 중립에 놓고 컬렉티브 피치 레버를 낮은 위치로 바꿔둡니다.)
유상흠:(엔진 출력은 최대, 레버를 서서히 당겨 올립니다.)
이미 질리게 운전해 본 것들이기 때문에 판정은 생략합니다.
단 한 사람을 태운 헬기가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Z시의 광장.
창 아래로 펼쳐진 설원은 눈이 시리도록 희디희지만,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유진의 안위가 이토록 불안하긴 처음입니다.
당신이 떠난 지 오래된 동네지만, 지도의 구조는 이미 머릿속에 저장됐습니다.
능숙하게 광장으로 핸들을 당깁니다.
광장 근처 건물, 백화점의 옥상에는 헬기 주차장이 있었죠.
거대한 프로펠러가 멈추는 진동이 온몸을 울립니다.
문이 열리면,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기도 해요.
저 아래, 광장의 점처럼 보이는 사람 중......
 관찰력 판정.
유상흠: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73
판정결과:보통 성공
단박에 찾아냅니다, 유진을요.
똑같은 AOC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주위에 무수히 쓰러진 가운데,
유진은 몇 명과 함께 제법 잘 싸우고 있습니다.
맞은편에 선 생체형 크리쳐는 이리저리 형체를 바꾸며 몇 번이고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합니다.
유상흠:...내가 못찾을리가 없지. (아래를 바라보며, 유진을 발견해 내면...혼자 중얼거려요.)
그런데... ...
유진의 생존을 확인해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달리고, 달리고, 달립니다.
옥상을 벗어나
8F 가전제품, 7F 인테리어, 6F 스포츠웨어, 5F 유아동 의류, 4F 남성 의류, 3F 여성 의류, 2F 패션 잡화, 1F 화장품과 향수 코너까지.
엘리베이터조차 작동하지 않아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미친 듯이 뛰어 내려옵니다.
쿵!!!
당신이 착지한 대리석 바닥에 길게 기스가 나고,
끼이익,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신발 자국이 남습니다.
엉망진창으로 구르다시피 착지한 상흠이 백화점의 문을 열면,
바로 앞의 광장이 펼쳐집니다.
불길한 피 냄새와 지독한 악취가 피어오르는 전투의 현장.
그곳에서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건......
「그륵, 그르륵.......」
‘그어그어’하고 우는,
클리셰 SF 세계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리쳐의 눈동자.
짐승처럼 가느다란 동공은 어느 생명체를 합성한 흔적일까요?
그 교활하고 자아를 잃은 결과물이 초승달처럼 가늘게 휘어집니다.
문득 머릿속에 어떤 문장이 스칩니다.
〈생존자의 진술을 대조해본 결과, Z시에 출현한 생체형 크리쳐 α는 한 번 본 상대의 외형을 복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 각별히 주의 요망.〉
당신이 눈을 깜빡이면,
유상흠:유진! 살려줘!
순간, 또 다른 유상흠이 그곳에 있습니다.
탄환의 장전을 위해 잠시 시선을 뗐던 유진이 고개를 들면 무척 놀란 얼굴입니다.
AOC의 규칙, 첫 번째.
크리쳐를 보는 순간 망설이지 말고 쏴 갈길 것.
그러나 자신을 구한, 자신이 구한 유상흠입니다.
유진은 한순간 머뭇거렸고......
퍽!
찰나의 시간이 흐른 뒤, 당신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유진의 배가 꿰뚫립니다.
아니, 배가 맞나?
어쩐지 조금 더, 위인 것 같은.......
…..
유진:.... ....아.
광장은 또 한 번 피바다를 이룹니다.
유상흠:......이유진?
크리쳐가 쓰레기를 버리듯 유진을 내팽개치면,
텅 빈 동공을 가진 몸이 광장의 경계에 버려집니다.
상처 부위에선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피가 샘솟습니다.
고작 몇 발자국만 다가가면 유진에게 닿을 거리입니다.
최강의 인류라기엔 형편없는 저 꼴....
유상흠:(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천천히 걸어가요.) ...야, 일어나.
 지능 판정.
유상흠: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92
판정결과:실패
아, 그래요.
이때의 유진은, 당신을 모르죠.
당신이 그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할 리가 없었다는 걸 몰랐던 거예요.
당신이 유진에게 다가가면,
유상흠:내가 지금... 여기까지 오겠다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최강의 인류지만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이가
밭은 숨을 몰아쉽니다.
가물거리는 시선, 붉게 물든 방탄조끼, 멈추지 않는 피는 바닥마저 같은 색으로 적십니다.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그는 최강의 크리쳐가 아니에요.
이대로 죽으면 되살아나지 못할 겁니다.
전투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유진의 어물거리는 입술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움직입니다.
유상흠:(유진의 바로 옆까지 걸어갑니다.) 뭐라는거야. 하나도 안들리잖아.... 제대로 말해.
유진:... ...여기... 있으면 안 돼.
도망가.
유진의 죽음을 목전에 둔 유상흠, 이성 판정(1/1D5).
유상흠:.....적당히 해. 이 바보가...!!! 지금 누구 걱정을 하고 있는거야!!!
SAN Roll
기준치:69/34/13
굴림:70
판정결과:실패
유상흠:1
유진:도... 망.... ....
그는 천천히 팔을 뻗어 당신을 붙잡았다가,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더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유상흠:.............내가 말했잖아. ....그냥 나와버리라고.
물론 이런 식으로 일이 돌아갈 줄은 몰랐지만... 진작 그냥 내 말이나 믿고 도망쳤으면 됐잖아... (유진의 몸이 완전히 늘어지면, 그냥 그 옆에 앉아요.)
유상흠:(그리고...유진의 몸을 꿰뚫은 크리쳐가 있는 방향을 바라봐요.) 너, 어떻게든 살아돌아가지 못하게 만들테니까.
그때,
당신이 곁에 앉아서 중얼거릴 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최강의 인류! 유진 리의 ‘핵’이 완전히 박살 난 그 순간.
긴 이명이 들리고,
째깍,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째깍,
"도망가,"
째깍,
단말마 같은 그 당부와 함께,
째깍,
눈 앞이 핑 돌며......
딸깍.
불 끈 거 누구야?!
당신의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그와 동시에 상흠의 눈이 떠집니다.
믿기지 않게도 울음이 터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건 눈물이 아니라......
시계입니다.
금속 재질로 은색을 띠고 있으며
내부에 든 것은 새파랗게 빛나는 점액질과 복잡다단한 태엽들.
크리쳐의 핵.
유상흠이 이 이야기의 시작에서 파괴했던 바로 그것.
그래요, 4년 전 그날, 유진 리는 Z시 탈환 작전에 투입됐습니다.
상급으로 각성한 생체형 크리쳐 α와 고전,
그럴싸하게 민간인을 흉내 낸 접근 방식에 넘어가 늑골이 박살 나고...
유상흠:크, 컥...(반쯤 뜨인 눈에 입에서 뭔가 튀어나오는 것이 보이면, 그것을 반사적으로 잡아채요.)
심장의 2/3를 잃는 치명타를 입습니다.
그러나 유진은 분명히 4년 후에도 살아있습니다.
4년 후를 살다 온 당신, 유상흠이 그 증거입니다.
당신이 잡아챈 '핵'은 새파랗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아직 최강의 크리쳐가 되지 못한,
단 한 번의 삶과 죽음만을 부여받은 유진이 어떻게 이 일을 겪고도 살아있던 걸까요?
살아남은 유진 리는, 어째서 C.V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체가 됐을까요?
우연이라고 생각했나요?
이 클리셰 SF 세계관에 단순한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진 리가 C.V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체여야 했던 이유,
유상흠이 유진 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이날의 유상흠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진이 크리쳐의 핵을 주입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알파(α)라는 것을.
상흠의 손에는 크리쳐의 핵이 놓여 있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산산이 조각 난 크리쳐의 살점과 부품을 몽땅 끌어모을 정도로 강력한 재생력을 지닌 핵!
사지가 멀쩡한 유진의 신체를 수복하고 되살리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겁니다.
자, 봐요.
당신의 발치에 엎드러진 이 목숨을.
죽어가고 있으나 아직 삶을 연명하고 있는...
최강의 인류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너무도 처참한 이 모양새를.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빈 구멍은 딱 적당한 자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
핵을 꽂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유진 리는 살아날 겁니다.
죽지 않는 신체를 얻어,
저편의 괴물을 물리치고 동료들을 구해내겠죠.
모두 입 모아 그를 칭송하길,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인류의 영웅,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인류.
이 정의에 오점은 없습니다.
유진 리의 소생은 C.V 실험의 완성을 이루는 열쇠가 되는 장면.
그야말로 클라이막스입니다.
멸망하는 세계에서 당신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창조할, 유일한 연출가예요.
주연은 오직 유진과 상흠, 두 사람입니다.
자, 유일한 당신, 어서 선택을!
유상흠:(이것이 제 손에 들린 지금에서야... 이런 상태의 이유진이 어떻게 4년 후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는지, 이해를 해버립니다. 동시에 조소합니다.) 와, 이거.... 이유진이 나중에라도 알면 나한테 욕이라도 하는거 아냐?
(그래도 지금까지 온갖 혼은 다나도, 욕을 들어먹은 적은 없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너 살린다고 뛰어왔다고... 아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이런 말 해도 못듣겠지.
(제 손에 들린 핵을 잠시 쳐다봐요. 그리고 한숨을 작게 내쉽니다. 이래서야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하나 뿐이지않나.) ......좋게 생각해. 넌 원래 죽을 목숨이였는데 덕분에 몇년이고 더 오래 살게 된거고.
유상흠:나는 덕분에 괜찮은 파트너를 하나 얻을 수 있게 된거라고.
이것도...윈윈이잖아. 안그래?
유상흠:......나중에 알게되더라도 욕같은거 하지말라고. (그리 말하곤, 미루지 않고 곧바로 핵을 중앙에 놓아요.)
텅 빈 자리에 핵을 쑤셔 넣으면,
심장의 잔해를 가르고 이 세계를 점령한 괴물의 중심이 뿌리를 내립니다.
유진:나루:못봤어요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익숙한 시계의 바늘 소리가 들립니다.
째깍, 째깍, 깜빡.
카운트다운처럼 순식간에 영점을 향해 달려가던 시간은,
잠깐.
무언가 이상한 의태어가 섞이지 않았나요?
깜빡?
유진:... .... 상흠 씨..?
눈을 뜬 유진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 그리고 그 순간, 상흠은 근거 모를 하나의 확신을 얻습니다.
유상흠:.......하, 효과 한번 빠르네.
유진은...... 아니, 우리의 존재는.
인류의 멸망을 저지할,
기계 장치의 신데우스 엑스 마키나
라고.
기계로 구성된 심장이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하면,
유진 리는 급속도로 회복합니다.
터졌던 내장이 복구되고,
찢어졌던 근육이 달라붙고,
구멍이 난 피부는 아물기 시작합니다.
핵은 흔적조차 사라져,
온전히 그의 심장이 되고
이제 눈에 보이는 증거라곤 무엇 하나 남지 않았는데도......
카운트다운은 왜 끊이지 않죠?
긴 이명이 들리고,
5,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4,
유상흠:...뭐냐 이 카운트 다운?
유진:상흠 씨, 이거... ...
3,
마지막 목소리가 멀어지고,
2,
눈 앞이 핑 돌며.... ....
1.
유상흠:진짜... 알 수 있는 게...(뭐가 이렇게 없냐....라는 말은 못해요..)
유진 리:유상흠!
정신을 차리면,
다시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음울한 검은 숲으로 돌아옵니다.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설원이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넓은 공터.
당신은 새하얗게 언 바닥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유상흠:(눈 앞이 빙글 도는 느낌과 함께, 어느샌가 감겨져 있던 눈이 떠지면... 또,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유진이 놀란 얼굴로 당신을 살핍니다.
아, 당신이 아는 그 얼굴이에요.
끝이라기엔 허무하게도, 주위에는 52개의 부품이 흩어져 있습니다.
무엇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겠죠, 새로운 크리쳐의 핵이니까요.
유진 리:괜찮아요? 정신이 들어요?
직접 손에 대자마자 가속하더니 폭발했어....
상흠 씨도 휘말려서....
한동안 소생이 늦어져서... 아, 진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유진의 속눈섭 끝에는 눈송이가 매달렸습니다.
걱정일지도 모르겠네요.
유상흠:아...(사실 머리보다는, 상황 파악이 최우선인 것 같은게...지금 이 앞에 있는 이유진은 그래서 언제의 이유진인가요...)
(꿈은 아니겠죠? 확인 차, 일어나자마자 유진의 볼을 꼬집어요.)
유진 리:아, 아!
아파요, 뭐야, 일어나자마자?!
크리쳐가 사람을 꼬집으면 안된다는 법도 몰라요? (그런 법 없음)
유상흠:(대충 상체만 일으켜서 바닥에 제대로 앉아요. 그리고 그 반응을 분석합니다) ...일단, 나한테 곧바로 성질을 내는 걸 보면... 내가 아는 이유진이 맞는 것 같은데.
유진 리:뭔 소리야, 이 크리쳐가....
유상흠:내가 크리쳐라고 말하는 걸 보면 더 그런 것 같고... (그리고 쓱 쳐다보며 물어요) 이유진, 너 AOC는 어떻게 생각해?
유진 리:... ...제정신인 거 맞죠? 재부팅, 뭐 이런 거 필요 없죠?
오히려 무서울 지경인데, 이제.
(슬쩍 거리를 벌립니다.)
유상흠:(유진이 자기랑 거리를 벌리면, 한쪽 손에 턱을 굅니다) ....하, 나는 지금 꽤 심각하다고? 제대로 대답 안해주면...
이거 한동안은 너한테 별 말도 안 걸정도로... 심각한 질문이니까.
(그런데 뭐, 대충 저 반응들로부터...전해져 오는 안도감들이 있습니다.)
유진 리:...진짜 무슨 소리야, 머리 다쳤어요? 우와, 또 폭주해서 사람 두드려 패는 거 아니야?
유상흠:(대답을 안해도... 아마 지금 눈 앞에 있는 이유진은...)
...4년 뒤네. (완전 확신하고선, 뒤로 엎어져요.)
유진 리:AOC 얘기는 왜 해요?! 설마 진짜, 갑자기 머리가 어떻게 돼서... 거기로 기어들어가잔 건 아니지?! (슬금 멀어져서 왁왁 소리치다가, 당신이 뒤로 엎어지면 또 슬쩍 다가옵니다.,)
..... ..... 상흠 씨? 유상흠? (발등으로 다리를 한 번 툭 건드립니다. 죽었나 살았나 쳐보는 것처럼.)
괜찮은 거 맞죠... ...?
유상흠:(유진이 걱정해도 한동안은 이 상태로 움직이기 싫습니다.) 아무리 언제나 강하고, 활기차고 똑똑한...이 유상흠씨라고 해도, 가끔은 피곤할 때가 있는 거니까.
유진 리:우와...
어떡하냐, 이거...
유상흠:(약간은 축 쳐져있어요.) 아, 진짜 지쳤다....
유진 리:나 크리쳐가 아프면 어디로 데려가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는데요. (옆에서 털썩 주저 앉은 채로 턱을 괴고 누운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뭐, 평소의 유상흠이긴 하네.)
현미경 속의 시간은 정방향으로 흐르고,
사건은 순리대로 이루어집니다.
상흠의 선택으로 유진은 핵을 이식받아 부활,
4년 전의 사건에서 몇 번이고 죽고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며,
첫 생체형 크리쳐 α를 물리쳤습니다.
당신, 유상흠은 원래의 시간 선으로 복귀 후...
기절했죠.
눈을 뜨고 나면, 다시 4년 전의 '원래' 유상흠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그저 당신의 과거가 올바른 자리에 있을 뿐이겠어요.
그러므로 4년 전의 그 이유진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언젠가는 과거의 그 일을, 기억해주길 기다렸을지도 모릅니다만.
동료들의 증언과 CCTV의 확보,
신체검사의 수치 이상으로 첫 번째 C.V 프로젝트의 대상자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모든 기억은 말소되었으니......
다 지난 일이 되어버렸네요.
이 새로운 크리쳐를 물리치기 위해선 핵을 파괴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됩니다.
그 핵이 가속할 수 있도록 같은 알파의 접촉이 필요합니다.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아니, AOC에 희생당한 실험체들만이 할 수 있는......
물론, 당신의 파트너는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
유상흠의 등 뒤를 지키고,
때아닌 자장가를 부르면서까지도.
크리쳐는 진화하고, 외계의 위험은 끊임없습니다.
인류는 결속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용하고, 해치고, 분열하죠.
상황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괜찮습니다.
함께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어요.
우리는 존재 자체로 세계를 위한 최강의 클리셰니까.
세계는 아마, 우리를 이렇게 부를 겁니다.
.
.
.
END 2. 최강의 클리셰,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이미지
사선에 기운 얼굴은 잠자코 눈을 감고 있습니다.
상흠이 오래도록 보아온 그 얼굴입니다.
그러나 압니다.
근 1년간의 일과는 달리...
이대로 둔다면 유진은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
지금의 그는 아직 '인류'였으니까.
피에 젖은 뺨은 붉고,
축축하며,
비린 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모든 걸 알면서,
내막을 알면서도....
유진에게 또 다시 '그런 일'을 겪게 할 수는 없었어요.
당신은, 때론 어떤 죽음이 삶보다 명예롭다는 진리를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
그러지 않았습니다.
정의가 될 수 없는 오점을 도저히 찍을 수 없었습니다.
광장. 전투가 벌어지는 치열한 접점 속에서도,
두 사람의 시간은 무척 천천히 흐릅니다.
찰나같은 억겁,
억겁 같은 찰나가 지난 끝에....
결국, 유진 리의 숨이 멎습니다.
최강의 인류였던 어떤 영웅은, 촤강의 크리쳐가 되지 못하고,
피로 물든 전장에서 완벽한 마지막을 맞습니다.
누구나 예상한, 그러나 모두가 슬피 울 죽음입니다.
클리셰라는 건 사랑받는 법이잖아요.
...... 콰직,
무대가 무너지는 소리가 납니다.
아니, 크리쳐가 날뛰며 광장의 이곳저곳을 부수는 소리입니다.
이미 AOC 대원들은 죽여도 죽여도 재생하는 알파,
핵의 위치를 찾지 못한 생체형 크리쳐에게 학살당하기 직전입니다.
살아남은 이의 수가 이미 죽은 이보다 적고,
그나마도 간신히 숨만 붙어 있을 뿐입니다.
생체형 크리쳐가 당신을 발견하고 다가옵니다.
한 발자국을 뗄 때마다 일렁이던 외피는,
채 열 발자국을 못 남긴 시점에선....
유진의 시체를 뒤집어 쓴 것처럼 그리운 얼굴입니다.
유진:상흠 씨.
주문을 외우는 당신조차 알지 못하는 음율, 가사, 그리고 소리.
오직 괴물을 위한 자장가를 부르노라면 고요한 목소리는 죽음이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광장에 멀리멀리 퍼져 나갑니다.
아이들이란 자장가를 따라 눈을 감는 법.
머나먼 곳에서도 어머니의 부름에 돌아보는 것.
쿵.
자장가를 들은 생체형 크리쳐는 잠자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중력을 거스르고 부유하던,
외계와 이 별의 끔찍한 혼합물은 아스팔트 도로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산성액이 검은 땅 위에 그어진 흰 선을 뭉개고 지우며 흘러나옵니다.
당신이 한발 물러선다면,
툭.
발치에 익숙한 것이 걸립니다.
대 크리쳐용 살상 무기.
.... 이젠 유진의 유품이나 다름없는.
4년 전의 이들은 크리쳐의 약점을 모르는 모양이지만,
수도 없이 상대해온 상흠, 당신이라면 어디를 노려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타인의 외형을 복제하는 타입이라면, 눈이잖아요.
눈에 핵이 있습니다.
물론, 이리저리 피해 다니고,
파괴된 신체도 금세 복구하는 상급 크리쳐의 머리통을 박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잠들어있지만 않다면 말이죠.
과녁을 겨냥합니다.
그리고 총구를 당깁니다.
쾅!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영원한 잠에 빠져듭니다.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광장의 블록을 더럽힙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도,
유진은 여전히 잠들어 있습니다.
아, 반동이 너무 거셌던지 방아쇠에 걸었던 손가락이며,
개머리판을 기댔던 어깨가 미친듯이 욱신거리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부러진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것이 마지막 감각이었습니다.
.
.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그와 동시에, 유상흠은 눈밭에서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흰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빛의 입자들.
심장은 여전히 정신 없이 쿵쾅쿵쾅 날뛰고.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봐도, 옴짝달싹하지 않습니다.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여기, 설원이 아닙니다.
“심...은 어떻지?”
“C.V ......ml 투...했습...다. ......분...과. 이... 없음.”
“투여량 ......까요?”
“......마다 ... 상태 확...해.”
오한이 듭니다.
눈보다 더 차갑고 소름 돋는 액체가 주사기의 바늘에서 쏟아져 혈관으로 스밉니다.
들리는 목소리는 드문드문 끊기지만, 이해할 수 있어요.
자신이 새로이 ‘최강의 크리쳐’라고 불릴 사람이라는 것을요.
당신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민간인인 당신이 어떻게 생체형 크리쳐 α를 파괴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죠.
AOC 정예 요원, 최강의 인류가 절반 이상 살해된 가운데 태연하게 살아남은 단 하나의 기적.
AOC 상부에서 당신을 첫 실험체로 고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
가장 가능성이 큰 인물이었으니까요.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유진과 처음 만난 설원,
그 정의의 구성성분이 되고 싶던 어린 날의 바람,
AOC입단 후 유진이 크리쳐였단 거짓된 사실을 접하고 받았던 충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로서 지켜본 소생과 죽음,
그리고 함께 걷던 나날.
유상흠, 당신은 전부 기억합니다.
당신의 손을 내려다보세요.
이제는 유진 리의 자리를 꿰찬 새로운 괴물의 손을.
당신은, 괴물이 되었습니다. 이성 판정(1/1D5)
“심박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투여 중단해! 진정제 준비됐나?!”
“대기 중입니다!”
.
.
.
그와 동시에 유상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이성 판정(0/1D2)
유상흠:
SAN Roll
기준치:68/34/13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라디오 소리는 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문득 유상흠은,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왔나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식량과 온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유상흠:무엇이든 좋으니 죽여버리고 싶어.
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
대충, 그랬던 것 같은데.......
“―――!”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유상흠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흩날리는 옅은 밀색 머리카락, 형형한 빛을 감춘 녹색 눈동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문득, 유상흠은 가슴이 허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유진 리:.... 정신이 들어요?
END 3. 클리셰 파괴를 위한 클리셰, 유상흠.
.
COC 7th fanmade scenario


Written by 수연
KPC 유진 리 PC 유상흠
───────  ───────
어느 날, 한 미고는 인간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지식으로 시간 축의 좌표를 살핍니다.
그리곤 최근 그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두 대상을 관측해요.
그러니까 이건, 어느 시간선에서는 있었을 법한…
그가 찾은 다른 측면의 이야기.
.
.
.
.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음울한 검은 숲.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설원이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넓은 공터.
유진과 상흠은 새하얗게 얼어있는 바닥을 딛고 섭니다.
시작부터 과격하지만,
맞은 편에는 63 마리의 크리쳐가 버티고 있습니다.
유진 리:...아, 오늘은 유독 많이 보이네.
전투를 시작하기에 앞서 안부를 묻고 넘어갈까요.
AOC를 떠나 안전지대 밖으로 도주한지도…
벌써 68일이네요.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AOC에 몸담고 있을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유상흠:뭐, 많이 보일 수록 나야 좋긴 하지만... (크리쳐들이 있는 방향을 보곤 한손을 총에서 떼, 머리를 긁적여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많나...?
종종 이런 식으로 크리쳐를 처리했었죠.
유진 리:어, 엄청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라는 듯 눈을 깜박이다가,)
마침 탄환은 많이 남아있네요.
유상흠:좋지, 좋긴...한데...(쓰읍, 짧게 혀를 차요) ...그래도 사람이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잠도 잘 시간은 있어야지.
얼마 전, 처리했던 추적자의 주머니를 털길 잘했어요.
유상흠:아, 지금은 크리쳐던가? 뭐ㅡ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어깨를 으쓱여요)


두 사람 앞을 가로막은 금속형 크리쳐, 63마리.
하지만 역시 좀 많네요,
크리쳐여도 밥 먹고 간식도 먹고 잠 잘 시간도 필요하니까,
사격 판정 후에는 4D12를 굴립시다.
 유상흠의 차례.
유진 리:아니,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잠도 잘 자고 왔잖아요? (선공을 뺏을 생각은 없는지, 옆에서 키득거립니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유진과 상흠이 내내 해오던 일인 걸요.
최강의 인류, 최강의 크리쳐에게는 숨을 쉬는 것보다 쉬운 난도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여유만만인 태도인 거겠죠.
유상흠:(흥, 마음에 안든다는 듯 고개를 휙 내저어요.) 그정도로는 부족하다고! 그나저나... 이럴 때만 나한테 양보해주는거냐고.
뭐, 뭐~ 그렇지만 양보해준다면 잘 받아가겠지만? (씨익 웃으며 손에 들린 라이플을 한바퀴 크게 돌리곤, 곧바로 크리쳐를 향해 트리거를 당깁니다.)
유진 리:좀 귀찮아서... 왜 평소처럼 의욕을 내주지 않는담, 이 크리쳐. (위기감이라곤 하나도 없는 태도로 장난스럽게 대꾸합니다. 그래도 총을 점검하고는 있네요.)
유진 리:(아, 역시나. 그리고 당신이 이어서 하는 것을 보면.... 그럴 줄 알았어, 짧게 웃음 소리를 냈겠네요.)
유상흠:
사격(라/산)
기준치:80/40/16
굴림:1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유상흠:(노리는 크리쳐의 수는 20. 그렇지만 내가 노리는 걸 놓칠리가 없지!)
유진 리:오~ (뭐야, 평소보다 의욕 넘치는 거 아닌가? 뒤에서 휘파람을 붑니다.)
유상흠:헤헹. (뒤에서 들리는 휘파람 소리에 코를 쓸어보여요)
남은 크리쳐는 43마리,
총알의 궤도에 따라 깔끔하게 쓸려나갑니다.
 유진 리의 차례.
유진 리:
사격(라/산)
기준치:70/35/14
굴림:78
판정결과:실패
유진 리:음, 그러면 쭉쭉 가죠? 계속 해요. (제대로 총을 들 생각도 안 하고,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겠네요. 진짜로 나 구경만 해도 될 거 같은데...?)
2
기괴한 소리를 내는 크리쳐가, 더 가까운 상흠에게로 날카로운 금속을 뻗어옵니다. 3
유상흠:하아? (히죽히죽 웃고있다가도 역시 그 말엔 뒤를 돌아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추임새를 넣어요. 뭐, 혼자서 잡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유진이 논다는게 마음에 안들어요.)
유상흠:앗, 씁. 아프잖아!!! (그 사이에 크리쳐가 저를 후려치면, 되려 화를 내면서 크리쳐를 노려봐요.)
유진 리:저런. 한눈팔면 어떡해요.
 다시, 상흠의 차례.
유상흠:와, 이, 진짜. 놀지말라고! (크리쳐한테 얻어맞은게...분명 유진의 탓은 아닌데, 괜히 유진에게도 성내요. 착실히 양쪽 모두에게 화를 냅니다.)
유진 리:에이, 사실 재밌잖아요? 지금 엄청 좋은 찬스 아닌가? 혼자 다 쓸어버릴 수 있는데. (여전히 구경만 하려는 듯한 태도로....)
유상흠:(당장이라도 유진을 발로 차고 싶어져, 발 동동 구르다가도...당장은 저를 후려친 크리쳐를 한대 때려버리기로 결심합니다.) 너 진짜, 얘네들 다 잡으면 두고보자!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느정도 유진의 말에 수긍은 하고 있어요. 혼자 얘네들을 다 잡는 이 상황이 재밌긴 해요. 곧바로 총구를 크리쳐를 향해 겨눕니다.)
사격(라/산)
기준치:80/40/16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진 리:(곧장 반응하니 재밌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라, 뒤에서 웃음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혼자서도 엄청 잘 싸우고 있잖아요...? 역시 크리쳐는. )
유상흠:하아, (상대도 안되는 것들이 떼로 덤비지 말라고. 히죽ㅡ 웃으면서, 14마리의 크리쳐들 그 사이에 총알이 뚫고 지나가는 그림을 상상해요.)
유상흠:빵야ㅡ.
유진 리:오, 이번 것도 깔끔하네. (역시 뒤에서 물개박수나 쳐주고 있습니다.)
남은 크리쳐는 29마리.
유상흠 혼자서 처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뭐, 당연하겠죠.
우지끈, 와장창, 뚝.
그리고 쿠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금속들이 나무를 긁고 땅을 파헤치며
산산이 조각나 천지에 뿌려진 별이 됩니다.
고통도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은 우는 대신 윤활유 따위를 흘리며 바닥을 더럽힐 뿐입니다.
유진 리:조심해요, 저 녀석 뒤로 도는데?
입으로 그럴 시간에 총이나 들지....
평소와 별다른 바 없는 일상이긴 합니다.
그러나…
어라?
생존 크리쳐가 과반수 미만으로 떨어져도 그것들은 도망가지 않습니다.
유상흠:그런 걸 발견했으면, 나한테 말하지말고 너가 좀 잡으라고! 진짜로 이번건 나한테 다 맡길 생각....?
끼익, 끼익, 끼이이익.
낡은 경첩이 흔들리는, 불길한 소리만 잿빛 하늘을 긁어댑니다.
유상흠:...? (화내던것도 잠시...고개를 돌려 유진을 쳐다봐요. 말없이 쟤네들 가리켜요.)
유진 리:.... 음? (웃고 있다가, 상흠의 등 너머 크리쳐 무리를 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상함을 감지하는 순간.
부서졌던 기계가 다시금 재생합니다.
당신과 유진이... 아니, 당신 혼자서 분명히 핵을 파괴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체를 되찾은 것들은 아까와 똑같이 날카롭고 흉흉한 금속 테두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핵을 파괴하면 크리쳐는 사망한다.
이토록 확실한 대전제가 무너지다니!
그 사이 크리쳐들이 진화라도 한 건가요?
아니면 솜씨가 엉망진창으로 퇴화한 건가요?
유진 리:.....?
불길한 광경을 목격한 두 사람, 이성 판정(0/1).
유진 리:...뭐야? 재생?
유상흠: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2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진 리: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61
판정결과:실패
유상흠:...?? 뭔가 이상한데? (한손으론 턱을 매만지면서, 떨떠름하게 녀석들을 바라봐요.)
유진 리:금속형이 재생이라고? 유상흠도 아니고....?
매끄러운 원기둥과 원뿔,
구로 이루어진 금속형 크리쳐는 날카로운 가시를 표면에 두르고 있습니다.
수은처럼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하면서요.
불규칙하고 정형화된 모양새 사이, 핵은 분명히 새파랗게 빛나고 있습니다.
유상흠:아니, 그래도 여기서 나를 끌고오면 쟤네들이랑 동급 취급 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리 말하면서 크리쳐들을 살펴봐요.)
유진 리:....하, 상흠 씨가 제대로 안 하니까 그렇죠. (조금 표정을 구기다가, 괜히 누구 탓을 하면서 앞으로 나섭니다.)
사격(라/산)
기준치:70/35/14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상흠:아니, 뭔 헛소리야! (유진이 제 앞으로 나서 라이플을 쏘고 나면 다가가 다리를 툭 찹니다.) 내가 얘네들을 대충 상대할리가 없잖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유진이 쏘면 뭔가 다른가 싶어서 크리쳐들을 다시 살펴보긴 해요)
유진 리:다시 부숴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러면서 겨누어 맞춘 것은 22 마리, 그러다가 뒤에서 다리를 맞으면, ) 아야, 내가 아니라 저쪽을 때려야죠.
쾅!
폭탄이 터지는 듯 요란한 굉음과 함께 크리쳐가 나가떨어집니다.
탄환은 확실히 크리쳐의 핵에 직격합니다.
부서진 파편 사이로...
 관찰력 판정.
유상흠:호오, (파편이 날아가는 걸 보면서 옆사람에게 중얼거리듯 말해요) 아까도 그렇게 쏘지 그랬냐.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핵의 생김새가 어딘가 이상합니다.
여태 당신들이 알던 것과 달리
긴 바늘과 둥근 태엽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꼭......
시계처럼 보이는 것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어요.
일전의 핵은 하나의 구로 이루어져 있어 바로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유상흠:그리고 너를 노린게 맞으니까. (...흠?)
하지만 저것은 정교한 부품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서...
파괴하더라도 한 번에 조각조각 박살 내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유진 리:... 상흠 씨, 얘네들 핵이 원래 저렇게 생겼던가?
(당신의 시선과 같은 쪽을 보면서 중얼거립니다.)
유상흠:흐으으음? 아니? 나도 저런 건 처음보는데? (이미 쓰러진 적이니, 가까이 다가가선 그 부품들을 향해 여러번 총알을 갈겨봐요.)
총을 쏘면, 확실히 조금 더 조각나기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총알 낭비가 너무 심합니다.
가로챈 후 박살내 모든 부품을 흩어두면… 핵으로써 다시 기능하지 못할지도.
개체에 따라 월등히 빠른 예도 있으니 여유롭진 않겠으나…
당신이 누구인가요, 최강의 크리쳐.
유진은 뒤에서 당신을 엄호하겠다는 눈짓을 보내고,
개체에 따라 월등히 빠른 예고 뭐고,
그 모든 크리쳐를 뛰어넘어서 가장 빠른 것이 당연한… ‘최강의 크리쳐’인 당신이 나설 차례입니다.
이때입니다, 달려서 저 핵들을 가로챌까요.
유상흠:(크리쳐를 향해 계속해서 트리거를 당기다가도 영 짜증난다는 듯이 중얼대요.) ...뭐지, 이거? 지금 내 앞에서 자기가 얼마나 빠른질 보여주고 싶다는건가?
유진 리:재생까지는 기껏해야 3분 남짓.... (뒤에서 눈으로 그것들의 재생속도를 살피고 있다가 중얼거립니다.)
유진 리:이러면 다 조각내기 전에 총알이 떨어질 거예요.
...손으로 하죠?
내가 엄호할 테니까.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진지해진 상태로 자세를 잡습니다. 당신이 핵을 가로채올 때까지, 재생한 크리쳐들이 방해하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
유상흠:하아, 마음에 안들어. 마음에 안들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유진의 말을 듣곤 총을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을 빼요.) ...오케이. 믿는다고, 파트너?
유상흠:(괜히 장난스럽게 뒷말을 붙이곤, 총이 바닥에 떨어질 때 쯤이면 곧바로 핵을 향해 돌진해요)
 민첩 판정!
유상흠:(인간일때도 그리 느린 편은 아니였지만, 이 몸이 크리쳐가 된 이후부턴 차도 가볍게 따라잡을 것 같은 기분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땅을 박차는 몸이 가볍기 그지없습니다.)
유상흠:(제 발에 튕겨져 나간 눈이 바닥에 다시 내려앉는 것보다, 핵을 가로채는 손이 더 빠를겁니다.)
민첩
기준치:99/49/19
굴림:1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3분? 오히려 웃음이 나왔을 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의 속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느립니다.
여유로울 지경이라고요.
뛰어온 경로를 따라 발자국이 남고,
흰 눈은 진흙과 오일이 섞여 온통 더러운 색으로 물듭니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며 최강의 크리쳐!
유상흠이 핵을 손에 쥐고 박살 내는 순간!
긴 이명이 들리고,
째깍,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째깍,
유진 리:유상흠....!
째깍,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째깍,
눈앞이 핑 돌며......
딸깍.
불 끈 거 누구야?!
.
.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그와 동시에 유상흠은 눈밭에서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심장은 여전히 정신없이 쿵쾅쿵쾅 날뛰고,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유상흠:켁, 컥, 헥...? (눈이 뜨이고, 입을 열려고 하면... 곧장 제 입에서 뭔가가 계속해서 튀어나옵니다.)
토해낸 것은 다름 아닌...... 시계입니다.
무슨....?
금속 재질로 은색을 띠고 있으며
내부에 든 것은 새파랗게 빛나는 점액질과 복잡다단한 태엽들.
...아까 본 크리쳐의 핵과 똑같이 생겼군요.
작동은 하지 않습니다.
유상흠:...? (뭔...데? 이게? 시계? 반사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걸 잡아채고 나면... 일단 입에 뭐가 더 들어갔었나싶어, 입안을 혀로 굴려봐요.)
더 나오는 것은 없겠네요.
다만 구역질이 밀려듭니다.
불쾌한 기분....
유상흠:와, 이거 진짜...크흐... 기분나빠.... (...진짜로 시계라도 하나 더 먹었나? 속이 왜 이렇게 안좋지? 나 참내. 크리쳐가 되더니...이젠 자다가 별걸 다먹네 싶어져요.)
그러고 보면....
조금 몸이 무겁습니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데에 문제는 없습니다만...
추위가 깊게 스며듭니다.
유상흠:난 또 왜 이런 곳에 있는건데...(...크리쳐 몸도 추위는 확실히 타는 구나 싶어서, 소름이 돋은 팔을 쓸다가도. 주위에 자기밖에 없는지 뒤늦게 한 번 확인을 해봅니다. 이유진이라던가.)
...이상하네. 걔가 날 이렇게 두고 갈리가 없는데.
여기는....
.....
어디지?
꽤 익숙한 광경이지만 어딘가 다릅니다.
유진도 보이지 않고요.
주변을 확인한다면 온통 눈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 한 그루는커녕
시야를 들고, 들어도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 전부입니다.
아까 그곳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거죠?
바람의 냄새가 전혀 다릅니다.
더 건조하고 차가운....
설마, 뭐가 잘못 됐나.
유상흠:...? (주위 둘러보곤 벙쪄요.)
유진이.... 당신을 두고 갈 사람은 아닌데 말이에요.
눈밭에 파묻힌 걸까,
최악의 상황이라면 폭발에 휘말려 흩어지고 만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상흠:(흐음, 흰 눈 위에 혼자 팔짱을 낀채 곰곰히 고민하고 있으면...아래에 이유진이 파뭍혔을 가능성까지 생각이 도달합니다.) 그쪽인가...?
그러다 뒤늦게 문득 자신의 복장을 확인한다면…
?
여태 입고 있던 옷은 어쩌고 이런 차림인지 모르겠습니다.
낡은 스웨터와 패딩.
어쩐지 낯익은 복장이기도 한데.......
 건강 판정.
유상흠:
건강
기준치:80/40/16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상하네요.
귀는 먹먹하고 심장은 쿵쿵 뛰는 데다 머리는 조금 어지럽습니다.
속은 여전히 메슥거리고요.
추위가 얇은 옷매무새 사이로 스며들어서 오한과 소름이 오스스 돋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배까지 고픕니다.
 체력 1점 차감.
유상흠:아이... ...이런데서 이런거나 입고 있으니까, 이렇게 춥니지! (자기가 왜 이런 옷을 입고 있는지에 대해선 솔직히 관심 밖입니다. 대신 눈 위에 귀를 대곤, 먹을 건 있는 지 주머니를 뒤져봐요.)
주머니 안은 절망적일 만큼 텅 비어있습니다.
전에 입고 있던 옷이라면 이렇게 춥진 않았을텐데.
옷차림 때문에, 그래서일까요? 이렇게 추위를 느껴본 적은 오랜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유상흠:(아....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다 싶으면 이젠 눈 위에 드러눕다시피해요. 그리곤 분명 이유진이 아래에 깔려있으면 못들을만한 크기로 대충 물어봐요) ...이유진, 거기 있냐?
대답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얼굴이 눈에 닿아 시려오네요.
유상흠:(...오랜만에 느끼는 추위때문에 괜히 만사가 귀찮아졌어요.)
...AOC의 요원이 된 후 강도 높은 훈련을 거치며
이런 감각에는 무척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심지어 최강의 크리쳐가 되어버린 후로는 더더욱이요.
조금 이상함을 느껴도,
딱히 짐작 가는 구석은 없습니다.
음, 일단 유진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만사가 귀찮긴 해도.
유상흠:아니... 진짜 여기에 나 혼자뿐이라고? (대답이 들려오지 않으면 몸을 데굴, 굴리곤 하늘을 잠시 바라봐요.) 와...
눈 속은 아닌가.....
하늘에서는 여느 때와 같은 눈송이가 떨어집니다.
당신의 뺨과 머리칼에 닿으면, 조금 오래 머물다가 점차 녹아버립니다.
유상흠:뭐, 아니면 속이 안좋았던게... (흠, 제 배를 잠시 바라봤다봤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럴 일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려요.) 하, 아니, 뭐. 그럴 일은 없나.
(혼자 그리 중얼대고 나면,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에 뭍은 눈을 툭툭 털어버려요.) 아, 이렇게 혼자인 건 너무 오랜만인데...
(이런 눈밭에 저 홀로... 이렇게 중얼대도 받아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아, 벌써 재미없어. 배도 고프고.
유상흠:있는 건 이것밖에 없고. (손에 들린 시계를 쳐다봐요) 언제까지 혼자일지도 모르겠는데... 일찌감치, 얘한테 이름이라도 붙여줄까.
유상흠:윌슨이라던가. (괜히 중얼거려요) 마음에 드냐, 똑같은 동명이물이 있긴한데.
뭐, 대충... 그정도 이름이면 됐지. (그리곤 주위를 다시 살펴봐요.) 어디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라던가.. 뭐 없나? 진짜 아무것도 없나?
 관찰력 판정.
유상흠: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윌슨과 함께 좀 더 걸어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밭을 걷다보면...
유상흠:그래, 너라도 있는게 어디냐. 윌슨아.
저 아래에 얼어붙은 호수가 보이네요.
너도 보여? 윌슨?
당연히 윌슨은 대답이 없고,
매서운 바람소리만 귓가를 때립니다.
모자라도 쓰는게 좋을까요.
걸을수록 눈은 높이도 쌓여 무릎까지 푹푹 빠집니다.
그것들을 헤치고 걷자니 유난히 사지가 무겁고 축축 늘어지네요.
유상흠:에이, 기껏 물어봤는데 대답도 안해주네. (귀도 시리고, 손도 시리고, 걷는 건 걷는 것 대로 힘들고...)
(그나저나, 나 크리쳐일텐데? 나 크리쳐일텐데? 겨우 이정도 걸었다고 힘들어지나? 늘어지는 몸을 무시하고, 크리쳐의 긍지를 걸고 힘차게 걸어가봐요.)
크리쳐가, 겨우 이 정도로...?
왜 힘들지?
그러나, 바지와 운동화도 눈에 축축하게 젖어버려서 불편합니다.
경사가 있는 눈길.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가면....
얼어붙은 호수의 테두리에 닿습니다.
아, 표면은 단단하게 얼어서 물을 마실 수는 없을 것 같네요.
호수 건너편 저 멀리에 검은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 가로질러 들어갈까요? 아니면 에둘러 돌아가는 것이 나을까요.
이 눈밭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디로든 걷는 게 나을 것 같으니까...
유상흠:(크리쳐는 직진이다 직진!! 뭘 둘러가!! 당당하게 가로질러가요. 난...죽어도 되살아난다, 이말이야!!)
직진!
단단히 얼어있는 호수를 가로지릅니다.
호수의 표면은 얼음 특유의 결이 생생합니다.
꽤 깊게 언 모양이죠, 빠질 걱정은 없겠네요.
그리고 유상흠은,
유상흠:호오...(총총 걸어가면서 호수 아래를 구경해요.)
호수 아래를 보다가.... 얼음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봅니다.
상당히 앳된 얼굴이에요.
…?
유상흠:...???
지금의 당신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콜록!
생각을 방해하는 것은 낯익은 기침 소리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내려오던 반대 방향으로 둥글게 솟은 눈 무덤이 있습니다.
딱 사람 하나를 묻을 크기네요.
유상흠:....사람? 사람?! (평소에 사람을 좋아한다던가...그런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이 조용함... AOC를 나온 이후엔 계속 두명이서 지냈기 때문에 영 마음에 안듭니다.)
뭐야, 누구 살아있으면 말해봐요! (얼음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어려보였던 건... 일단 나중에 다시 알아보는 걸로 하고, 곧바로 무덤쪽으로 향해봐요.)
그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눈 무덤을 헤집으면,
그 안에 쓰러져 있던 것은....
뺨이 차갑게 얼어버린 유진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진이지만 유진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앳된 얼굴.
그리고...... 익숙한 군복.
유상흠:...???
AOC의 군복을 입고 있는 유진은,
대 크리쳐용 살상 무기를 쥔 채 눈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미약하게나마 숨은 붙어 있군요.
유상흠:왜, 얘는 군복이고 나는 평상복인건데...? 왜 얘는 무기도 들고 있는건데??? (여기에 태클을 걸때가 아닌데도,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틱틱대요.)
그런 불만이 먼저 자리하면,
전직 AOC의 군인인 당신은, 그 다음 순간 깨닫습니다.
아, 이건 현재 보급되는 무기가 아닙니다.
몸체에 쓰인 모델 넘버는 A-O19-C1015.
......약 4년 전에 사용하던 구형입니다.
앳된 얼굴의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조금 전과는 다르고,
무기의 연식은 분명히 4년 전의 것입니다.
......4년 전으로 타임리프한 유상흠,
 ✷ 이성 판정(0/1) ✷ 
유상흠: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72
판정결과:실패


4년 전 일이기에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떻게 잊겠어요.
이유진과의 첫 만남이기도 할뿐더러 뼈에 사무치는 추위였는걸요.
지금이 4년 전임을 인지하자마자,
기억을 가다듬을 필요도 없이 이다음의 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커다란 동굴이 있습니다.
겨울에 먹을거리가 모자라 사냥을 나오게 되면 사용하던 쉼터이기도 했었죠.
그때 분명히, 쓰러진 유진을 이고 져서 그 동굴로 향했습니다.
추위를 피하고 불을 때고.......
그렇게 당신은 간신히 유진을 살리고,
다른 AOC 요원들과 합류해서 그들이 Z시의 피난민을 보호, 이송했었습니다.
X시에 무사히 도착하며 터지던 안도의 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마, 어쩌면... 당신이 AOC에 입대하겠다고 조금이라도 마음먹은 계기였을 수도 있겠죠.
유진은, 지금 얼마나 오랫동안 이 눈 속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걸까요?
아무리 흔들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시체처럼 차갑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할까요?
왜냐하면 지금의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AOC를 동경할 수도 있었던, 4년 전의 순진한 이가 아닙니다.
얼음송곳 같은 눈발이 흩날리고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몸은 당신이 구하지 않는다면 얼어붙은 설원에 버려진 채 시체가 되겠지요.
최강의 인류라는 명성이 애석하게도, 무덤 하나 없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강의 크리쳐니 뭐니 하는 끔찍한 실험의 희생자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유상흠:(이 곳이 어디인지, 이유진이 왜 여기있는 질 알아차리고 나면 이마를 꾹꾹 눌러요) ...아니, 진짜 어이가 없네. 대체 누구야 나를 이런 곳에 냅다 떨궈놓은 녀석은...
유상흠:뭘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괜히 시체처럼 누워있는 이유진 뺨 꾹꾹 눌러요) ...일단 얘를 어딘가로 옮겨두긴 해야될텐데...
(동굴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AOC가 떠올라요. 그러자 표정이 찡그려집니다. 걔네한테 얘를 넘겨줄 이유가 있나? 괜히 이유진 볼 쿡쿡 더 찔러봤다가...)
뺨을 찔러도, 차갑고 뻣뻣합니다.
....여전히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아요.
눈을 뜨게 하려면 우선 몸을 데우게 하는 것이 좋겠죠, 이 추위에 얼마나 방치된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상흠:(동굴이 아니라 다른 이 추위를 피할 곳이 없는지 살펴봐요... 아까 목적지로 삼았던 숲은?)
검은 숲은 나무들로 빽빽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쉬게 할 만한 곳은... 떠오르지 않네요.
그 동굴 외에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살려낸 유진이 AOC와 합류하는 것은 이보다 한참 뒤였죠.
동굴에서 정신이 들고, 함께 Z시로 이동하지 않았던가요.
유상흠:아, 진짜 마음에 안드네... (딱히 AOC가 모르면서도 쉴 수 있을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으면, 우선은 얘를 동굴로 데려가기로 해요. 깨어나고도 AOC가 오기까진 텀이 있었던 것 같으니까...)
...근데 일어나면, 킁. 뭐라고 말하지? (이 눈밭에 계속해서 있는건 자신에게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으니, 빠르게 등 뒤에 유진을 업어요. 아니, 업을까? 아니면...)
유상흠:(...나중에 얘가 들으면 질색할 공주님 안기나 해버릴까? 짧게 고민해요)
유상흠:에이, 봐줬다. (기절한 사람을 두고 그러는 것도 좀 그런가 싶어, 등 뒤에 이유진을 업고 곧바로 이동해요.)
유진을 업고 기억에 남아있는 곳으로 걷습니다.
아, 이제야 힘든 이유를 알겠습니다.
4년 전의 당신은 크리쳐도, AOC도 아닌… 그저 민간인이었을 테니까.
바람이 스칠 때마다 피부가 갈라지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아직 최강의 인류도, 최강의 크리쳐도 되지 못한 신체는 연약하기 짝이 없군요.
들춰 맨 유진의 무게가 자꾸만 무릎을 꺾습니다.
 건강 판정.
유상흠:
건강
기준치:80/40/16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상흠:아, 진짜 방해되네. 이 몸! (분명 약하진 않은데, 그래도 크리쳐일때랑 너무 차이가 나서, 괜히 자기 몸에 화를 내요.)
가만히만 있어도 몸이 무겁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확실히 크리쳐일 때와는 다릅니다.
유상흠:(팍팍, 열심히 눈에 발을 꽂으면서 한걸음씩 걸어갑니다. 그리고 기절한 사람한테도 통보해요.) 나중에 진짜 너한테도, 업어달라고 할테니까!
...기억을 따라 걸어도, 어쩐지 동굴은 나오지 않습니다.
분명 그때는 얼마 걷지 않았던 것 같은데. 추억의 미화일까요?
정신을 잃은 이유진…. 갈수록 무겁고 걸리적거리기만 합니다.
아, 그냥 버리고 가고 싶다.......
당신의 힘듦이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
드디어 커다란 동굴의 입구가 보입니다.
눈과 바람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바닥이 좀 딱딱하겠지만 설원에 눕는 것보단 훨씬 호사스럽겠죠.
유상흠:하, 씨. 하마터면 진짜 버리고 갈뻔했네.... (진짜로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괜히 투덜대면서 동굴안으로 들어가요.)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어둑하고 서늘합니다.
벽에는 꺼진 횃불이 걸려 있고,
짐승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높은 곳에 선반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모포, 난로와 비상식량 정도는 있었던 것 같은데요.
유상흠:일단, 불부터 붙이자 불부터. 으....춥다, 추워. (이유진을 찬바람이 그나마 닿지 않는 안쪽에 널부러놓습니다.)
기름을 넣어 불을 때는 구식 간이 난로는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기름은 들어있지 않네요.
 행운 판정.
유상흠:(바닥에 누워있는 이유진의 얼굴을 잠시 살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요. 그리곤 어깨를 싹싹 쓸면서 난로와 난로에 넣을 기름을 찾으러나섭니다.)
기준치:70/35/14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운이 좋네요, 기름이 넉넉히 남아있습니다.
선반 위에서 발견했겠네요.
유상흠:하, 역시나. (운은 항상 자신의 편이죠. 이런 소소한 일에도 괜히 뿌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곤 발견한 기름을 난로에 넣어줍니다.,)
타닥, 타닥...
불이 들어오면, 아까보단 훨씬 낫습니다.
유상흠:(난로에 불이 들어왔다 싶으면, 안쪽 아무데나 눕혀둔 이유진을 끌고 난로 근처에 놓아줘요. 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해줬다...알고 있냐고, 이유진 그러고보면 모포랑 비상식량도 있었던 것 같은데...주위를 살펴봅니다.)
유진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당신이 옮기는 대로 옮겨지겠네요.
몸은 꽁꽁 얼어 체온이 극단적으로 낮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낡고 얇은 모포 몇 장을 찾습니다.
케케묵은 냄새도 조금 납니다만, 이게 어딘가요.
높은 선반을 조금 더 뒤져보면, 비상식량도 제법 많이 있네요.
봉지 라면과 동결 건조 수프, 하이라이스, 육포와 초콜릿 바 조금이 남아있습니다.
낡고 더러운 양은 냄비도 하나 굴러다니고요.
유상흠:흠...(이정도 냄새쯤이야...크리쳐랑 맘껏 싸우고 돌아온 날에 나는 냄새들을 생각하면, 그리 나쁜 편도 아닙니다. 자신이 덮을 한 장을 빼고, 나머진 다 유진의 위에 덮어줍니다.)
유상흠:(한장만 어깨위에 가볍게 두르곤, 더러운 양은 냄비를 챙겨 잠깐 바깥으로 나가요. 눈으로 대충 씻을 생각이예요)
눈으로 먼지를 씻어내고,
깨끗한 눈도 그 안에 퍼와서, 물 대신으로 쓰면 되겠죠.
그걸로 라면이나 수프를 끓일 수 있을테니까요.
유상흠:(하, 역시 난 천재야~ 물대신 눈을 쓸 생각을 다하다니~ 룰루, 냄비에 눈 담아서 챙겨와요. 드디어 밥을 해먹을 생각에 신났어요.)
횃불에도 불을 붙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선반에는 성냥 몇 개도 남아있으니까,
마른 횃불에는 쉽게 불이 붙겠네요.
유상흠:(챙겨온 냄비를 난로 위에 올려, 녹여줌과 동시에 횃불에 불을 붙여 주위를 밝혀줘요. 슬슬, 요리를 할 시간이니까요.)
횃불에도 불이 들어오면, 점차 내부가 밝아옵니다.
동굴이 눈보라를 어느정도 막아주고, 난로를 켠 덕에 추위도 한결 가십니다.
물론 아직은 몸이 으슬으슬 떨리긴 하지만......
배까지 채운다면 더 나아지겠죠.
유상흠:뭐, 요리라고 해봤자. 라면이랑 수프같은게 다긴 하지만.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한쪽 눈을 찡긋해요. 아무튼 요리는 요리니까!)
유상흠:(눈이 좀 녹았다 싶으면, 배를 채울 생각에 라면부터 끓기기로해요. 라면이 몇 봉지 남아있는지 확인해요.)
라면은... 6 개가 남아있네요.
유상흠:(라면 봉지를 보며 배를 매만져요. 하, 고프긴한데... 그렇다고 들어가는대로 막 먹자니 이유진 얘가 얼마나 먹는지 알고 있으니까....고민돼요.)
유상흠:(결국엔 그냥 깔끔하게 3봉지, 3봉지씩 나눠 먹는걸로 하고. 이유진 근처에 라면 세봉지를 쌓아둡니다. 그리고 제 몫의 3봉지를 뜯어서 끓기 시작한 물에 집어넣어요.)
좁은 동굴 내부에는 음식 냄새가 자욱하게 퍼집니다.
이런 때에 라면 냄새는…. 끝내주겠죠.
끝내주는 냄새를 맡으며....
유진이 눈을 뜨기 전에, 잠시 상황을 정리해볼까요.
당신은 분명히 숲에서 크리쳐와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핵을 부숴도 되살아나는 변종이 생겨났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핵의 부품을 흩어 놓기 위해 손에 쥐는 순간......
요란한 초침 소리와 함께 암전.
그다음은 4년 전의 어느 날, 지금.
핵을 쥐는 순간 신체 내부에서 격렬한 반응이 일었던 것으로 보아,
크리쳐 간의 무언가가 공명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그리고 당신이 토해낸 시계…
윌슨은...... 크리쳐의 핵이겠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윌슨의 바늘은 어디 있는 걸까요? 아직 뱃속에?
마저 토해내서, 합체해야 돌아갈 수 있다거나?
전혀 모르겠네요.
보글보글. 타닥타닥. 깜빡깜빡.
눈보라와 어울리지 않는 조용하고 얌전한 효과음이 동굴 안을 채웁니다.
잠깐.
무언가 이상한 의태어가 섞이지 않았나요?
깜빡깜빡?
유진:....누구?
눈을 뜬 유진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은 여러 가지 의문 중 하나의 답을 얻습니다.
이유진은 확실히 4년 전의 사람입니다, 분명해요.
전혀 모르는 눈으로, 낯설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당신처럼, 모습만 4년 전의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죠.
유상흠:호오? (이유진이 저를 전혀 몰라보는 눈치면, 속으로... 이거 재밌겠는데? 란 생각을 해요. 그렇다고 딱히 뭔갈 할 생각은 없지만...) 아, 네. 그러시겠죠~ 그쪽이 저기 눈쪽에 쓰러져있길래, 데리고 왔어요~
유진:(여긴 어디지, 내가 왜... 저 사람은? 아는 얼굴은 아닌데. 조금 방어적인 눈으로 훑었으나,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정신을 차리고 조금 지나면 점차 상황 파악을 합니다. 아.... 그랬었지, 눈 때문에 일행이랑 떨어져서.) ....이 눈길에 사람이 지나갔다니, 운이 좋았네..... (조금 중얼거렸다가,) 감사합니다, 저기, 그쪽 일행은....? 혼자서... ....?
유상흠:호오...(이유진한테서 감사하단 소리를 들으면, 이건 또, 이것대로 기분이 묘해집니다. 같이 살면서 고맙다는 말은 몇번 듣었겠지만서도...경어로 감사를 표하는 이유진... 저도 모르게 살짝 고개가 기울어져요. 어느새 이 4년 전 이유진을 관찰하고 있어요.)
유진:(.....왜 저런 반응이지....? 눈만 깜박거립니다.)
유상흠:(자신을 바라보며 눈만 꿈뻑이는 유진을 보며 재밌네. 짧은 감상을 속으로 읊은 다시 원래대로 자세를 되돌려요.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요.) 뭘요. 제가 할 일이였는데요. (과거에도, 지금에도 말이지)
(그리곤 손을 가볍게 흔들어보여요) 아, 일행은 없어요. 저도 어쩌다보니 혼자 떨어져서 말이죠.
유진:(감사 인사가 아니라, 뭔가 살려준 대가를... 원하는 건가? 하긴, 목숨 값이면... ... 아니, 그래도 지금은 뭐가 아무것도 없는데. 알 수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면서 대충 이런 거나 생각하고 있다가....) 아.
네? 하지만 여기, 도시랑은 꽤 떨어져 있을 텐데요.
그, 이 근처에 사시나요? 사람은 살지 않은 것 같았는데... ... (정말로 혼자서....? 뭐 하는 사람이야? 그러고 보면 이 동굴.... 난로도 있고.... 끓고 있는 음식에는 저절로 시선이 고정됩니다.)
유진:... ...저기, 실례가 아니라면.
... ....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냄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조용히 뱉습니다.)
유상흠:뭐어...(그 질문엔 고개를 긁적이며 과거의 자신을 떠올려봅니다. Z시를 쳐들어왔다는 크리쳐를 좀 더 자세히 구경하고 싶어서 빠져나왔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 당하겠지?)
유상흠:(겸사겸사 죽어버린 AOC 요원들이 떨어뜨린 총도 찾아내서 한번 써보고 싶었다고 하면 더더욱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할것같고.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충 둘러대요) ...피난하던 도중에 잠시 딴 곳에 정신이 팔려서 말이죠.
유상흠:그치만, 덕분에... (유진이를 살짝 검지로 가리켜요.) 그쪽도 구할 수 있었으니까요. 나름, 서로서로 잘된 일이잖아요. 그쵸?
유상흠:(제법 뻔뻔한 얼굴로 쳐다봐요.)
유진:아, Z시 사람? 큰일이네요, 시간이 얼마 없을 텐데요... 얼른 돌아가야 당신도 이동에 합류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눈가를 조금 찌푸렸다가,) 감사합니다….. 죽는 줄 알았어요.(하하… 멋쩍게 웃어버리곤 가까이 앉습니다. )
다른 재료 없이 물만 넣고 끓인 동결 건조식품이란 그저 그런 푸석푸석한 맛입니다만,
눈이 쌓인 풍경을 두고 4년 전의 어느 날에서 먹노라면 참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체력 1D3 회복.
유진:2
유상흠:(호로록, 제 몫의 라면을 2등분 해 나눠먹게 되긴했지만...그래도 기분 좋게 먹고 있어요)
1
유진:(불 앞에 앉아 옷도 말리고, 배도 채우면, 체온이 조금 돌아오는 것도 같습니다.)
유상흠:딱히 급하게 가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요. 그쪽 몸부터 추스리고 말해요. 그리고...거기 당신 몫으로 3봉지 나눠놨었는데... 같이 끓이죠?
유진:(이 사람이 아니면 나는 정말로 죽은 목숨이었을 테니까, 조금 의문이 드는 부분은 있어도... 완전히 호의적인 태도겠네요.)
유진:어, 이것까지 다 먹어도 되나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하지만 사양할 만큼 여유롭진 않아서... 다시 감사 인사를 하겠네요.)
.....감사합니다,
당신은... 제가 책임지고 데려다 드릴게요.
유진:(그래,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민간인이 여기서 혼자라니, 그냥 내버려 뒀다간 자신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게 뻔합니다. 조난을 당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죠. 고맙게도 자신을 챙겨주어서 이렇게 정신이 돌아왔으니까, 이 사람을 제대로 데려가지 않으면.)
유상흠:와하...? (이...AOC 모범대원상을 받을 것 같은 행동거지를 보이는 사람은 대체 누구지? 일단 저가 알고 있던 이유진은 아닌 듯해, 반사적으로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옵니다. )
유진:(그 반응을 보면, 당신이 왜 그러는지 짐작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뜻으로 생각합니다.) 아아, AOC거든요, 저. 군복을 입었으니까 이미 아시려나.....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지만, 뭐, 그런 건 딱히 설명하진 않습니다.) 음....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제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눈밭에 쓰러졌던 사람이 하는 말이라 신뢰도가 없으실 것 같지만... 하하.
유상흠:(진짜 4년 뒤 이유진이나, 4년 전 이유진이나 자신을 말로 당황하게 만드는 건 똑같단 생각이 듭니다. 이유진이 자신을 소개하면 눈만 살짝 굴려, 그 얼굴과 옷을 살펴봅니다.) 네, 알아요... 아는데...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곤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을 해요. 가려진 입은 웃겨서 올라가있습니다. 어울리는데...안어울려...안어울려...) ...당신... 아무리 구해줬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어디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말을 다하네요.
유상흠:(억지로 터져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고나면, 평범한 시민인 척 대답해요) 감사 인사는 필요없어요. 어차피 이건 제것도 아니니까요... (봉지 하나를 흔들어보여요.) 그냥 여기에 들리는 사람들 먹으라고 둔거예요.
뭐, AOC 대원도 쓰러지는 날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믿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요.
유진:음, 그 부분은 정말로 면목이 없어서... (그렇지, 부상 상태에서 블리자드에 조난을 당하면 역시 어쩔 수 없었지..... 하지만 아무래도 멋쩍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구해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기겠네요. 당신을 완전히 평범한 시민... 평범한 민간인으로 생각합니다. 반듯한 웃음을 보이면서,) 그러면... 다 먹으면 출발하죠, 해가 지면 곤란하니까요.
당신은 앞으로도 4년 전의 일을 하나씩 떠올리게 될겁니다.
왜 바로 기억해 내지 못할까, 그것은 아마 4년 전은 꽤 오래 지났고,
C.V에 중독되면서 몇 가지 기억이 희미해졌기 때문일 거예요.
기억을 되찾는 방법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계속해서 기시감을 느끼다가, 어떤 기억들을 꼭 필요한 순간에 떠올립니다.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사소한 일들은...
기억을 복기하지 않고 제멋대로 채워도 괜찮을 겁니다.
그야… 4년 전 오늘, 뭘 하고 있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
.
.
최강의 인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유진의 회복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꽁꽁 얼어서 괴사를 걱정해야 했던 피부는 금세 핏기가 돌고
뻣뻣하던 손끝은 부드럽게 짐을 움켜쥡니다.
허기를 대충 해결하자마자 유진은 동굴 가에 섭니다.
바깥을 살피면 인기척은 들리지 않고,
블리자드는 지나갔지만 바람은 여전히 흉흉해서,
눈이 내리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인 수준이네요.
유진:음. (바깥을 보고 있다가, 당신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준비 되셨으면, 출발할까요.
유상흠:아, 잠시만요. 출발 전에 묻고 싶은게 하나 있어서. (저를 쳐다보는 유진의 팔을 끌어서 물어봐요.) 그래서 도착 전까지 그 쪽을 뭐라고 부르면 되는데요?
(뭐어~ 이름이 이유진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유진:....아. (통성명도 안 했다는 걸 깨달으면 퍼뜩 놀랍니다.) 유진 리,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유진:그러면... (눈을 한 번 굴렸다가,) 음, 성함이....?
유상흠:(제 이름을 물으면 그제서야 씨익, 항상 보였던 그 미소를 지어요.) 유상흠. 호칭은 상흠이나 상흠씨가 적당할 것 같네요.
유진:(이름을 들으면 한 번 되새기듯 중얼거리곤, 알아들었다는 듯 미소를 띠어요.)
상황을 보던 유진이 먼저 앞장섭니다.
그리고… '
그의 입장에서 지금 당신은 민간인이나 다름없으므로,
이해는 하겠다마는.
평소보다 너무 과보호하는 듯이 느껴지겠네요...
앞서서도 뒤를 돌아보며 당신의 걸음을 계속 주시하다가,
결국은 손을 내밉니다.
유진:눈이 깊으니까요, 빠지면 위험해집니다.
유진:눈으로 가려진 절벽이나 틈이 있을 지도 모르고요. 아래로 추락하기라도 하면... (그렇게 말하면서 어서 잡으라는 듯, 손을 내밀고 있네요.)
유상흠:허어? (저한테 내밀어진 손을 보곤 손과 유진의 얼굴을 번갈아봐요. 이게 자신한테 하는 행동이란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입에서 의문형의 말들이 계속 튀어나와요.)
유상흠:이거 너무 과보호라고 생각안해요? 저 성인인데요? (신발을 눈속에 팍팍 꽂아요.) 잘 안넘어질텐데? 진짜로? 잡고가자고요?
유진:보호는 맞습니다만... 글쎄, 과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 웃었다가,) 이게 불편하시면… 로프로 연결이라도 할까요? 제가 디딘 발자국을 따라서 그곳만 밟으시면 됩니다.
음, 그렇게 팍팍 내딛다가 아래가 뻥 뚫려있을 수도 있다는 얘긴데요.
(뭐.... 여긴 아직 평지니까, 그럴 걱정은 없겠지만서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요.)
유상흠:(와, 이거 돌아가면 절대로 이유진한테 말한다, 절대로 말한다. 나한테 이런식으로 친절하게 대했던걸로 반드시 놀린다.... 저를 보며 상냥하게 웃는 이유진을 바라보면서, 그런 음흉한 생각을 해요.)
유진:(아무것도 모르는 선량한 군인....)
유상흠:(그렇지만 그런 생각이랑은 별개로, 이유진한테 보호를 받는 입장에 서있는 건 꽤나 이상한 기분이라... 괜히 툴툴댑니다.) ...에잇, 로브같은 걸로 연결되어있는 게 더 귀찮으니까! 그 손, 내놔요!
유진:아, 그럼. (짐에서 로프를 꺼내려다가, 웃으면서 도로 손을 내밉니다.)
유상흠:칫, 가요! 가자고요! (유진이 손을 내밀면, 꽤나 거칠게 잡아채버려요. 자신이 인간인 몸이 된 걸 계속해서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렇지만 같이 지내면서 유진의 손을 이렇게 잡고 이동할 일은 잘 없었기 때문에... 괜히 시선이 딴 곳을 향해요.)
유진:(확실하고 정확한 보호. 역시 이렇게 붙잡고 있는 편이 안전하죠. 이런 날씨에서는 여차하면 자신처럼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단단히 잡고 있습니다.)
눈보라가 휩쓸고 지나간 것에 더해, 온통 평평한 설원이라 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을 힘겹게 헤치고,
손을 잡은 채로 간간이 대화도 나누며 쉬지 않고 걸어요.
아니, 헤매는 쪽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유진:여기는 사람도 없지만 크리쳐도 없으니 다행이네요.
X시는 안전할 겁니다.
(Z시의 사람들은 거주하던 곳을 버리고 떠나야 하니까, 아무래도 그 부분을 신경 쓰고 말합니다.)
유상흠:흐음...(딱히 어떤 사람들이 안전한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지만, 적당히 호응을 해요. 그리고 물어봐요.) 유진, AOC에 들어가게 된 건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서인가요?
(이런 거... 4년 뒤의 이유진한테 묻기에는 AOC 관련 이야기라 꺼낸 적 없는데... 4년 전의 이유진이라면 그래도 물어볼 만 하겠죠.)
유진:(아까부터 조금 시선을 멀리 주는 당신이, 제 딴에는 이 끝없는 설원과 크리쳐가 들이닥친 거주지의 상황이 불안해서, 걱정되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그럴 테니까요. 게다가 제가 보고 있는 이 사람은 확실한 민간인이기 때문에….. 그래서 오히려, 더 신경을 써줍니다. 계속 말을 걸고, 손을 잡은 것도 조금도 놓지 않다가....)
아, 그거 재밌는 주제네요. 흠.....
(이 역시 자신이 꺼내는 스몰 토킹에 대한, 당신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무래도 보람찬 일이긴 하죠? 사람을 구하는 거... 음, 입대할 때만 해도 그런 숭고한 마음가짐 같은 건 없었는데 말입니다... 하하, 여기서니까 말하는 거예요.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군인들이라고 다 그런 직업 정신이 있는 건 아니니까. (장난처럼 조금 웃습니다. 흰 눈밭에 조금 멀리 시선을 두다가, )
사실.... 지금도 뭘 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진:아까 말하셨었죠, 서로서로 잘된 일이라고?
제가 오늘 상흠 씨를 무사히 Z시까지 데려가게 되면, 네, 아무래도 이런 일을 위해 여기 들어온 거라고... AOC가 되길 잘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저를 살린 건 당신이니까, 저도 그럴 수 있길 바라야죠. 도움이 되겠습니다. (가볍게 후후, 하고 웃었다가, 주변의 내려온 나무가지들을 손으로 치워봅니다.) 아, 그나저나 방향을 전혀 모르겠네....
유상흠:아.....(AOC가 되길 잘했다...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역으로 약간 차게 식는 느낌이 듭니다. 과거의 자신은 이런걸 분명 물어보지 않았겠지만, 그렇지만 그때의 이유진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작고 작은 일들이 이 녀석을 계속 AOC에 붙어있게 만들었던 거겠지 싶어... 괜히 짜증이 납니다. 이런 식으로 열심히 움직이고, 고민하는 녀석도... 잘 없는데...)
(괜히 유진이 다리를 툭툭 차요.) ...AOC 너무 믿지 말라고요. 사람 구하는 거에 너무 목매지도 말고. 사람도 좀 의심할 줄 알고.
유진:음? 하하, 그럼요, 그럼요.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그저 조금 웃음을 흘리면서 대꾸합니다. 친절하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때의 유진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로, AOC의 정의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유진을 잘 아는 당신의 눈에 다 보일 정도로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당신은,
 관찰력 판정.
유상흠:(솔직히 말해서 AOC같은 데... 바로 나오면 좋을텐데... 분명 동굴에 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로, 말할 생각이였는데... 그렇지만 왜 지금 이 말이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유상흠:...아, 딱봐도 알겠네. (결국 마주잡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머리를 흐트려버립니다.) 지금 제 말 한귀로 듣고 흘렸죠?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진:....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슬쩍 돌아보며 괜히 웃어보입니다.) 잘 들었어요, 흘리지 않았는데.
파묻힌 나뭇가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부자연스럽게 꺾여있는 것이 당신의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의 손이 닿을 법한 위치의 나뭇가지 하나만 왼쪽으로 꺾여있네요.
검은 작대기가 위태롭게 흔들립니다.
유상흠:에이, 제 앞에서 거짓말 할 생각하지 마시고. 네... (괜히 마음이 복잡해서 자연스럽게 반말이 튀어나오려던걸 삼켜요.) ...유진, 당신 표정... 꽤나 알아보기 쉬우니까요.
(그리곤 흐트려버렸던 머리를 다시 정리할 때 쯤이면, 이상한 나뭇가지를 발견합니다. 주제도 돌릴겸 언급해요.) ...것보다, 저 나뭇가지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유진:그래요? 표정이? 그런가... (남는 손으로 제 얼굴을 한번 꾹꾹 눌러봤겠네요. 이 사람 앞에서는 딱히 감출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서겠어요. 이 설원에는 다른 사람도 없을뿐더러... 당신은 오늘 처음 만나고, 그리고 조금 있다가는 헤어질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 나뭇가지?
아ㅡ
당신의 말을 따라 그쪽을 보던 유진은 무척 반가운 눈치입니다.
유진:동료들이에요. 후발 부대를 위해서 길을 표시할 때 이런 식으로 하거든요.
맞게 왔네요, 서쪽으로 조금 더 걸으면 될 것 같습니다.
멀리 떨어진 건 아니라 다행이네....
"죽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했을 줄 알았는데."
동료들이 믿고 기다리고 있다는 건 그에게 꽤 반가운 일이겠죠.
유상흠:하ㅡ, (역으로 표정이 구겨져요) ...동료 들 말이죠...? (차라리 말하지 말걸...)
C.V를 이식받기 전의 유진은 어떤 동료와 어떻게 지냈는지,
4년 전의 당신도, 4년 후의 당신도 알지 못합니다.
그때는 유상흠이 아닌 다른 파트너가 있었을까요.
남겨진 표시를 따라 걷다 보면, 높은 절벽이 나옵니다.
길이랄 것이 없는 막다른 곳이네요.
유진:....흠.
(당신의 표정이 구겨진 것도 알지 못하고, 남겨진 표시를 보면 드디어 실마리를 하나 찾은 듯이 곧장 그쪽으로 함께 걸어가겠네요.)
유상흠:뭐, 아무것도 없네요? 잘못 온걸지도? 뒤로 돌아갈까요? (막다른 곳이 보이면 오히려 좋아해요.)
유진:(그러고는 절벽이 나오자 멈추어 섭니다. 잠깐 손을 놓고 꼭대기를 올려보고 있다가... )
아, 아뇨. 상흠 씨가 잘 찾아주셨어요, 확실합니다. (당신의 말이 들리면 웃으면서 절벽을 가리킵니다.)
절벽을 살펴본다면 일정한 간격으로 찍힌, 눈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선발 부대가 어떤 길을 가로질러 갔는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AOC, 최강의 인류 집단에겐 막다른 곳조차 또 다른 길이 되는 법입니다.
절벽을 오르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죠.
하지만 문제라면......
지금의 유상흠은, 최강의 인류도, 최강의 크리쳐도 아니네요.
잠깐 절벽을 살피던 유진은 익숙하게 품에서 벨트를 꺼냅니다.
버클을 열고 길게 늘인 후...... 당신을 묶네요.
유상흠:(아이고, 사람이 유능해도 이게 문제네. 자화자찬을 하면서 허탈하게 그 흔적을 바라보다가도....)
유상흠:(저를 묶어버리면...이제 정말로 AOC가 근처인 듯 느껴져서... 머뭇거리지 않고 그냥 물어보기로 해요.) 유진... AOC를 나올 생각은 없어요?
유진:네, 네... 알아요. 미친 짓 같죠, 하지만 이렇게 매달고 여길 올라갈 거니까요. (당신이 무어라 말하는 것이 당연히 이에 대한 항의라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가... 뒤늦게 무슨 말을 했는지 듣습니다.) .....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가,)
(다시 벨트를 꽉 조입니다.)
유상흠:(그 말엔 덤덤하게 대답을 해요) 그건 별로 상관없는데. 절벽 정도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죠. 그것보다 AOC요.
AOC, 나올 생각은 없냐고요. (아, 이쯤되면 진짜 오지랖이 맞긴합니다. 지금의 이유진은 모르는 사람이고,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은 성격에 안맞는 일이란 걸 알아차려요.)
유진:아.... (조금 말문이 막힙니다. 눈을 굴려요. 아아, 그렇구나... 엄청 나쁘게 보였나? 사람을 눈밭에 버리고 가서? 일반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아까 죽은 줄 알고 포기한 줄 알았다느니, 뭐니... 그렇게 말하지 말걸. 여기서도 상흠의 말을 대차게 오해합니다. 지금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 안에서 가장 말이 되는 결론을 끄집어 냈기 때문이겠죠. 4년 전의 이유진이 하기에는 이것이 최선일 겁니다. 하지만 당신을 등에 붙여야 하기 때문에, 시선은 곧 떨어지겠네요.)
유진:글쎄요, 사실 아까는 말 안 했는데...
유진:제가, 그.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라. (아, 이거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기 진짜 창피하네.....)
유진:그래서... 동료들도 딱히 걱정은 하지 않을 거예요? 살아 돌아올 줄 알고 있을걸요, 분명...?
유진:아까 제가 말한 건 그냥 농담이고.... 음..... (어쩐지 궁색한 변명처럼 느껴져서 뺨을 긁적입니다.)
유진:그리고... 음.... 제가 없으면 이게, 영... 힘들다고 할지?
유진:아, 좀.... 그렇네요..... 오늘 처음 만난 생명의 은인한테 자랑할 만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중얼중얼....)
(아무래도 자신이 죽어가던 걸 구해준 사람 앞이니까 더, 신경 쓰이겠어요... 이름에 걸맞게 끝내주게 구해주거나 한 것도 아니고 말이죠. )
그러면서 벨트를 다 장착하고 나면,
상흠은 유진의 등에 바짝 붙은 모양새가 됩니다.
새끼 원숭이...... 혹은 새끼 거북이......
조금 그런 감상이 들었을지도 몰라요.
이 시절의 유진 리는…. 최강의 인류지만 최강의 크리처는 아닙니다.
괜찮을까, 그런 의문은…
솔직히, 안 들었나요?
그런 걱정보다는, 이 자세가 낯설 뿐일지도 모릅니다.
최강의 인류이자 최강의 크리쳐였던 당신에게는 말이에요.
유상흠:아..........(여기까지 이야기를 전부 듣고나면 이 앞의 이유진이 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지 완전히 파악했습니다. 이 녀석 완전 내가 AOC를 블랙기업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그 것도 맞긴한데, 맞긴한데…)
(자세 거슬려... 이유진도 거슬리고, AOC도 거슬리고 이 앞에 가있다는 이유진의 동료들도 거슬립니다)
당신을 짐짝처럼 매단 유진은 거침없이 절벽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크랙에 손가락을 걸고 훌쩍 뛰어오르는가 하면,
책의 펼쳐진 면처럼 매끈한 코너를 온전히 팔 힘으로 딛고 기어오릅니다.
유상흠:하, 진짜 성격에 안맞아서 못해먹겠네.... (유진에게 절벽 위까지 데려가지면서도, 혼자 중얼거려요.)
유진:네? 불편하다고....? 조금만 참아요...! (완전히 잘못 듣고 대답합니다.)
뒤에 매달린 상흠은…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못해먹겠네............
...괜찮은가요? 멀미는 없나요?
점점 지면이 멀어집니다.
유상흠:(애초에 이런 비일상적인 느낌을 즐기니까요. 오히려 평지에 서있는 것보다 이렇게 공중에서 흔들거리는게 100배는 재밌죠.)
기분이 나쁜 것 빼고는, 멀쩡합니다.
유상흠:(게다가... 이 이유진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힘쓰는 일이 살면서 또 몇번이나 있을까...생각이 들면 지금은 즐겨야되는 타이밍이고... 그런데...)
(...기분이 엄청 안좋습니다. 얼굴에 그게 팍팍 티가나요.)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면….
꽤 높게 올라왔네요.
이런 곳에서 떨어지면 즉사, 아무래도 그렇겠죠.
하지만... 예전에는 이보다 높은 곳에서도 훌쩍 뛰어내릴 수 있었는데요.
크리쳐가 되기 전에도, 유진이 받아주었으니까요.
가령 헬기 위, 라던가.
유진:
오르기
기준치:50/25/10
굴림:29
판정결과:보통 성공
유진:(숨이 차오르지만,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절벽을 오릅니다.)
유진:(얼추 중간은 넘었나... 사람 하나 무게가 추가되니까, 훨씬 힘들기는 하네요.)
유진:
오르기
기준치:50/25/10
굴림:57
판정결과:실패
덜컹,
유진이 붙잡았던 크랙이 갈라지면서,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집니다.
유진:........ (표정을 구기면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손으로 다른 곳을 붙잡아요.)
미안해요, 놀랐지.
유상흠:별로요? 이정도 덜컹거려야 재밌지 않나? (일상 대화를 나누듯이 대답해요. 이대로 떨어지는 것도 꽤나 스릴 넘치겠네 바닥 보면 예전에 헬기에서 낙하했던 것도 떠올라요.)
유진:....?....??
유상흠:(이젠 별로 자기 성격을 숨길 생각도 안해요. 표정도 안숨겨요)
(남아있는건... 그나마 어중간하게 남아있는 존대뿐...)
유진:(뭐지, 이 사람....)
(하지만 입을 열면 체력이 더 소모될 뿐이니까, 그 대답은 하지 않았겠네요.)
(아까 눈밭에서와 다르게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차오르는 숨소리만 추운 공기에 입김을 만들어내고, 까마득한 절벽을 타고 오릅니다.)
유상흠:(정말로 이제 다 포기했어요. 이 끈에 맘편히 기댄채로 뒤늦게라도 말해요.) 저 사실 당신이 최강의 인류인거 알고있었으니까요. 것보다 이름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유진이라는거.
유진:(아, 너무 무서워서 공포를 스릴로 승화시켰나. 그럴 수 있지. 안전장치도 뭣도 없이, 여기서 떨어지면 즉사니까.... 그런 생각이나 하다가, )
(......음? 아, 이건.... 내가 유명해서겠구나, 그렇게 생각했겠어요.)
유상흠:아, 존댓말도 귀찮네 이제.........그러니까 가볍게 흘려듣지 말라고 이유진. AOC 나오라니까? 나중에 너가 거기서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알아?
유진:(뭐야, 그럼 어색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네. 알고 있었잖아.)
..........예?
(계속 속으로만 생각하며 넘기다가, 결국 저 말에는 입 밖으로 소리를 내고 맙니다.)
유상흠:(정말로 다 놨어요. 절벽윈데... 떨어지면 요단강 행인데도. 게다가 자기 목숨줄이 이유진인데... 그런걸 하나도 신경 안써요.)
유상흠:(그리고 그대로 유진의 목을 끌어안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요. 여기가 현실인지, 환상인지. 그런건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지금 자기 앞에 있는게 4년 전의 이유진이니까. 그런 이유진한테 아무말도 안하는 건... 솔직히 자신답지 않잖아요.) 너 나중에 AOC한테 크리쳐로 개조당해. 그것도 기억도 잃고.
그러니까... AOC 같은덴 그냥 나와버려. 물론 내가 AOC에 들어가는 건 몇년 뒤의 일이고... 그래서 너랑 못만나는 건 좀 아쉽긴 한데.
것뿐이니까.
유진:잠, 잠깐만요... 지금 저, 정신없고 위험하니까 가만히.... (무슨... 무슨 소리야? 갑자기? 절벽에서? 눈에 띄게 당황합니다. 절벽의 크랙을 잡으려던 손이 조금 허공을 방황하다가,)
오르기
기준치:50/25/10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탁!)
유진:(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잡습니다......)
유진:(이를 악물고 크랙을 붙잡아 올라요.)
칼날 같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헤집고, 찬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드디어 정상입니다.
유진:하아.............................
평평한 땅에 몸을 올린 유진이, 당신을 풀어주지도 않고 드러눕습니다.
유상흠:오. 도착했네. (아무런 힘도 안들였습니다.)
샌드위치가 된 채로 호흡을 가다듬으면.......
자연히 시야에는 하늘이 들어옵니다.
유진:(힘들어 죽겠네........... 대답 없이 숨을 몰아쉽니다. 이 사람이 가만있질 않아서 2배는 더 힘들었을 지도 몰라요.......)
회색 하늘, 흰색 눈송이.
4년 전이고 4년 후이고 조금도 다르지 않은 풍경.
그때 보았던 하늘도 정말로 이랬던가.
돌아갈 수 있을까, 조금쯤 그리운 느낌이 듭니다.
유상흠:그래, 잠시. 쉬고 있고. 이건 내가 풀어볼게. (자세도 마음에도 안들고 불편하니까... 자신이 먼저 줄을 풀어보려고 해봐요.)
샌드위치인 채로 줄을 풀어봅니다.
그래요, 분명히 이랬던 때가 있었어요.
우연히 AOC 대원이던 유진을 구하고,
단둘이 한 겨울을 걷고, 절벽을 올랐던 때가.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날 처음 만났던 유진은 이런 얼굴로 웃고 있었는데.
당신의 계기는 무엇이었던가요,
유상흠, 당신이 AOC가 되려고 마음 먹었을 때...
지금의 일이 한 조각의 이유 정도는 되어주었을지도 모릅니다.
벨트를 풀고, 숨을 조금 고르고 나면.
절벽 위도 눈투성이인 건 여전합니다.
유진:....음, 더 누워있다간 아까처럼 눈 속에 파묻히겠네. 갈까요. (미련 없이 드러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체 없이 방향을 살핍니다.)
유상흠:(줄을 풀다가도, 하늘이, 흩날리는 눈송이가 계속해서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나, 정말.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지금의 유진에겐 당신이, 주어진 임무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유상흠:(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유진을 쳐다봐요. 혼자서 열심이지... 괜히 그런 감상에 빠집니다. 그러고보면 AOC에 들어가게 된 것도 AOC엔 이런 바보같은 녀석이 더 있을 것 같아서 였던가...?)
그가 누워있는 당신에게로 손을 뻗습니다.
유상흠:(자신에게로 손을 뻗으면 그대로 역으로 손을 잡아 당당겨요.) 어디를 가려고. 내가 말했잖아. 너, 가면 안된다고 거기.
유진:(절벽을 오르느라 까진 손가락들을 대충 갈무리하다 내밀었던 손입니다. 당신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그쪽으로 잡아당기지만.... )
아, 그랬죠.
지금의 당신은 크리쳐도, AOC 시절의 신체능력도 아니니까....
평소와 같은 힘으로 당겨봤자, 당신 앞의 이 사람은 끄덕도 안 하겠어요.
유진:힘든 건 알겠지만.... 안돼요, 일어나세요. (조금 눈을 깜박이다가, 잡은 손을 쭉 당겨서 일으켜 세웁니다.)
해가 지면, 저희 둘 다 얼어 죽을 수밖엔 없다고요.... 자아. (제대로 바닥에 세워줍니다.)
유상흠:(아, 짜증 역으로 일으켜 세워지면 정말...답답합니다. 그리고 이유진이 이 정도로 사람 말을 안듣는 사람은 아니였는데 싶어가지고 그 얼굴을 쳐다봐요.)
유진:(사실 절벽을 오르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바람이 귀를 때려서 제대로 듣지 못하기도 했고.... 설사 제대로 들었다고 해도, 이건... 종종 있는 극한 상황의 정신 착란... 헛소리 정도라고 치부하겠네요. )
유상흠:하... (결국엔 크게 한숨을 내쉬곤 붙잡아요.) 그렇게 사람 무시하는 태도로 대하지 말라고. 그런 태도...사람 화나게 만드니까. 너, 또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고 있잖아.
정말로 못믿겠으면 자세히 설명이라도 해줄까? 정확히 어떻게 벌어진 일이고, 누구 주도로 벌어지는건지?
유진:....음.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짓습니다. 잠깐 뭔가 생각하더니,) 그러면... 걸으면서 들을게요.
여기서 오래 얘기할 시간은 없으니까,
정말로 위험하다니까요, 날씨도 좋지 않고, 해도 지게 되면....
달래는 투로 대답하네요.
지금의 유진의 눈에,
당신은 그저 민간인, 그뿐입니다.
4년 후의 유진이라면 이러지 않을텐데... 당신과 쌓아온 유대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이 시점의 이유진이 처음 만난 사람의 '이런' 말을 들을 리가 없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목이 빠질 정도로 켜켜이 쌓인 눈은 차고 단단합니다.
절벽 위쪽의 나뭇가지는 여전히 한 방향으로 꺾여있습니다.
두 사람이 그 간격을 따라 걸으면,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붑니다.
건조한 눈 냄새가 나요.
술렁거리는 공기는 꼭 짐승의 울음소리 같습니다.
유상흠:(아 거, 참. 밤이 뭐라고...!!) 난, 것보다 네가 AOC로 돌아가는게 위험하다고 말하는거라고.
눈보라의 조짐... 문득 유진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유상흠:(일단 같이 걸어가요...걸어가긴 하는데... 저 자식 지금 제 말을 귓등으로도 안듣는게 보여요. 고집은 또 쎄서, 어디를 찾아가라던가 의심하라던가 그런 말을 해도 안듣겠죠. 그런데도 해요.)
유진:....잠깐만, 상흠 씨. (당신이 옆에서 AOC에 관한 이야기를 아무리 하고 있어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눈에 정확한 증거를 들이밀어도 의문이 들 마당에 말이죠. 미래에서 오기라도 한 건가, 전에 본 영화가 생각날 뿐이겠네요. 그러다, 공기의 심상치 않은 흐름을 읽으면 당신의 말을 막습니다.)
눈보라가 올 거예요.
유상흠:아! 또 뭐! (안그래도 말을 안들어주는게 답답한데, 더이상 하지말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면 이제 진짜 성질이 나요!) 눈보라가 뭐 어쨋는데?!
유진:괜찮겠어요? (솔직히 시간이 없으니 빨리 가면 좋겠다만, 지금은 이 사람이 함께 있으니까.... 자기 혼자라면 몰라도. 그래서 물어봅니다. ) 견딜 수 있으면 강행하고, 힘들 것 같으면 피할 곳을 찾아볼게요.
유상흠:하... 뭐가 걱정되서 그렇게 물어보는지 모르겠네... 너 지금 되게 서두르고 있잖아. 혼자였다면 쉴 생각같은건 전혀 안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툭 내뱉곤, 어깨를 으쓱여보여요.)
그렇다면 원래 하려던 대로 해. 딱히 날 위해서 그 계획을 바꿔달라는 말 같은거, 너한테 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리곤 유진이 가려고 했던 방향을 엄지로 가리켜봐요.) 저 쪽으로 가는거 맞지?
유진:음.... (그런 말을 하면, 조금 고민하다가,) ....그래, 지나가길 기다리다 해가 져버리는 것보단 나을 거예요.
제 옆에서 떨어지면 안돼요.
휘잉,
얼마 안 있어,
유진이 말한 대로 거센 눈보라가 밀려오고 시계가 하얗게 물듭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온통 순백 일색이라 원근감이 사라집니다.
흰 세상에 오점처럼 남은 것은 이유진과 유상흠 뿐.
주위로 두르고 섰던 나무들이 갑자기 창살처럼 상흠의 주위를 둘러쌌다가,
손을 뻗으면 또 저 멀리 사라져버려 허공만 움켜쥡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한여름의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공간.
잠깐 눈보라에 시야가 막혀, 손을 놓았던 찰나..
눈을 깜빡이면 유진이 보이지 않습니다.
유상흠:(하아, 살면서 누군가한테 이런 식으로 매달리듯이 말좀 들으라고 한 적이 없었는데...갑갑...하네...)
당신을 놓치고 홀로 나아간 건가요?
아니면, 뒤에서 헤매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답답한 마음과, 답답한 상황.
눈보라를 가르며 나아가고 나아가도... 보이는 이가 없습니다.
유상흠:(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으면, 어느 순간, 근처 어디에도 이유진이 없습니다.)
와...나...(....사라질거면 사람 말이라도 들어주고, 사라지던지....그냥 지금 이 상황에 너무나도 허탈해집니다.)
(아무리 나아가도 사람이 안보이면 처음에 했던 것 처럼 그냥 바닥에 드러누워요. 당연히 눈 아래에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지만 여러모로 피곤해져서 잠시 눕고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눈 아래에 물어봐요) 이유진, 이유진... 있냐?
이 설원에 다시금 홀로 버려진 기분이 듭니다.
피곤한 것이 당연한 몸을 바닥에 눕히고,
목소리를 내보지만...
소리마저 먹히는 대자연의 백색은, 이토록 희고 흽니다.
혹시나 해서 귀를 기울여 봐도, 유진의 목소리는커녕
바람 소리만 먹먹하게 귀를 메웁니다.
만약 여기서 당신이 죽으면,
미래의 유상흠은 어떻게 되는 걸까.
4년 후의 그 시간들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그대로 지워지는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무섭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당신은 똑똑하니까....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걸요.
유상흠:흠. 이래서 사람을 혼자 두면 안되는건데 말이야. (괜히 이상한 생각이 들 것 같자. 품에서 윌슨이나 꺼내들어요.)
인간의 나약한 몸은, 정말로 금방 죽어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조난을 당했어요.
유상흠:이래서... 크리쳐 몸이 좋다고 했던건데.... 추워도 안죽고, 안먹어도 안죽고, 정말로 죽었다 치더라도 되살아나고...
품에서 꺼내든 작은 윌슨은, 눈보라에 시야가 가려 어쩐지 성가실 만큼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크리쳐의 몸을 떠올리며 비교해 보면, 차이는 더 극심합니다.
.........
유상흠:(눈을 갸늘게 뜨고선 윌슨을 쳐다보려 하다가도, 결국엔 포기하고 집어넣습니다.) ...그런데 또 여기서 포기하는 건 내 성격에 안맞아서...
(이렇게 눈도 많이 오겠다. 아예 눈을 파고 들어갈 생각을 해요 토끼굴처럼. 그나마 체력이 있을때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당신이 포기하지 않고 고개를 들었을 때,
유진:ㅡ괜찮아요?
덥석 잡아오는 손이 있습니다.
언제, 어느 때고 당신의 곁에 섰던 사람.
폭주와 죽음 후 깨어날 때마다 자리를 지키던 파트너.
당신이 그의 소생을 지켜보듯 그 또한 당신의 소생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몇 번이고 다시 만났던 그 얼굴...
비록 4년 전이라 조금 앳되지만요.
유상흠:....뭐야, 이유진이잖아.
자신의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아서, 답답하고... 화가 나더라도...
의심할 여지 없이 안도감이 듭니다.
유진:아, 사라져서 깜짝 놀랐어.....
화이트아웃이에요, 안개가 가라앉으면 괜찮을 거예요. 떨어지지 않게 꽉 붙잡고 있어요, (꽉 붙들어 안아서, 조금만 떨어져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 대신 감각에 의존해 근처의 커다란 나무로 이동합니다.)
유상흠:(안도감도 들긴하지만, 동시에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맞습니다. 괜히 그 뒷모습을 노려봐요.)
새하얀 시야를 앞에 두고 유일하게 새까만 나무.
빛이 들지 않아 거무죽죽한 뿌리 근처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
유진:영하의 날씨에 새삼스레 체온이 뚝뚝 떨어집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 상황.
하지만, 당신이 화를 내면 낼 수록...
지금의 유진에겐 당신이 이상하게밖에 보이지 않겠죠.
그래요,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막막한 기분이 눈안개처럼 밀려듭니다.
그저 가까이 붙어 앉거나 온기를 나누면서,
이 흰 시련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유상흠:아, 진짜 난 옷을 또 왜 이런 걸 입고 있어가지고... (말끝마다 분노가 붙어있어요. 자신이 이상하게 보일 걸 알아도 화가나는 걸 숨길 생각은 없습니다.)
유상흠:(그리고...이 상태로 계속해서 눈을 맞고 있을 생각도 없습니다. 눈으로 벽을 쌓아봐요.)
나무 기둥을 한 축으로,
눈을 파고 들어가 공간을 쌓으면서,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온기를 보존합니다.
안개가 가라앉고 시야가 트일 때까지.....
.
.
.
화이트아웃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붙어앉아있을 때는
세상이 전부 고요합니다.
서로가 아직 인간일 적의, 인간의 심장소리.
유진 리:(조금 나은 듯한 추위와 적막. 그러면 시선은 바깥으로만 둔 채로, 문득 먼저 말을 꺼냅니다.) 아까, AOC에 관한 거… 기억은 하고 있을게요.
조심... ...도 하고요.
유상흠:(흠, 생각해보니 이런 상황은 꽤나... 어색할지도. 둘 중 한명도 크리쳐가 아니라 인간인건 또 처음이라.)
(묘한 얼굴로 벽에 기대고 있으면, 갑자기 옆사람이 하는 말에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봐요.) ...엥?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겨서?
유진 리:(아무래도 신경이 쓰인 쪽은 AOC에 관한 내용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이 화난 것 같으니까... 그쪽일 것 같습니다. 돌아가기 전까지 괜히 불화를 만들 필요는 없을뿐더러… 어쨌든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인 건 느껴지니까요.) 아니, 아까 그렇게 들어라 들어라 하길래... 잊어버리진 않겠다고요? 괜히 걱정할까 봐. (작게 으쓱입니다.)
아마 이것이 최선이겠죠,
미래를 알지 못하는 지금의 그로써는.
유상흠:흐음...? (팔짱을 낀채 잠시 이유진을 쳐다봐요. 또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건 아닌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면... 아, 이건 진짜 자신의 기억에 없는 이유진이예요.)
(저렇게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 채로 쳐다보는 이유진은 정말...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괜히 머리를 긁적이곤, 고갤 돌려버려요) ...그러든가. 나도 이제 더 언급할 생각 없긴 하고.
그렇게 잠시 후에는 백시가 가라앉아,
하얀색 일색이던 시계의 원근감이 돌아옵니다.
반대편을 내려다보면 저 멀리 도시가 보입니다.
당신이 나고 자란 Z시.
이만큼이나 멀리 왔었던 거네요.
새삼스럽게 그 거리가 실감이 납니다.
나뭇가지를 꺾은 흔적은 더 보이지 않습니다.
그야, 목적지가 이토록 선명하기 때문이겠죠.
유진 리:갈까요, Z시 17번 게이트 근처에 작전 본부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절벽을 다시 내려갈 필요는 없겠네요,
완만한 비탈길이 나타났거든요.
유상흠:...와, 진짜로 가기 싫다... (이젠 AOC를 싫어하는 티도 숨기지 않아요)
유진 리:혹시 조난 당하는 게 취미셨나요?
유상흠:(그 말엔 자연스럽게 머리를 콩 때리겠네요) 살다살다, 내가 이런 소리를 다듣네.
조난이 취미가 아니라, AOC가 싫은거라고. 보면 몰라?
유진 리:아야, 사람을 막 때리고... (억울.)
유진 리:어차피 오래 있지도 않을 건데요, 당신은.... (맞은 곳에 손을 올렸다가 투덜거렸습니다. AOC는 이동할 도시까지만 동행할 테니까. 혼자 가는 건 위험하니 싫어도 어쩔 수 없을 텐데... 자신에게 AOC가 해를 끼친다던 내용 때문에 덩달아 상흠도 AOC를 그렇게 싫어한다 까지는.... 생각이 이어지진 않겠네요. )
그렇게 곧장 걸으면, 두 사람은 곧 Z시 외곽에 도착해요.
높이 쌓았던 바리게이트는 무너지고,
뼈대를 드러낸 건물의 잔해 사이로는 크리쳐가 돌아다닙니다.
유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일 지도 모르겠어요.
탄환이 모자라서일지도,
아니면 민간인인 당신을 달고 무리할 수는 없으니 조심해야 하기 때문일지도.
외곽에서 17번 게이트로 향하는 길은 3갈래로 나뉩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길,
학교를 가로지르는 길,
그리고 놀이터를 가로지르는 길.
유상흠:(주위를 쓱 둘러봐요. 제 손을 접었다 폈다하며 유진을 쳐다봅니다. 무기도 없고, 신체능력도 저하된 상태, 게다가 되살아 나는 능력도 없음.)
유진 리:...여기서 살았다고 했죠, 보통 어디로 다녔어요? 어느 길이 제일 괜찮을지 모르겠네. (마찬가지로 주위를 보고 있습니다.)
(딱 봐도 돌아다니는 것들이 수가 많아서, 운이 나쁘면... 조금 벅차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당신은 원하는 길을 골라도 되고,
지능 판정을 해볼 수도 있겠네요.
유상흠:(이거, 어떻게 도와주긴 해야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들려오는 물음에 한번 과거를 떠올려봐요.) 나? 예전에?
아무래도... 이떈... 학생이였으니까, 대충 학교를 가로지르는 쪽으로 많이 다녔던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면서 더 좋은 길이 있는지 한번 생각은 해봐요)
 지능 판정.
유상흠: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유진 리:(이때는? 무슨 뜻이지, 오래전 얘기처럼 말하네.)
아, 그랬었지.
크리쳐가 8차선 도로를 통해 유입된 탓에,
제일 먼저 출입 금지 구역으로 봉쇄되면서...
사람의 출입이 줄어들다 보니, 요즘엔 되려 크리쳐들마저 뜸해진 구역.
도로를 가로지르는 길이 좋겠네요.
당신 또한, 설원으로 나올 때 이곳을 통했었겠죠.
Z시를 다시 밟으니 예전의 기억이 또렷이 살아납니다.
유상흠:(지금 시점으로는 자신도 학생이 맞을텐데,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말한 것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어요.)
(그것보다... 주위를 둘러보다보니 조금씩 옛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도 같아요. 바닥의 눈이 제 발에 밟히는 소리가 들리면 더더욱이요. 도로 방향을 가리켜보여요.) ...그런데, 크리쳐가 잘 안다닐 것 같은 방향을 찾는다면... 그건, 저쪽이네.
유진 리:오... 과연 현지인.
 유상흠, 행운 판정.
유상흠:(전, 현지인이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태클을 걸진 않아요)
유상흠:
기준치:70/35/14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도로를 가로지르는 길에는 크리쳐 하나 보이지 않아요.
훤히 드러난 곳이라 엄폐물이 없어,
조우했다간 크게 곤란했을 텐데......
다행입니다.
아니,
여기에 없는 크리쳐들은 이미 다른 Z시 곳곳에 바글거릴 테니
크게 다행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아스팔트 도로를 한참 걷다 보면...
 다시, 행운 판정.
유상흠:(크리쳐가 아예 없으면...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만... 뭐어, 자신이 안다치는게 제일이니까요.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곤 걸어요. 지금, 다른 사람을 걱정할 상황도 아닌 것 같고.)
기준치:70/35/14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오, 제법 쓸만한 자동차를 발견합니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겠네요.
유상흠:호? (차를 발견하면 작게 휘파람을 불어요. 한번 문열어서 키는 꽂혀있는지, 시동은 걸리는지 확인해봐요.)
운전석에는 편리하게도 키가 꽂혀있네요,
운이 좋습니다.
유상흠:(차 안을 살펴보고 나면, 작게 휘파람을 불어요) 이야, 럭키.
유진 리:빠르게 갈 수 있겠네, 다행이에요. (자연스럽게 당신에게 보조석으로 고갯짓을 하겠네요. 제가 운전하겠다는 뜻으로.) 옆에서 내비게이션 역할 좀 부탁해요.
시동도.... 오, 부드럽게 걸리네요.
유상흠:나도 왕년에 레이싱 게임을 좀 해본 적이 있긴 한데 말이지...(실제 차는 몰아본 적이 없단 소리를 돌려 합니다. 거절할 생각은 없는지 자연스럽게 킥킥 웃으면서, 보조석으로 이동해요.)
두 사람이 차에 탑승합니다.
마주친 크리쳐는 없지만,
도로 주변에는 금속형 크리쳐의 잔해와 무너진 핵들이 눈에 띄고 있으니...
빠르게 벗어나는 쪽이 좋겠다고 판단되겠죠.
유진 리:그래도 금속형 놈들뿐이라 다행이에요. (도로에 널린 것들을 보고 눈을 조금 찌푸립니다.)
요즘 들어 새로운 게 등장해버려서... 좀 까다롭게 됐거든요. (운전대를 쥐고는 그런 얘기들을 하겠네요.)
내가 여기에 파견된 것도...
유상흠:(그 말엔 고개를 살짝 갸웃합니다.) 새로운게 등장했다고? 그게 뭐지... 생체형 크리쳐를 말하는건가?
유진 리:어, 알고 있네요? 일단 그렇게 부르기는 한다던데.
유상흠:(그렇게 대충 대답하면서, 차 안에 간식같은건 없나 뒤져봐요.)
유진 리:핵의 위치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워서, 능력도 제각각이라 상대하기 까다롭고요. (바깥을 살피며 운전합니다.)
그 생체형들 때문에, 원래 이 구역 담당인 대원이 사망해버려서... ...
그러니까 위험하단 거예요, 설원은 겨우 지나왔지만.
도착할 때까지 안심하긴 이르단.... 자, 이거 찾아요? (굴러다니는 초코바 하나를 옆으로 던집니다.)
유상흠:흐음, 그게 이쯤부터였구나... (운전도 이유진이 해주겠다. 편안하게 앉아있으면, 초코바까지 쥐어줍니다.) ...뭐지, 나한테 초코바를 뺏어가는게 아니라 준다고?
너가?
(이것도 꽤나 신선해서 초코바랑 이유진을 번갈아 쳐다봐요.)
유진 리:응? 아니,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만한 그런 반응은 좀.... 제가 언제 뭘 뺏어갔다고 그러십니까, 아까 라면은... ... 어쩔 수 없었던 거고.
유진 리:민간인한테 그런 짓 징계 감이라고요. 어디서 그렇게 말하면 큰일 납니다. (다른 얘기라고는 짐작하고 있지 못하겠네요, 동굴에서 라면을 나눠먹었던 그거 말하는 거겠지....)
유상흠:아하......(이녀석은 모르는게 당연하겠지. 혼자 작게 웃어요) 하, 있어. 집에 초코바가 10봉지 가득 쌓여있어도, 남이 먹으려고 챙겨둔 초코바만 요구하는 나쁜 녀석이.
유상흠:(그리곤 간단하게 캐치한 초코바를 뜯어 입에 물어요.) 녜, 이야끼, 하는건 아니였으니까.
유진 리:정말? 성격이 고약하네요, 그건 무슨 심보래요? (도로에 방해물들 때문에 속력이 잘 나지는 않지만, 걷는 것보단 빠르겠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말투로 전방을 살피며 운전하고 있습니다.)
유진 리:그러니까, 핵이 겉으로 안 보인다는 건 죽을 때까지 갈겨보는 수밖엔 없단 얘기거든요..... (설원에서 벗어나면, 몸이 편해서 그런가.... 조금 말이 많아집니다. )
금속형이었던 게 인간을 먹거나 관찰해서 형태를 바꿔서 진화한 쪽이 유력하다네요? 징그럽게.
그래요, 지금의 유진은 모를 수밖에 없죠.
남의 초코바를 뺏어먹는 사람이 누군지도,
생체형 크리쳐의 진실도.
도로를 빠져나와, 적당한 곳에 차를 댑니다.
유진 리:(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려다가, 멈칫합니다.)
....잠깐만.
유상흠:(뭐어, 지금 생체형 크리쳐가 사실은 만들어진 존재이고, AOC와 정부가 손을 잡고 개체수를 조절해왔다는 사실을 알려줘도 저 이유진은 못믿겠죠.)
(당장 AOC를 믿지 말라는 말에도 저렇게 거부감을 느끼니, 이번엔 먼저 말하지 않아요. 차에서 내리려고 하면, 의아한 얼굴로 물어요.) 뭔데?
유진이 검지를 제 입가에 가져다 보인 후에 가르키는 것은...
금속형 크리쳐 10마리.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됐는데, 번거롭게 됐네요.
유상흠:(분명 몸은 민간인의 몸인데, 머리는 산전수전 다겪은 전 AOC 대원이라...순간 애개...란 생각이 들어버립니다.)
유진 리:여기서 조용히 기다려요. (목소리를 낮추어 소곤거리곤,)
유진은 차에서 조용히 내립니다.
당신과 거리를 벌린 후에 싸우려는 생각이겠죠,
무기도 없는 민간인을 상대로는 당연한 조치겠지만...
늘 옆에서 싸웠던 당신에게는 어색한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4년 전에는 이랬었죠.
유진과 크리쳐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익숙한 과정입니다.
유상흠:(하... 약한 몸, 죽을 수 있는 몸은 참 귀찮네요. 이유진이 혼자서 싸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표정을 살짝은 구겨요...)
깡ㅡ!
요란한 효과음과 함께,
딱딱하게 마무리된 표면이 움푹 팹니다.
총기로 금속형 크리쳐를 야구공처럼 저 멀리 걷어낸 유진은,
망설임 없이 장전합니다.
총성이 터지는 동안은, 얼마나 천지가 시끄럽고 사위가 흔들리는지. 자동차 안인데도 말이에요.
속이 다 울렁거릴 지경입니다....
이때의 몸은 이렇게 약했던가요?
유상흠:(뭐, 그렇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이렇게 된 이상 전투 특등석에서 구경이나 해야겠단 생각으로 의자에 몸을 크게 기대요.)
유상흠:아무리 그래도 죽진 않겠지.
(정말로 맘편하게 있어요)
의자에 기대면 조금 나을지도.... 마치 관람하듯이 맘 편하게 그것을 보고 있으면,
 듣기 판정.
유상흠:
듣기
기준치:20/10/4
굴림:32
판정결과:실패
목덜미가 어쩐지 따뜻합니다.
이상하다, 이런 날씨에?
툭.
끈적끈적한 것이 어깨에 닿아 흘러내립니다.
악취가 치솟습니다.
그르륵, 그륵.
아, 그제야 당신의 등 너머로 소리가 들려요.
총성에 집중하느라 채 몰랐던가,
트렁크를 타고 넘어온 금속형 크리쳐가.
그러니까, 꼭, ‘그어그어’하고 우는 것 같네요.
클리셰 SF 세계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크리쳐의 울음소리처럼......
유진이 상대하고 있던 10마리, 그보다 더 있었던 거군요.
아니.... 뒤를 돌아보면, 이건 생체형이네요.
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구멍을 커다랗게 벌린 구체는,
자아를 잃고, 허기에 몸부림칩니다.
당신과의 거리는 약 3cm.
유상흠:하, (끈적한 액체, 악취에, 소리까지... 이거 완전히 확정 아닌가요. 고개를 돌리면 혹시나가 역시나가 됩니다.)
...삼켜지기 일보 직전.
무기도 없는 당신은 뭘 할 수 있을까요.
이 거리에서 유진을 불러봤자,
당신의 머리가 산성액에 뭉개지는 것이 더 빠를 겁니다.
 지능 판정.
유상흠: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하지만, 유상흠.
당신의 신체는 이전과 다르겠지만,
머릿속의 지식만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
문득 그것이 떠올랐어요.


분명, 이런 실패작을 재울 때도 사용할 수 있었죠.
유상흠:(이런 상황에 자장가가 떠오르면, 저도 모르게 이런 위험한 순간에 입꼬리가 씩 올라가요.) ...그래도, 이걸 이유진이 아니라 내가 먼저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기억을 되짚어봐요. 지금 자신의 손엔 X 제약회사에서 찾아냈던 그 휴대폰도, 찾아낸 문서도 없지만...내용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유상흠:(천천히 입을 열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거기에 적혀있던 주문을 외어봐요.)
 마력 1d3 소모.
유상흠:2
...주문을 외우는 당신조차 알지 못하는 음율, 가사, 그리고 소리.
오직 괴물을 위한 자장가를 부르노라면
고요한 목소리는 거대한 총성과 죽어가는 것의 울음에 파묻혀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그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란 잠결에도 자장가를 따라 부르는 법.
머나먼 곳에서도 어머니의 부름만은 알아듣는 것.
쿵.
자장가를 들은 생체형 크리쳐는 잠자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중력을 거스르고 부유하던,
외계와 이 별의 끔찍한 혼합물은 바닥을 구르며 잠을 청합니다.
산성액이 자동차 바닥을 뭉개고 지우며 흘러나옵니다.
당신도, 신발 끝을 태우고 싶지 않다면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어요.
죽지는 않았으나 한동안 잠들어 일어나지 않을 존재입니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적어도 당신이 살아가는 4년 후의 세계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할 테고,
아니, 미처 다다라서도 안 되지만...
유상흠:(그것이 완전히 쓰러진 모습을 보고나면, 그제서야 크게 숨을 돌립니다. 그렇지만 표정은 환해요.) 아, 기껏 찾은 차 못쓰게 됐잖아.
그래도 오늘만은 평안하겠죠.
당신이 자동차 밖으로 나서면,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등 뒤의 크리쳐에게, 발사된 탄환이 처박힙니다.
이번에는 금속형이군요.
소리를 듣고 더 몰려들었는지.
순식간에 휘몰아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뺨은 홧홧한 열기에 화상을 입은 양 화끈거립니다.
그래도 그것의 날카로운 금속이 당신을 꿰뚫기 전입니다.
늦지 않았네요, 유진이 뒤를 돌아보고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유진 리:차 안에 있으라고 했는데.... 괜찮아요? (서둘러 달려옵니다.)
(그러면, 바닥에 나뒹구는 생체형을 발견하겠네요.)
유상흠:호, 방금 좀 스릴 있었어. 이런 약한 상태로 스릴을 연속으로 만끽하는 건 취향이 아니긴 하지만.
유진 리:... ... 생체형? 아니, 죽은.... 것 같진 않고. (눈을 크게 뜨고 당신과 생체형 크리쳐를 번갈아 바라보겠네요.)
이, 이거... 어떻게 한 거예요? 혼자서 갑자기 쓰러졌어요? 다친 곳은 없어요? (질문 폭탄)
(어깨를 붙들고 이곳저곳 살피면서 질문을 퍼붓습니다.)
유상흠:(이 질문 폭탄에 어깨가 붙잡힌 상태로 잠시 귀를 막는 시늉을 합니다.) 잠시만, 잠시만. 하나씩 물어봐.
(그리고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합니다. 이 이유진한텐 적당히 말해주기로 했으니까요) 몰라, 차 안에 얘가 좋아하는 냄새라도 났나봐. 들어오자마자 바로 뻗어버리던데?
덕분에, 봐. (제 손과 팔을 보여줍니다.) 하나도 안다쳤고.
유진 리:차 안에....? (눈이 동그래집니다. 차를 댄 곳의 위치와 번호판을 체크했다가, ) 감식을 요청해야겠어요, 어쩌면, 상흠 씨.... 대단한 걸 알아냈을지도 몰라요.
아, 그래도 다행이다... 뭔진 몰라도, 생체형이 갑자기 나타날 줄은 몰랐어요, 그것도 하필 내가 다른 쪽에 정신이 팔렸을 때...
아무래도 지능이 있는 것 같다니까....
유상흠:... (혹시나 안믿는다 싶으면, 자기가 노래를 기깔나게 한곡뽑아 재워버렸단 헛소리를 할 예정이였는데... 곧바로 믿어주자, 이 이유진이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유진 리:(전혀 모르고, 당신이 말짱한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이나 쉬겠네요.)
유상흠:아... 뭐, 그렇지. 대단한 발견 잘 이용했으면 좋겠네.
(지능... 그럴만하지, 잠시 뒤돌아 쳐다봐요.)
유진 리:진짜로 인간을 먹고 진화했을지도. 가요, 언제 도로 눈을 뜰지도 모릅니다? (쓰러진 크리쳐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겠네요. 총을 도로 어깨에 메고는 뒤를 돌아보는 당신을 부릅니다.)
유상흠:(그거 얼추 정답 맞으니까... 하지만 속으로 생각만 해요...) ...아니, 푹 자고 있는게 그렇게 금방 깨어날 것 같지는 않은 걸?
유진 리:당신 진짜, 겁도 없네요... (이런 사람은 처음 본다는 투로 말합니다.) 그런 소리 자주 듣죠?
유상흠:뭐, 그것도 자주 듣긴 했지. 그런데 뭐...(잠시 유진을 쳐다봐요) ...세상엔 여러가지 성격의 사람들이 있는거니까. 너같은 사람도 있고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 세상에 균형이 맞춰지는거 아니겠어?
(그리곤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여요.)
유진 리:뭐어. 여기서는 이제 금방이에요. 조금만 더 걸으면...
아, 가서 연고 발라줄게요. (총기가 스쳐 지나가 좀 빨개진 뺨을 봅니다.) 미안해요, 급하게 쏘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저 멀리, 드디어 AOC 작전 본부가 보입니다.
유상흠:(그러면 그제서야 제 뺨에 상처가 난걸 알아차려요.) 이정돈 그렇게 신경안써도 될것같은데.
몇 개의 텐트와 바쁘게 오가며 무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들,
모두 AOC 앰블럼을 달고 있습니다.
그들을 발견하면, 유진은 단호하게 말하겠네요.
유진 리:다 왔어요, 이제 안전합니다.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인류의 영웅.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인류.
이 정의에 오점은 없습니다.
…그렇게 믿는 유진의 눈동자는 의심 한 점 없이 반짝거리겠죠.
적어도 4년 후의 유진보다는, 분명히 신뢰하고 있습니다.
유상흠:(그 반짝거리는 얼굴을... 뒤에서, 약간은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쯧.
유상흠:(이곳은 과거니까... 게다가 이 곳에 갑자기 왔던 것 처럼, 갑자기 떠나게 될 지 모르니까. 이 이유진을 AOC에서 납치를 해서 빠져나간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다는 게 제일 아쉽네요.)
AOC 대원1: 유진!
AOC 대원2: 살아있었구나!
AOC 대원3: 그럴 줄 알았어! 거봐, 내가 리라면 살아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거리가 이렇게 먼데도 용케 알아본 사람들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옵니다.
AOC 대원4: 다행이에요, 진짜....
4년 후의 당신이 아는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섞여 있습니다.
누군가는 유진의 생환을 두고 내기를 했는지 동전을 던지고 받기도 합니다.
유진 리:...아니, 저기요. 돈내기까지 걸어요?
누구야, 못 돌아온다에 건 사람...!
유진을 둘러싸고 웃고 환영하고 안도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유상흠, 당신은 오롯한 외부인입니다.
유상흠:(저도 모르는 새에 그 모습을 팔짱을 끼고 쳐다보고 있어요.) ...저렇게 많은데.
(왜... 내가 AOC에 들어왔을때, 내 옆에 있던 크리쳐 이유진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지?)
유상흠:(그런, 근본적인 의문이 생겨나요.)
유상흠:(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겠네요... 첫번째론 지금 이 장소에 있는 이유진을 아는 이들은 모두 죽어버렸다. 아마 죽인건 AOC 수뇌부와 정부의 상층부들일거고.)
유상흠:(두번째로는, 이 장소에 있는 이들이 결국엔 이유진이 크리쳐화가 되는 것에 동의를 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저기에 저렇게 같은 대원들을 보고 반가워하는 이유진은...)
유상흠:...이런거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눈 앞에 저런 광경이 펼쳐지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잠시 쳐다보다가....고개를 휙돌려버려요. 저 곳에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해봅니다)
진실은 과연 어땠을까요.
왜 크리쳐가 됐던 유진을 아무도 입에 담지 않았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한참 복귀를 반기던 사람들이 진정하면,
AOC 대원1: 생존자가 남아있었어?
그제야 누군가 당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습니다.
유진 리:아, 그게.
상흠 씨, 어디 가요...?
당신을 도로 데리고, 유진이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AOC 대원1: …푸하, 최강의 인류라는 녀석이 민간인에게 역으로 구조 당하다니.
AOC 대원3: AOC의 수치야~
유상흠:(멀어지고 싶었는데, 끌려와서 되려 짜증납니다.)
유진 리:허어? 그런 게 아니라... 아, 진짜 말을 말아야지. 돈 내기 걸었던 거 다 뱉어요, 당신들.
AOC 대원4: 아... 그런데, 이를 어쩌지.
Z시의 생존자들은 이미 진작 차량에 탑승하고, X시로 이송했어.
AOC 대원2: 지금 남은 인원은 전투에 투입될 소수 정예뿐이라.....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곤란한 얼굴로 턱을 굅니다.
유진 리:예? 그러면...
당신을 배제하고 몇 마디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대화를 마치고 흩어집니다.
유진 리:... 상흠 씨, 어떡하죠.
그게... 곧바로 X시 까지는 못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일단 텐트로 갈까요,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으니까.
유상흠:(대충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고 있다가) ...뭐어? 그러면 여기에 계속 있어야한다고?
(우와, 얼굴에서부터 질색하는 게 드러나요)
유진 리:(하하... 질색하는 표정에 곤란하게 웃습니다. 텐트 방향으로 데려가며 말을 이어갑니다.) 조금만 기다려요, 전투가 끝나면 곧바로 X 시로 갈 수 있으니까. 빠르게 정리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여기 같이 있어드리진 못합니다만....
본부 경비 때문에 대원들 중 소수는 여기 남아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까처럼 크리처가 텐트를 덮쳐도 문제는 없을 거고요.
전투가 끝나면, X시로 가요.
어쨌건 유진 리는… 최강의 인류로 ‘현재’를 살고 있으니까.
어쩐지 끼어들 틈이라곤 없는 것 같아서,
4년 후의 당신에겐 복잡한 기분이 들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텐트는 두꺼운 천막을 사용했는지 바깥의 횡횡한 겨울바람도 제법 훌륭하게 차단합니다.
내부에는 의자와 침낭, 몇 가지 식량과 조리 도구 등이 보이네요.
가운데 놓인 이동식 난로에서는 훈훈한 김이 피어올라 퍽 따뜻합니다.
위에 올라간 주전자가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끓어오르고,
유상흠:차보단 괜찮긴 한데... 하, 여기가 AOC만 아니였으면 더 좋았을 뻔했네...
유진은 당신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담아서 건네줍니다.
유상흠:(옆에 있는 것도 4년전 이유진이 아니라, 4년 뒤의 내가 아는 이유진이면 더 좋았을 뻔 했고. 그런 생각하면서 잠시 쳐다봐요.)
유진 리:진짜로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예요, 우린 프로거든. (마지막 말은 조금 장난스레 덧붙였겠네요.)
지금 Z시에선 여기가 가장 안전하니까.... 알죠?
유상흠:어째, 사람이 재미가 없어. 재미가...(약간은 투덜댑니다.) 뭐냐고, 진짜 AOC 대원처럼 말하기나 하고.
사람이 좀, 까불기도 하고, 성질이 더럽기도 해야지. 욕도 좀 하고.
그렇게 살면 재미없어~
(그래도 물을 주긴 했으니, 한모금 마시긴 합니다.)
유진 리:진짜 AOC대원 맞습니다만... 좀 어리긴 하죠? (그 소리에는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가, 나가려던 몸을 돌려 척 보기에도 장난스러운 거수경례를 해 보입니다.)
자, 그러면...
그리고 쉴 틈도 없이 이별입니다.
저 밖에서 유진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유진 리:아, 거 되게 보채시네... 가요, 가.
유진은 당신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곤 곧바로 나섭니다.
탄창을 채우고,
무기와 군복의 상태를 점검한 AOC 요원들이
하나, 둘 헬기에 탑승합니다.
투두두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프로펠러가 돌아갑니다.
귀를 때리는 굉음이지만 익숙해서 안정감이 들 지경이네요.
마지막으로 헬기에 타던 유진은, 당신에게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웃는 얼굴입니다.
눈보라가 약해져서 천만다행이에요.
유상흠:(불퉁한 얼굴로 그걸 바라보고 있어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 바보가.)
유상흠:(여기가 뭐가 좋다고, 이 일이 뭐가 좋다고. 나 원 참)
지구의 유일한 희망을 태운 헬기는 금세 하늘 위로 비상해서는,
저 멀리 온점보다 작은 구멍이 됩니다.
....헬기가 큰 바람을 몰고 사라지면,
AOC 작전 본부에는, 당신을 비롯해 1명 남짓의 정찰 담당만 남았습니다.
임시로 세운 본부는 여러 개의 텐트가 듬성듬성 배치된 형태입니다.
가장 안쪽의 텐트는 리더의 것인지 AOC의 마크가 커다랗게 찍혀 있습니다.
끄트머리에 헬기와 자동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고요.
정찰 담당 최전선에서 배제된 정찰 담당 요원은...
달랑 한 명.
신입 티가 풀풀 나네요.
당신을 크게 경계하진 않을 겁니다.
그야, 민간인인걸요.
작전본부를 돌아다니거나… 대화를 시도해 보아도 되겠네요.
이 인원으로 위험하진 않은가요, 정말로?
AOC 대원:.... 저기~
춥진 않으십니까?
AOC 대원:담요 더 드리겠습니다.
혼자서 조금 심심했는지, 정찰 담당은 군용 모포를 들고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유상흠:(얜 또 뭐야, 하는 표정으로 쳐다봐요) 아뇨. 담요는 딱히 필요없는데요...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AOC 대원:아! 아뇨, 아뇨. 그건 아니고....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그럼요. 크리쳐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은 안전한 곳을 골라서 친 텐트니까요,
저만 혼자 남았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
유사시를 대비해서 남은 거고.... 아, 그러면 크래커라도 드십시오. (뚝딱뚝딱 챙겨줍니다.)
저 설원을 어떻게 무사히 건너셨네요, 어휴...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허허 웃고 있어요.)
유상흠:(흠, 먹을걸 챙겨주면 AOC긴 해도 내적 점수를 올려요. 그런데 말이 많으면 그 점수가 다시 내려갑니다. AOC라서 기본 점수도 낮은편이니...결국 이 대원에 대한 내적 점수는 마이너스예요.)
유상흠:아, 그래요. 고마워요. (별로 고맙진 않지만, 그래도 와작와작 크래커 먹고 있어요.)
AOC 대원:(옆에서 진짜 쓸데없는 얘기를 주절주절 떠들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차암, 심심하시면 이 안에서만 조금 돌아다니셔도 되는데.... 헬기나 차량은 중요한 이동 수단이니 함부로 건드리시면 큰일 납니다.
그리고 가장 안쪽의 텐트에도 들어가시면 안되구요.
그거 말고는 뭐... 아! 아니면 조금 주무셔도 괜찮은데요.
필요한 거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간이 매트리스라도 펼쳐드리겠습니다.
유상흠:(원래부터 하지말라는 걸 하고 싶어지는 사람이라서. 하지 말라는 것들만 다 기억해둡니다. 흠, 이동 수단을 가지고 튀면 꽤 재밌겠고. 안쪽 텐트는...꼭 가봐야겠는걸?)
AOC 대원:지키고 서있어도 아무 일 없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여기는 저 혼자니까.... 다시 앞에 보초를 서러 가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본부에서 너무 멀어지진 마시고요. 그럼.
한참을 당신 옆에서 떠들던 이 대원은,
거수경례를 한 후에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자유네요.
가장 안쪽의 텐트라는건, 아무래도 저거겠죠.
AOC 마크가 크게 새겨진... 저 텐트.
유상흠:(말... 많네....진짜 많네... 어떻게 대답을 단답으로 하는데도 대화가 계속해서 말이 이어질 수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부족해서인지, 저기를 지키고 서있는 정찰 담당도 없습니다.
유상흠:(이 곳에 남은 AOC 대원이 1명 뿐이란건, 대화를 하는 도중에 알 수 있었으니까요.) ...할 짓도 없고, 심심한데....한 번 뒤져나볼까.
리더의 공간이자 회의실로 사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유상흠:(가볍게 총총 걸어가요.)
원래는 외부인인 당신에겐 접근을 불허할 테지만…
운이 좋게도, 보는 눈은 아무도 없네요.
한 번 뒤져나 볼까.
텐트 안에 들어가면 별다른 건 없습니다.
당신이 있던 텐트의 내부와 비슷한 구조네요.
회의 시에 사용한 건지,
화이트보드에는 [지도]와 몇 장의 [보고서],
[휘갈긴 메모]가 남아있습니다.
유상흠:헹...(그래도 계급에 따라서 텐트의 질이 달라지고... 그런건 없는 것 같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성질을 내지 않기로 합니다.)
아무래도, 임시 텐트이니 그랬을까요. 인원도 이렇게나 없고 말이죠.
아마, 생존자를 이송하고는 여기에 남을 계획이 없었을 겁니다.
변종, 즉...
생체형 크리쳐의 등장으로 난항을 겪지 않았다면 말이죠.
유상흠:일단, 좀 뒤져보자고. 숨겨진 자료가 있으면, 훔쳐도 보고. (그렇게 말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문서들 먼저 살펴보기로 해요. 우선...보고서부터 살펴봐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싶긴 했거든요.)
생체형 크리쳐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4년 전 정보이니 당신이 아는 것보다 낙후되었습니다.
생체형 크리쳐의 발생 원인이 인간의 시체를 섭취한 것으로 예상된다거나,
A시 근처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거나......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정보들을 곧이곧대로 믿던 때가 있었죠.
이젠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유상흠:(보고서를 읽으면서, 틀린 말이 나올때마다 마음속으로 줄을 그어요. 이것도 틀렸고, 저것도 틀렸고, 완전 죄다 틀렸잖아! 첨삭을 하고 싶을 정도예요.)
유상흠:(하, 뭐. 제대로 파악한게 이정도로 없나? 생체형 크리쳐가 나타난지 얼마되지 않은 4년전인데도 불구하고 괜히 빡빡하게 굴어요...AOC에서 제대로 파악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려고, 좀 더 읽어봅니다.)
〈생존자의 진술을 대조해 본 결과, Z시에 출현한 생체형 크리쳐 α는 한 번 본 상대의 외형을 복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 각별히 주의 요망.〉
뭐… 이것도 별거 없네요.
외형 복제가 가능한 크리쳐, 이것도 당신은 이미 만나본 적이 있으니까요.
유상흠:(이 내용을 보는 순간 불쾌함이 올라옵니다.) 아, 이거 짜증나긴 했지.
유상흠:(그녀석 마지막까지 나랑 크리쳐랑 못알아봤었는데... 몇개월 지냈는데 그것도 몰알아보고. 속으로 투덜투덜 대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뒤에 벌어졌던 일들도 떠올라요)
유상흠:(리셋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면, 보고서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아, 괜히 이상한 것들만 떠오르게 됐잖아.
유상흠:(신경을 안쓰려고 했는데... 아, 웬만하면 이 시간선이 아니라 원래 있던 시간선에 대해서 안떠올리려고 했는데.)
유상흠:(....그래도 떠오르는 건 어쩔 수없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이 곳과 원래 있던 세상 사이의, 4년이라는 공백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집니다.)
유상흠:짜증나게 진짜...(그래도 4년전의 이유진이 옆에 있을 때는 이런 생각, 억지로라도 안하게 할 수 있었는데. 혼자가 되어버리니까.....)
유상흠:(머리를 헤집어요. 그리고 다른 곳으로 정신을 돌릴 필요성을 느껴, 테이블 위의 쪽지도 한번 읽어봐요.)
쪽지에는 몇 개의 단어가 보이지만,
필기체에다, 원체 휘갈긴 탓에 제대로 읽기 어렵습니다.
 모국어 판정.
유상흠:
언어(모국어)
기준치:90/45/18
굴림:59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러니까....
유진 리의 대체 인력, 버클리, 유리, 킴.......
아무래도 유진의 실종으로 인한 부재를 채우기 위한 후보들의 이름이었던 모양입니다.
유상흠:뭐...그렇겠지. (AOC도 결국 단체니까요. 사람 한명이 사라지면 그 빈자리를 채우고, 대체가 가능하겠죠.)
그가 무사히 복귀한 지금, 후보 목록은 필요 없게 되었네요.
유상흠:(그렇지만 이름 쭉 읽어요. 하,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누가 걔를 대신해.)
회의를 하고, 공들여 후보를 정할 필요가 없었겠네요.
오늘 Z시의 작전은 원래대로 진행하겠죠, 유진을 선두로.
유상흠:(멍청하긴. 내가 그렇게 아무나 파트너로 둘 것 같냐고. 이건 내용이 마음에 안드니까, 구겨서 주머니에 집어넣어요. 몰래 들어와놓고선 하고 싶은건 다해요.)
유상흠:(그러고나면...마지막으로 볼건 지도 뿐이니...봅니다.)
Z시의 지도입니다.
외곽에 이곳, AOC 작전 본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광장, 병원, 백화점에 각각 스티커가 붙어 있네요.
1차 전투 예상 지역일까요?
텐트를 얼추 돌아봤을 때...
지직, 직. 지지지...... 지직.......
텐트 안에 세워둔 무전기로부터,
거친 기계음이 흘러나옵니다.
잡음 섞인 소리가 텐트 안에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403......니다. 안심...시오, 국민.......」
... 그런 알량한 정부의 방송이 아니라,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5월이라니, 봄 같은 건 기억나지 않아요.
메이데이,
그런 구조신호가 존재한단 사실조차,
어쩌면 발음조차 생소합니다.
그야 당연하죠.
당신과 유진은 언제나 인류 최강이었는걸요.
바짝 마른 코끝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그곳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본능이 치밉니다.
안온한 본부 한복판에 안주했다간 유진이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런 불길한 기분에 사로잡혀 자리에서 일어나요.
이상하다. 유진은 분명히 살아 돌아올 텐데.
4년 후를 살다 온 당신이 그 증거일 텐데도.
유상흠:하아... (갑자기 치밀어오르는 욕망, 제어할 수 없는 기분은 항상 자신과 한몸이였으니, 온전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되어서야, 어쩐지...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요.)
(비록 그게 누군갈 지켜야한다는 방향으로 생겨난 적은 없었지만... 뭐, 그게 문젠가요? 애초에...) ...냄새가 너무 신경쓰여서 말이지. (비릿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면, 어쩐지. 이유진이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집니다.)
하하, (한 손으로 머리를 붙잡은 상태로 히죽 웃어요.) 내가 못보는 곳에서 죽지말라고... 기껏 찾아냈는데... 그러면 안되잖아? (곧바로 무기를 찾아봐요.)
사방에 눈이 쌓여 질리도록 하얗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흰 눈보라 너머로 저 멀리 도시의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땅거미가 잠식한 풍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여...기는 광장, 광......이다. 생체...... α가 출몰,」
「지원 요...... 아악!」
비명과 함께 무전이 끊깁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이프를 챙겨듭니다.
문득 상흠은,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감정은 무엇 때문일까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불안한가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이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유상흠:유진에게 가야 해.
라고,
어떤 사명감을 느꼈는지도(어쩌면 말해버렸을지도!) 몰라요.
내가 못 보는 곳에서 죽지 말라고.
헬기가 좋은가요, 그게 아니면 자동차가 좋은가요.
생각도 하기 전에, 당신은 둘 중 하나에 올라탑니다.
헬기와 자동차 운전쯤이야 AOC 훈련 튜토리얼 항목인걸요.
진작 때웠죠, 그리운 기분이 드네요.
시동이 이미 걸려있는 상태인 것은, 그야 유사시에 언제든 출발하기 위해서.
유상흠:(차로 다니면 크리쳐가 방해되니까요. 평소라면 재밌게 싸워주겠지만...지금은, 이유진이 먼저입니다. 헬기에 타오르면, 벨트를 멥니다. 그리고 사이클릭 피치 스틱을 중립에 놓고 컬렉티브 피치 레버를 낮은 위치로 바꿔둡니다.)
유상흠:(엔진 출력은 최대, 레버를 서서히 당겨 올립니다.)
이미 질리게 운전해 본 것들이기 때문에 판정은 생략합니다.
단 한 사람을 태운 헬기가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Z시의 광장.
창 아래로 펼쳐진 설원은 눈이 시리도록 희디희지만,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유진의 안위가 이토록 불안하긴 처음입니다.
당신이 떠난 지 오래된 동네지만, 지도의 구조는 이미 머릿속에 저장됐습니다.
능숙하게 광장으로 핸들을 당깁니다.
광장 근처 건물, 백화점의 옥상에는 헬기 주차장이 있었죠.
거대한 프로펠러가 멈추는 진동이 온몸을 울립니다.
문이 열리면,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기도 해요.
저 아래, 광장의 점처럼 보이는 사람 중......
 관찰력 판정.
유상흠: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73
판정결과:보통 성공
단박에 찾아냅니다, 유진을요.
똑같은 AOC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주위에 무수히 쓰러진 가운데,
유진은 몇 명과 함께 제법 잘 싸우고 있습니다.
맞은편에 선 생체형 크리쳐는 이리저리 형체를 바꾸며 몇 번이고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합니다.
유상흠:...내가 못찾을리가 없지. (아래를 바라보며, 유진을 발견해 내면...혼자 중얼거려요.)
그런데... ...
유진의 생존을 확인해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달리고, 달리고, 달립니다.
옥상을 벗어나
8F 가전제품, 7F 인테리어, 6F 스포츠웨어, 5F 유아동 의류, 4F 남성 의류, 3F 여성 의류, 2F 패션 잡화, 1F 화장품과 향수 코너까지.
엘리베이터조차 작동하지 않아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미친 듯이 뛰어 내려옵니다.
쿵!!!
당신이 착지한 대리석 바닥에 길게 기스가 나고,
끼이익,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신발 자국이 남습니다.
엉망진창으로 구르다시피 착지한 상흠이 백화점의 문을 열면,
바로 앞의 광장이 펼쳐집니다.
불길한 피 냄새와 지독한 악취가 피어오르는 전투의 현장.
그곳에서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건......
「그륵, 그르륵.......」
‘그어그어’하고 우는,
클리셰 SF 세계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리쳐의 눈동자.
짐승처럼 가느다란 동공은 어느 생명체를 합성한 흔적일까요?
그 교활하고 자아를 잃은 결과물이 초승달처럼 가늘게 휘어집니다.
문득 머릿속에 어떤 문장이 스칩니다.
〈생존자의 진술을 대조해본 결과, Z시에 출현한 생체형 크리쳐 α는 한 번 본 상대의 외형을 복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 각별히 주의 요망.〉
당신이 눈을 깜빡이면,
유상흠:유진! 살려줘!
순간, 또 다른 유상흠이 그곳에 있습니다.
탄환의 장전을 위해 잠시 시선을 뗐던 유진이 고개를 들면 무척 놀란 얼굴입니다.
AOC의 규칙, 첫 번째.
크리쳐를 보는 순간 망설이지 말고 쏴 갈길 것.
그러나 자신을 구한, 자신이 구한 유상흠입니다.
유진은 한순간 머뭇거렸고......
퍽!
찰나의 시간이 흐른 뒤, 당신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유진의 배가 꿰뚫립니다.
아니, 배가 맞나?
어쩐지 조금 더, 위인 것 같은.......
…..
유진:.... ....아.
광장은 또 한 번 피바다를 이룹니다.
유상흠:......이유진?
크리쳐가 쓰레기를 버리듯 유진을 내팽개치면,
텅 빈 동공을 가진 몸이 광장의 경계에 버려집니다.
상처 부위에선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피가 샘솟습니다.
고작 몇 발자국만 다가가면 유진에게 닿을 거리입니다.
최강의 인류라기엔 형편없는 저 꼴....
유상흠:(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천천히 걸어가요.) ...야, 일어나.
 지능 판정.
유상흠: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92
판정결과:실패
아, 그래요.
이때의 유진은, 당신을 모르죠.
당신이 그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할 리가 없었다는 걸 몰랐던 거예요.
당신이 유진에게 다가가면,
유상흠:내가 지금... 여기까지 오겠다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최강의 인류지만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이가
밭은 숨을 몰아쉽니다.
가물거리는 시선, 붉게 물든 방탄조끼, 멈추지 않는 피는 바닥마저 같은 색으로 적십니다.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그는 최강의 크리쳐가 아니에요.
이대로 죽으면 되살아나지 못할 겁니다.
전투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유진의 어물거리는 입술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움직입니다.
유상흠:(유진의 바로 옆까지 걸어갑니다.) 뭐라는거야. 하나도 안들리잖아.... 제대로 말해.
유진:... ...여기... 있으면 안 돼.
도망가.
유진의 죽음을 목전에 둔 유상흠, 이성 판정(1/1D5).
유상흠:.....적당히 해. 이 바보가...!!! 지금 누구 걱정을 하고 있는거야!!!
SAN Roll
기준치:69/34/13
굴림:70
판정결과:실패
유상흠:1
유진:도... 망.... ....
그는 천천히 팔을 뻗어 당신을 붙잡았다가,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더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유상흠:.............내가 말했잖아. ....그냥 나와버리라고.
물론 이런 식으로 일이 돌아갈 줄은 몰랐지만... 진작 그냥 내 말이나 믿고 도망쳤으면 됐잖아... (유진의 몸이 완전히 늘어지면, 그냥 그 옆에 앉아요.)
유상흠:(그리고...유진의 몸을 꿰뚫은 크리쳐가 있는 방향을 바라봐요.) 너, 어떻게든 살아돌아가지 못하게 만들테니까.
그때,
당신이 곁에 앉아서 중얼거릴 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최강의 인류! 유진 리의 ‘핵’이 완전히 박살 난 그 순간.
긴 이명이 들리고,
째깍,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째깍,
"도망가,"
째깍,
단말마 같은 그 당부와 함께,
째깍,
눈 앞이 핑 돌며......
딸깍.
불 끈 거 누구야?!
당신의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그와 동시에 상흠의 눈이 떠집니다.
믿기지 않게도 울음이 터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건 눈물이 아니라......
시계입니다.
금속 재질로 은색을 띠고 있으며
내부에 든 것은 새파랗게 빛나는 점액질과 복잡다단한 태엽들.
크리쳐의 핵.
유상흠이 이 이야기의 시작에서 파괴했던 바로 그것.
그래요, 4년 전 그날, 유진 리는 Z시 탈환 작전에 투입됐습니다.
상급으로 각성한 생체형 크리쳐 α와 고전,
그럴싸하게 민간인을 흉내 낸 접근 방식에 넘어가 늑골이 박살 나고...
유상흠:크, 컥...(반쯤 뜨인 눈에 입에서 뭔가 튀어나오는 것이 보이면, 그것을 반사적으로 잡아채요.)
심장의 2/3를 잃는 치명타를 입습니다.
그러나 유진은 분명히 4년 후에도 살아있습니다.
4년 후를 살다 온 당신, 유상흠이 그 증거입니다.
당신이 잡아챈 '핵'은 새파랗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아직 최강의 크리쳐가 되지 못한,
단 한 번의 삶과 죽음만을 부여받은 유진이 어떻게 이 일을 겪고도 살아있던 걸까요?
살아남은 유진 리는, 어째서 C.V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체가 됐을까요?
우연이라고 생각했나요?
이 클리셰 SF 세계관에 단순한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진 리가 C.V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체여야 했던 이유,
유상흠이 유진 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이날의 유상흠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진이 크리쳐의 핵을 주입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알파(α)라는 것을.
상흠의 손에는 크리쳐의 핵이 놓여 있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산산이 조각 난 크리쳐의 살점과 부품을 몽땅 끌어모을 정도로 강력한 재생력을 지닌 핵!
사지가 멀쩡한 유진의 신체를 수복하고 되살리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겁니다.
자, 봐요.
당신의 발치에 엎드러진 이 목숨을.
죽어가고 있으나 아직 삶을 연명하고 있는...
최강의 인류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너무도 처참한 이 모양새를.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빈 구멍은 딱 적당한 자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
핵을 꽂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유진 리는 살아날 겁니다.
죽지 않는 신체를 얻어,
저편의 괴물을 물리치고 동료들을 구해내겠죠.
모두 입 모아 그를 칭송하길,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인류의 영웅,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인류.
이 정의에 오점은 없습니다.
유진 리의 소생은 C.V 실험의 완성을 이루는 열쇠가 되는 장면.
그야말로 클라이막스입니다.
멸망하는 세계에서 당신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창조할, 유일한 연출가예요.
주연은 오직 유진과 상흠, 두 사람입니다.
자, 유일한 당신, 어서 선택을!
유상흠:(이것이 제 손에 들린 지금에서야... 이런 상태의 이유진이 어떻게 4년 후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는지, 이해를 해버립니다. 동시에 조소합니다.) 와, 이거.... 이유진이 나중에라도 알면 나한테 욕이라도 하는거 아냐?
(그래도 지금까지 온갖 혼은 다나도, 욕을 들어먹은 적은 없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너 살린다고 뛰어왔다고... 아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이런 말 해도 못듣겠지.
(제 손에 들린 핵을 잠시 쳐다봐요. 그리고 한숨을 작게 내쉽니다. 이래서야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하나 뿐이지않나.) ......좋게 생각해. 넌 원래 죽을 목숨이였는데 덕분에 몇년이고 더 오래 살게 된거고.
유상흠:나는 덕분에 괜찮은 파트너를 하나 얻을 수 있게 된거라고.
이것도...윈윈이잖아. 안그래?
유상흠:......나중에 알게되더라도 욕같은거 하지말라고. (그리 말하곤, 미루지 않고 곧바로 핵을 중앙에 놓아요.)
텅 빈 자리에 핵을 쑤셔 넣으면,
심장의 잔해를 가르고 이 세계를 점령한 괴물의 중심이 뿌리를 내립니다.
유진:나루:못봤어요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익숙한 시계의 바늘 소리가 들립니다.
째깍, 째깍, 깜빡.
카운트다운처럼 순식간에 영점을 향해 달려가던 시간은,
잠깐.
무언가 이상한 의태어가 섞이지 않았나요?
깜빡?
유진:... .... 상흠 씨..?
눈을 뜬 유진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 그리고 그 순간, 상흠은 근거 모를 하나의 확신을 얻습니다.
유상흠:.......하, 효과 한번 빠르네.
유진은...... 아니, 우리의 존재는.
인류의 멸망을 저지할,
기계 장치의 신데우스 엑스 마키나
라고.
기계로 구성된 심장이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하면,
유진 리는 급속도로 회복합니다.
터졌던 내장이 복구되고,
찢어졌던 근육이 달라붙고,
구멍이 난 피부는 아물기 시작합니다.
핵은 흔적조차 사라져,
온전히 그의 심장이 되고
이제 눈에 보이는 증거라곤 무엇 하나 남지 않았는데도......
카운트다운은 왜 끊이지 않죠?
긴 이명이 들리고,
5,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4,
유상흠:...뭐냐 이 카운트 다운?
유진:상흠 씨, 이거... ...
3,
마지막 목소리가 멀어지고,
2,
눈 앞이 핑 돌며.... ....
1.
유상흠:진짜... 알 수 있는 게...(뭐가 이렇게 없냐....라는 말은 못해요..)
유진 리:유상흠!
정신을 차리면,
다시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음울한 검은 숲으로 돌아옵니다.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설원이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넓은 공터.
당신은 새하얗게 언 바닥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유상흠:(눈 앞이 빙글 도는 느낌과 함께, 어느샌가 감겨져 있던 눈이 떠지면... 또,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유진이 놀란 얼굴로 당신을 살핍니다.
아, 당신이 아는 그 얼굴이에요.
끝이라기엔 허무하게도, 주위에는 52개의 부품이 흩어져 있습니다.
무엇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겠죠, 새로운 크리쳐의 핵이니까요.
유진 리:괜찮아요? 정신이 들어요?
직접 손에 대자마자 가속하더니 폭발했어....
상흠 씨도 휘말려서....
한동안 소생이 늦어져서... 아, 진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유진의 속눈섭 끝에는 눈송이가 매달렸습니다.
걱정일지도 모르겠네요.
유상흠:아...(사실 머리보다는, 상황 파악이 최우선인 것 같은게...지금 이 앞에 있는 이유진은 그래서 언제의 이유진인가요...)
(꿈은 아니겠죠? 확인 차, 일어나자마자 유진의 볼을 꼬집어요.)
유진 리:아, 아!
아파요, 뭐야, 일어나자마자?!
크리쳐가 사람을 꼬집으면 안된다는 법도 몰라요? (그런 법 없음)
유상흠:(대충 상체만 일으켜서 바닥에 제대로 앉아요. 그리고 그 반응을 분석합니다) ...일단, 나한테 곧바로 성질을 내는 걸 보면... 내가 아는 이유진이 맞는 것 같은데.
유진 리:뭔 소리야, 이 크리쳐가....
유상흠:내가 크리쳐라고 말하는 걸 보면 더 그런 것 같고... (그리고 쓱 쳐다보며 물어요) 이유진, 너 AOC는 어떻게 생각해?
유진 리:... ...제정신인 거 맞죠? 재부팅, 뭐 이런 거 필요 없죠?
오히려 무서울 지경인데, 이제.
(슬쩍 거리를 벌립니다.)
유상흠:(유진이 자기랑 거리를 벌리면, 한쪽 손에 턱을 굅니다) ....하, 나는 지금 꽤 심각하다고? 제대로 대답 안해주면...
이거 한동안은 너한테 별 말도 안 걸정도로... 심각한 질문이니까.
(그런데 뭐, 대충 저 반응들로부터...전해져 오는 안도감들이 있습니다.)
유진 리:...진짜 무슨 소리야, 머리 다쳤어요? 우와, 또 폭주해서 사람 두드려 패는 거 아니야?
유상흠:(대답을 안해도... 아마 지금 눈 앞에 있는 이유진은...)
...4년 뒤네. (완전 확신하고선, 뒤로 엎어져요.)
유진 리:AOC 얘기는 왜 해요?! 설마 진짜, 갑자기 머리가 어떻게 돼서... 거기로 기어들어가잔 건 아니지?! (슬금 멀어져서 왁왁 소리치다가, 당신이 뒤로 엎어지면 또 슬쩍 다가옵니다.,)
..... ..... 상흠 씨? 유상흠? (발등으로 다리를 한 번 툭 건드립니다. 죽었나 살았나 쳐보는 것처럼.)
괜찮은 거 맞죠... ...?
유상흠:(유진이 걱정해도 한동안은 이 상태로 움직이기 싫습니다.) 아무리 언제나 강하고, 활기차고 똑똑한...이 유상흠씨라고 해도, 가끔은 피곤할 때가 있는 거니까.
유진 리:우와...
어떡하냐, 이거...
유상흠:(약간은 축 쳐져있어요.) 아, 진짜 지쳤다....
유진 리:나 크리쳐가 아프면 어디로 데려가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는데요. (옆에서 털썩 주저 앉은 채로 턱을 괴고 누운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뭐, 평소의 유상흠이긴 하네.)
현미경 속의 시간은 정방향으로 흐르고,
사건은 순리대로 이루어집니다.
상흠의 선택으로 유진은 핵을 이식받아 부활,
4년 전의 사건에서 몇 번이고 죽고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며,
첫 생체형 크리쳐 α를 물리쳤습니다.
당신, 유상흠은 원래의 시간 선으로 복귀 후...
기절했죠.
눈을 뜨고 나면, 다시 4년 전의 '원래' 유상흠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그저 당신의 과거가 올바른 자리에 있을 뿐이겠어요.
그러므로 4년 전의 그 이유진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언젠가는 과거의 그 일을, 기억해주길 기다렸을지도 모릅니다만.
동료들의 증언과 CCTV의 확보,
신체검사의 수치 이상으로 첫 번째 C.V 프로젝트의 대상자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모든 기억은 말소되었으니......
다 지난 일이 되어버렸네요.
이 새로운 크리쳐를 물리치기 위해선 핵을 파괴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됩니다.
그 핵이 가속할 수 있도록 같은 알파의 접촉이 필요합니다.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아니, AOC에 희생당한 실험체들만이 할 수 있는......
물론, 당신의 파트너는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
유상흠의 등 뒤를 지키고,
때아닌 자장가를 부르면서까지도.
크리쳐는 진화하고, 외계의 위험은 끊임없습니다.
인류는 결속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용하고, 해치고, 분열하죠.
상황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괜찮습니다.
함께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어요.
우리는 존재 자체로 세계를 위한 최강의 클리셰니까.
세계는 아마, 우리를 이렇게 부를 겁니다.
.
.
.
END 2. 최강의 클리셰,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이미지
사선에 기운 얼굴은 잠자코 눈을 감고 있습니다.
상흠이 오래도록 보아온 그 얼굴입니다.
그러나 압니다.
근 1년간의 일과는 달리...
이대로 둔다면 유진은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
지금의 그는 아직 '인류'였으니까.
피에 젖은 뺨은 붉고,
축축하며,
비린 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모든 걸 알면서,
내막을 알면서도....
유진에게 또 다시 '그런 일'을 겪게 할 수는 없었어요.
당신은, 때론 어떤 죽음이 삶보다 명예롭다는 진리를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
그러지 않았습니다.
정의가 될 수 없는 오점을 도저히 찍을 수 없었습니다.
광장. 전투가 벌어지는 치열한 접점 속에서도,
두 사람의 시간은 무척 천천히 흐릅니다.
찰나같은 억겁,
억겁 같은 찰나가 지난 끝에....
결국, 유진 리의 숨이 멎습니다.
최강의 인류였던 어떤 영웅은, 촤강의 크리쳐가 되지 못하고,
피로 물든 전장에서 완벽한 마지막을 맞습니다.
누구나 예상한, 그러나 모두가 슬피 울 죽음입니다.
클리셰라는 건 사랑받는 법이잖아요.
...... 콰직,
무대가 무너지는 소리가 납니다.
아니, 크리쳐가 날뛰며 광장의 이곳저곳을 부수는 소리입니다.
이미 AOC 대원들은 죽여도 죽여도 재생하는 알파,
핵의 위치를 찾지 못한 생체형 크리쳐에게 학살당하기 직전입니다.
살아남은 이의 수가 이미 죽은 이보다 적고,
그나마도 간신히 숨만 붙어 있을 뿐입니다.
생체형 크리쳐가 당신을 발견하고 다가옵니다.
한 발자국을 뗄 때마다 일렁이던 외피는,
채 열 발자국을 못 남긴 시점에선....
유진의 시체를 뒤집어 쓴 것처럼 그리운 얼굴입니다.
유진:상흠 씨.
주문을 외우는 당신조차 알지 못하는 음율, 가사, 그리고 소리.
오직 괴물을 위한 자장가를 부르노라면 고요한 목소리는 죽음이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광장에 멀리멀리 퍼져 나갑니다.
아이들이란 자장가를 따라 눈을 감는 법.
머나먼 곳에서도 어머니의 부름에 돌아보는 것.
쿵.
자장가를 들은 생체형 크리쳐는 잠자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중력을 거스르고 부유하던,
외계와 이 별의 끔찍한 혼합물은 아스팔트 도로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산성액이 검은 땅 위에 그어진 흰 선을 뭉개고 지우며 흘러나옵니다.
당신이 한발 물러선다면,
툭.
발치에 익숙한 것이 걸립니다.
대 크리쳐용 살상 무기.
.... 이젠 유진의 유품이나 다름없는.
4년 전의 이들은 크리쳐의 약점을 모르는 모양이지만,
수도 없이 상대해온 상흠, 당신이라면 어디를 노려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타인의 외형을 복제하는 타입이라면, 눈이잖아요.
눈에 핵이 있습니다.
물론, 이리저리 피해 다니고,
파괴된 신체도 금세 복구하는 상급 크리쳐의 머리통을 박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잠들어있지만 않다면 말이죠.
과녁을 겨냥합니다.
그리고 총구를 당깁니다.
쾅!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영원한 잠에 빠져듭니다.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광장의 블록을 더럽힙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도,
유진은 여전히 잠들어 있습니다.
아, 반동이 너무 거셌던지 방아쇠에 걸었던 손가락이며,
개머리판을 기댔던 어깨가 미친듯이 욱신거리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부러진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것이 마지막 감각이었습니다.
.
.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그와 동시에, 유상흠은 눈밭에서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흰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빛의 입자들.
심장은 여전히 정신 없이 쿵쾅쿵쾅 날뛰고.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봐도, 옴짝달싹하지 않습니다.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여기, 설원이 아닙니다.
“심...은 어떻지?”
“C.V ......ml 투...했습...다. ......분...과. 이... 없음.”
“투여량 ......까요?”
“......마다 ... 상태 확...해.”
오한이 듭니다.
눈보다 더 차갑고 소름 돋는 액체가 주사기의 바늘에서 쏟아져 혈관으로 스밉니다.
들리는 목소리는 드문드문 끊기지만, 이해할 수 있어요.
자신이 새로이 ‘최강의 크리쳐’라고 불릴 사람이라는 것을요.
당신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민간인인 당신이 어떻게 생체형 크리쳐 α를 파괴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죠.
AOC 정예 요원, 최강의 인류가 절반 이상 살해된 가운데 태연하게 살아남은 단 하나의 기적.
AOC 상부에서 당신을 첫 실험체로 고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
가장 가능성이 큰 인물이었으니까요.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유진과 처음 만난 설원,
그 정의의 구성성분이 되고 싶던 어린 날의 바람,
AOC입단 후 유진이 크리쳐였단 거짓된 사실을 접하고 받았던 충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로서 지켜본 소생과 죽음,
그리고 함께 걷던 나날.
유상흠, 당신은 전부 기억합니다.
당신의 손을 내려다보세요.
이제는 유진 리의 자리를 꿰찬 새로운 괴물의 손을.
당신은, 괴물이 되었습니다. 이성 판정(1/1D5)
“심박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투여 중단해! 진정제 준비됐나?!”
“대기 중입니다!”
.
.
.
그와 동시에 유상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이성 판정(0/1D2)
유상흠:
SAN Roll
기준치:68/34/13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라디오 소리는 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문득 유상흠은,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왔나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식량과 온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유상흠:무엇이든 좋으니 죽여버리고 싶어.
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
대충, 그랬던 것 같은데.......
“―――!”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유상흠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흩날리는 옅은 밀색 머리카락, 형형한 빛을 감춘 녹색 눈동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문득, 유상흠은 가슴이 허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유진 리:.... 정신이 들어요?
END 3. 클리셰 파괴를 위한 클리셰, 유상흠.